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의 쪽지로 한국사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가,질문이 왔습니다.
물론 그 분에게 직접 답장을 하는것도 좋지만 제겐 쪽지가 너무 공간이 적은 느낌이서
일단 잘 받았다는 인사를 보낸 다음 이 곳에다 글을 쓰겠노라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곤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서 마음편하게 글을 쓰는 것이 오늘에야 가능해졌네요.
대학과 그 이후의 공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제겐 한국사란 고등학교에서 예비고사를 치르기 위해
공부한 것이 전부였고 그 이후에는 전공공부에 바빠서 그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 글을 읽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그래서 어찌 보면 학교에 있을 동안이 오히려 가장 무엇을 모르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부를 그만두고 나서 한동안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전공책은 다 버리고,텅 빈 책장을 바라보던 시절의 막막함이 생각나네요.
그러던 중 우연히 읽게 된 소설 목민심서가 제겐 아리아드네의 실 역할을 했다고 할까요?
한 페이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정약용의 일생에 대해서 따라가면서
갑자기 내가 모르는 세계,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세계가 불쑥 내게 나타나서 나를 알아보고 싶지 않는가
그렇게 손을 내미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처음에는 한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한 책읽기였습니다.
한국사 전체를 읽어본다거나 어느 시기가 특별히 궁금하다거나 그런 거창한 의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정약용,그리고 그가 살던 시기,정조임금,김홍도,채제공,박지원,홍대용,이덕무
이렇게 한 시기를 살던 개인 개인에 대한 관심으로 인물중심으로 읽어가던 책읽기가 어느 순간 모여서
그렇다면 그 이전시기는? 그 이후시기는?
이렇게 궁금증이 모이고 모이자 아무래도 통사를 읽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너무 딱딱한 책은 진입장벽이 두터워서 몰입이 되지 않고 너무 간단한 책은 자극이 모자라고
그래서 고민하던 시기에 만난 여러 명의 필자가 있는데요 그 중에서 제게 도움이 된 필자는
독학으로 한국사를 공부하셨다는 이이화 선생님의 한국사이야기
그리고 역시 재야에서 활동하면서 꾸준히 책을 쓰고 있는 이덕일의 역사이야기
그리고 조금 다른 시각으로 한국사를 보는 남경태의 종횡무진 한국사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이화의 한국사이야기는 20권이 넘는 방대한 양이라 처음 읽는 사람들에겐 조금 부담이 되는 책이라서
오히려 왕의 나라 신하의 나라처럼 문제가 되는 왕,선비,정치가,왕비,이런 식으로 인물에 대한 소개와
단순히 소개에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의 평가를 담은 책을 먼저 읽어보면서 관심이 가는 인물이나 시기에
접근해보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일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학교에서 배운 한국역사로 역사에 대한 책읽기가 끝난 사람들에겐 조금 낯선 주장들이 있는 책이지만
무협지보다 재미있다는 출판사의 소개글이 무색하지 않게 즐거운 책읽기가 가능한 책입니다.
그는 종횡무진 동양사,종횡무진 서양사에 이어 역사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권의 책을 출간하고
심지어는 철학에 관한 책을 출간하기도 한 정말 종횡무진으로 책을 펴내고 있는 한국에서 손꼽을 만한
기동력을 갖고 있는 저자라고도 할 수 있지요.
한국사와 더불어 동양사책도 구해서 한국사에서 나오는 시기마다 보조교재로 읽으면 더 즐거운 책읽기가
가능할 것 같네요.

처음 이 책을 서점에서 만났을 때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삼국사기가 아니고 오국사기가 뭐야?
알고 보니 저자는 한국사를 이해하는 코드로 삼국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까지 어우러진
역사이해가 필요하다고 보았더군요.
더구나 이 책은 고조선부터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삼국의 초기부터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다섯 나라가 서로 치열하게 겨루던 시기,삼국의 역사가 오히려 끝나가는 고구려의 후기시대부터 출발을 하여
마치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글을 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천주교가 전래되고 그것이 정치적인 보복수단으로 사용되어 남인들이 곤란을 겪던 시대
한 시대의 시대상과 그 속에서 정약용 형제들의 삶을 그린 이 책도 소설보다 더 흥미롭고
역사속으로 길을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다 좋은데 나는 글읽는 일이 서툴러,그래서 조금은 편하게 역사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만화가 있습니다.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되고 있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만화도 내용도 탄탄하여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한 권 한 권 구해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나누어도 좋을 만화입니다.
휴머니스트는 펴내는 책마다 탐이 나서 누가 출간을 진두지휘하나 부럽다는 생각,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출판사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초등학생이 있는 집이라면 한솔수묵에서 내놓고 있는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한국사 시리즈
꼭 권하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구석기 시대의 흥수아이부터 시작하여 얇은 한 권에 한 가지씩 주제를 담아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접근방법이 신선하여 졸리거나 생각이 잘 풀리지 않는 시간에 한 권씩 뽑아읽다보면 어느새 잠이 달아나 버리는
혹은 머리가 맑아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필자들의 능력에 감탄하게 되는 ,물론 역사에 대한 상상력도
풍부해지는 시리즈입니다.

다큐 동화로 만나는 우리역사라는 제목으로 나온 근대사를 다룬 책입니다.
근대사에 대한 책이 많지 않은 어린이 책 분야에서 참 공들여서 책을 만들었구나 감탄하게 되는
어른이 읽어도 손색없는 시리즈입니다.

여유당에서 출간한 아,그렇구나 우리역사인데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손색없는
도판도 풍부하고 설명도 구체적인 ,그리고 상당히 자세한 분야까지 다룬 책인데요 여러 권이지만
한 권씩 구해서 차근차근 읽어도 좋은 책이랍니다.
한국사 분야의 좋은 책이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더 이야기하면 악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우선 이 중에서 마음이 땅기는 책을 한 권 잡아서 읽다가 새로 알게 된 사실,내가 아는 것과 조금은 달라서
오히려 흥미가 생긴다는 이야기,다음에 무엇을 더 읽으면 새로운 시각을 만날 수 있나,아니면 이 저자의
다른 책중에서 더 소개하고 싶은 것은 없는가,덕분에 어느 시기에 특별한 관심이 생겼다는 그런 후일담들이
서로 이야기되는 그런 시간을 기대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