금요일 아침,오늘은 정독도서관에서 반룬의 예술사 이야기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생각보다 조금 일찍 몸이 개운해진 날이라 길을 나서기 전에 바흐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틀어놓고
어제 밤 보기 시작한 오치균의 그림을 조금 더 보고 싶어서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생명의 강인함,생명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되네요.
지난 부처님 오신 날의 일입니다.
보람이가 점심을 나가서 먹고 싶다고 해서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동네음식점에 갔다가
먼저 들어가라고 한 다음 저는 mp3 들으면서 동네 아파트 단지를 이 곳 저 곳 걸어다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다 비슷비슷한 나무와 꽃을 심어놓았지만 조금씩 다른 꽃들이 피어 있어서
그 차이를 느껴가면서 몇 바퀴 걸어다니는 일이 재미있더군요.
어떤 단지의 일층은 유난히 잘 가꾼 화단이 그 집 주인이 어떤 사람일까 공상하게 만들고
어떤 곳은 너무 황량해서 어라,하고 눈길이 가기도 하고요.
어떤 곳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꽃을 만나고 한참을 서서 바라보기도 하고.


꼭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에서도 다른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해서
그 다음부터 도서관에 가고 오는 길에 한 길가가 아니라 공원을 낀 뒷길로 걸어가곤 하는데요
역시 소음도 적고 푸른 색깔을 더 많이 볼 수 있어서 눈도 즐거운 길이 되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던 중 음악이 오보에와 바이얼린 협주곡으로 바뀌었네요.
요즘 이상하게 오보에 소리를 들을 일이 많아져서 소리가 귀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드는군요.
익숙해진다는 것,그래서 더 귀가 즐겁게 그 소리를 받아들이고 더 들어보고 싶게 기대하는 것
다른 일을 하다가도 그 소리에 끌려 잠시 멈추고 귀기울이는 것
그런 시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