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에 넣어가지고 다닌 목록이 세 가지 있었습니다.
미국드라마,일본드라마,그리고 중국어 책 한 권 통째로
강의록을 넣어놓은 것,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아무래도
좋아하는 것으로 기울게 마련이라 자꾸 중국어보다는
이미 익숙한 것으로 마음이 가는 것이 고민이어서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기 어렵다면 유혹을 끊어버리는 것이
어떨까 ? 그래서 (그래도 미련이 남아서 미국드라마 한 편만
남기고 ) 유혹이 될 만한 것을 삭제를 했습니다.
오늘 철학수업이 있는 날이라 서울에 오고 가면서
중국어 강의중 절반을 듣게 되었는데 여러번 반복이 되다보니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한 표현,따라서 발음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는군요.

철학수업중에도 즐겁지만 오늘 특별히 즐거운 일은
도서관의 권희자씨가 제안을 한 영화읽기 모임이었습니다.
영화보기가 아니고 읽기가 뭐냐고요?
각자 집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영화를 각자 어떻게 보았는가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열어보자는 것이었는데,평소에 영화에 관심이 많고
영화에 관해서 소개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것을 즐기는 제겐
아주 안성맞춤인 제안이네요.

지금 당장은 서로의 시간표를 맞추기가 어려우니
준비단계를 거쳐 내년 일월부터 매달 세번째 금요일에
만나기로 기본적인 틀만 이야기했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는군요.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연대앞까지 아트마니아님 차를 얻어타고 오면서
저보다 오래 인생을 살고,나름대로 역할모델을 할 수
있는 분들을 어디서 만나면 좋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런 저런 안을 들었는데 글쎄요,이런 생각을 마음에 품고
살다보면 어디선가 사람들을 만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되겠지요?

집에 도착하니 벌써 4시,수업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남았습니다.
탁구레슨과 피아노연습,음악들으면서 글쓰기
이렇게 세 가지 할 수 있는 것중에서 선택을 해야했는데
탁구레슨을 과감히 자르고 (집에 걸린 달력의 10월
김환기님의 그림이 며칠전부터 마음을 끌어서요)
그림을 검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이번 금요일 예술사 책읽기모임이
끝나고 학고재에 들려 송현숙전을 그리고
환기미술관에 갔다가,덕수궁에 가서 라틴 그림을 보고
교보문고에 가서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줄줄이 머리에
떠오르는군요.


그림을 보면서 고른 음반은 리차드 용재 오닐이 연주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인데요
슈베르트 곡중에서 마음에 들어하는 곡중의 하나이고
여러가지 음반으로 골라서 듣기도 하고 선물하기도 한
제겐 인연이 깊은 곡이랍니다.
비올라로 연주한 음반도 두 가지를 소장하고 있는데
연주자가 다르니 연주의 맛도 달라서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 들어보곤 합니다.

최근에 읽은 일본어 문법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우마레떼 요깟따 (일본어를 쓰는 방법을 몰라서
한글표기로 한 것인데요) 태어나서 좋았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노라고 여러분도
그러길 바란다는 말로 마지막 후기를 대신한 글이
있었습니다.

생과 이별할 때 가족들,그리고 함께 인연을 맺으면서
즐겁게 살아왔던 사람들,그 이외에 무엇이 작별을
어렵게 할까,아쉽게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요,제겐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것이
가장 아쉬울 것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비올라 소리로 흘러나오는 이 곡을 들으면서
아,태어나서 소리와 인연을 맺고 오랫동안 좋아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서 요깟따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오는 화요일 오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