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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기억...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조회수 : 1,559 | 추천수 : 101
작성일 : 2009-05-08 23:59:14

Ted Neeley - Gethsemane(I Only Wanted To Say) ; OST "Jesus Christ Superstar"

영국에 유학가있던 시절의 이야깁니다.

런던 변두리에 작은 월세집을 구해 놓고서 몇달여 정신없이 보내던 어느 주말, 갑자기 여유가 생겼었습니다.
즉시 친구와 의기투합하여 말로만 듣던 뮤지컬을 보겠노라고 웨스트엔드로 무작정 달려갔습니다.

요즘이야 우리 나라에서도 뮤지컬을 즐기는 분들이 점차 많아져 대도시라면 어지간히 유명한 작품들은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지만, 제가 유학을 가 있던 그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공연하던 것이 "아가씨와 건달들", "가스펠", "환타스틱스" 등이었고 어쩌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정도 세종문화회관에서 볼 수 있었을까요?
그러다가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뉴욕의 브로드웨이 공연팀을 초청해 와 "캣츠" 정도 간신히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말이죠...

하여간, 그렇게 무작정 찾아간 웨스트엔드 거리에는 정말 말로만 듣던 작품들의 간판이 떼지어 몰려있었고 그것들을 보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었습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 과 "미스 사이공".
캣츠를 상연하는 극장에 먼저 갔더니 통상 3~6개월 정도는 늘 매진상태라 현장에서는 표를 구할 수 없다더군요.
그럼 매표소 앞에 줄 서 있는 이 사람들은 뭔가요?
물어봤더니,
간혹 예매 취소 표를 기대하고 늘 대기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기대되는 작품들은 당장 입장권을 구할 수 없어 하릴없이 거리를 흐느적거리며 걷는데... 어느 모퉁이쯤이었나... 하여간 걷다보니 주변이 한산한 극장들도 있더군요.
상연작품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당장 입장권을 살 수 있냐 물어보니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로얄석 입장료가 일반석보다 더 싸군요.
거의 반액에 가까운...;;;
왜 그런지 또한 물어보니... 로얄석은 앉아있다가도 왕족이나 귀족 신분의 관람객이 들어오면 양보해줘야 하는 자리라는군요...;;;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왕자님인데, 이런 보기드문 화창한 주말 오후에 이런 음침한 뮤지컬을 보러 굳이 여기까지 올까?'
아무래도 안올 것 같아서 로얄석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본고장에서 관람하는 최초의 뮤지컬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과 팀 라이스의 날카로운 가사가 빛을 발하는 역작, "예수 그리스도 슈퍼스타"는 단순히 한편의 유행같은 뮤지컬로 지나쳐버리기엔 너무 많은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작곡가라해도 그의 천재성에는 어딘가 모자란 찬사가 아닐런지는 몰라도... 어렸을 때부터 번뜩이는 음악적 감각으로 이미 천재성을 드러내 놓으며 살아온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두번째 뮤지컬 작품인데 놀랍게도 20대 초반의, 너무도 젊은 나이에 완성해 낸 대작입니다.

어쩌면 모짜르트가 20세기에 살고 있었어도 그와 자웅을 겨루기에 판단이 쉽지 않을만큼의 위대한 음악을 그는 쏟아내고 또 쏟아냈습니다.

형식은 보통의 뮤지컬이 갖는 음악 스케일과 악기 편제가 조금은 다른, 그래서 통상 '록 오페라'로까지 불리우는 이 독특한 뮤지컬은 단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음악이라고만 불리워지기보다는 20세기 문화현상의 가장 고민스러운 화두였다는 것이 어쩌면 더 정답에 가까울런지 모릅니다.

처음 런던에서 이 작품이 상연될때, 당시 최고의 가능성을 내보이던 탄탄한 기본기의 인물들이 주역을 담당했었다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역에 그룹 딥 퍼플의 리드 보컬리스트 이언 길런, 가룟 유다 역에는 지난 1980년대 빌보드챠트까지 석권했었던 "One Night In Bangkok"으로도 유명한 머레이 헤드, 막달라 마리아 역에 이본느 엘리미 등 그야말로 환상의 라인 업이었고 발표된지 30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그 작품성과 음악적 가치는 여전히 중요한 한 포인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많은 음악 평론가들이 말하길, 이 작품이 처음 상연될때 '감히'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를 천박한 록음악으로 표현해낸 발칙함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시위를 하고 공연반대를 외쳤다고 오해를 하고 있지만 그 사건의 진실은 그보다 더 깊은 내용상의 모호함 때문이었습니다.

성경을 바탕으로 볼 때, 그 성경상에서 내포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지구상에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또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원초적인 죄악성을 대신 짊어지고 자기 목숨을 버리는 대속물로서의 구원자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 의미인 것입니다.

그러나 작품속에서 그리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는 혼란한 로마 식민 통치하의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상적인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을 제시하며 가망없는 혁명의 불씨만을 자꾸만 싹틔우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맥없이 죽어가는, 실패한 혁명가로서의 모습으로 그려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기독교인에게나 비기독교인에게나, 종교를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한가지 교훈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남의 죄를 대신하여, 남의 생명을 대신하여 내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결코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숭고한 정신이 깃들며, 그의 죽음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속에도 마찬가지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명곡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에게 대중적으로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곡이라면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이랄지 "Superstar"등을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 이 작품속 최고의 명곡은 링크된 바로 이 노래, "Gethsemane(I Only Wanted To Say)"입니다.

사랑하는 제자, 유다의 배신으로 십자가에 달려 죽을 것을 미리 알고 하늘에서 바라보고 계신 신에게 매달려 밤새도록, 성경의 기록에 의하면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간절하게 기도하던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처절한 기도를 표현한 노래입니다.

'알고 싶습니다... 주님... 왜... 내가 왜 이 사람들을 대신해서 죽어야만 하는지... 할수만 있거든 이 독잔을 마시지 않고 피할수 있게 하소서...'

죽음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의 심정이란 어떤 것일까요...?

내가 살고 있는 생명의 의미, 삶의 가치, 죽음을 받아들이는 용기...
이 모든 위대한 인간성에 대해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이토록 처절하지만 그 폭발적인 내면속에 담담하면서도 의연한 느낌을 갖도록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링크된 버전은, 이 뮤지컬의 런던에서의 대성공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까지 올려져 역시 대성공을 거두자 헐리웃에서 노먼 주이슨을 감독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입니다.

여기서의 예수 그리스도 역은 테드 닐리...
특히 곡의 후반부, "Why~! ...."하면서 내지르는 하이채에서의 고음처리는 오늘날 기계적인 샤우트 창법을 남발하는 록 보컬리스트들이 꼭 한번쯤 들어보고 참고했으면... 싶을 정도로 후련하고 시원합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보리
    '09.5.9 10:07 AM

    영국이라는 나라, 참 합리적이긴 하지만 재밌네요.
    로얄석이 일반석의 반값이라... 저 같아도 로얄석을 선택하겠어요.
    저는 궁금한 게 공연중에 노래를 라이브로 하는지, 녹음된 걸 틀어 놓고 연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뮤지컬공연의 입장료가 좀 더 저렴해 졌으면 하는 사람 여기도 있습니다.

  • 2. 회색인
    '09.5.11 11:41 PM

    보리님 /
    예, 저역시 그때 참 재밌단 생각을 했었습니다.
    로열패밀리가 엄연히 존재하는 그네들의 일상이 낳은 제도지만... 그 로열석 룰은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공연중 연주는 반주 마스터링을 틀어놓고 하지만 노래는 배우가 직접합니다.
    영국은 극장의 등급에 따라 가격이 차등적용됩니다.
    등급이 높은 극장에서 상연하는 작품은 비싸게... 등급낮은 극장에서는 싸게...
    이또한 나름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오리아짐닙 /
    오~ 고맙습니다.
    이게 스트리밍 서비스가 되다니... 처음 알았네요~

  • 3. 순이
    '09.5.12 12:46 PM

    귀한 음악 감사히 잘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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