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조금 일찍 잔 덕분에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everymonth에 들어가보니 그 곳의 DJ 켈리님이
베토벤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올려놓았더군요.
새벽에 듣는 음악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 느낌이 많이 남아서일까요?
아침을 차려 먹고 설겆이를 한 다음
커피 한 잔 끓여서 갖고 들어와 다시 그 음악을 듣습니다.
특히 아름다운 2악장을 거푸 들어보게 되는군요.
이런 시간 저절로 손이 가는 화가는 역시 모네로군요.

지난 금요일 아람누리에서 이 무지치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너무 친숙하고 여러 번 음반으로 들은 연주단체이지만
무대에서는 처음 듣는 곡이라 기대를 갖고 갔으나
티켓 말매 단말기가 고장났다고 30분이 늦게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연주자들의 경우에도 상당히 어이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아마 그래서일까요?
일부 연주는 기대와는 달리 마음속에 호소하는 바가 적었습니다.
실망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파가니니의 어려운 기교를 요하는 연주의 경우도
저음부는 좋았지만 고음에 올라가면 신경을 곤두세우는 소리로
인해 그 음악이 갖는 최대치를 표현하기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더구나 그 날 연주회에는 보람이가 가고 싶다고 하길래
보람이 표 한 장,그리고 늘 신세지고 있는 동생 표 한 장
함께 가자고 권한 최윤희씨 표 그리고 제 것까지
더구나 예매하러 들어갈 때 이미 합창석 표는 다 매진되었다고
하길래 저로서는 예상보다 지출이 과한 (그러고보니
이제까지 다닌 음악회중에서 가장 표 값을 많이 낸
음악회였기에) 음악회였는데 기운이 빠져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네를 찾다가 만난 하삼입니다.
그런데 이부가 시작되자 이게 웬 마술일까요?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완전히 다른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머리가 허연 수석 바이올린주자가 내는 소리,그 소리에 화답하는
첼로,혹은 비올라의 소리
쳄발로소리,그리고 그들이 어울려내는 소리,소리들
이것이 그동안 그렇게 식상할 정도로 자주 들어서
이제는 그만 소리가 나던 사계란 말인가,갑자기 온 몸에
전율이 돋는 기분이었습니다.
30분늦어진 연주회,일부에서의 그다지 향기롭지 못했던
공연에 대한 불만이 봄 날 눈녹듯 다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옆에 앉은 최윤희씨랑 동시에 이야기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사람들은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같다고요.
저는 그렇게 표현했지만 그녀는 한 술 더 떠서
이들은 사계를 연주하기 위해 태어난 것같다고 하더라고요.
가만히 눈감고 있으면 그 시간의 느낌이 되살아나서
놀랍기도 합니다.

협주곡의 3악장,절정으로 치다는 음에 귀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아침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