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두 시에 한의원에 가려고 마음 먹은 날인데
조쉬 그로반의 목소리,함께 보고 있던 그림에 정신이 팔려서
그만 시간을 놓치고 말았네요.
그렇다면 그냥 편한 마음으로 조금 더 보고 일어나야지 싶어서
지난 금요일 대전의 클레어님 집에서 보고 머리속을
계속 떠도는 스티글리츠의 사진을 보자
마음 먹었습니다.

This photograph, one of more than three hundred images Stieglitz made of O'Keeffe (1887?986) between 1917 and 1937, is part of an extraordinary composite portrait. Stieglitz believed that portraiture concerned more than merely the face and that it should be a record of a person's entire experience, a mosaic of expressive movements, emotions, and gestures that would function collectively to evoke a life. "To demand the portrait that will be a complete portrait of any person," he claimed, "is as futile as to demand that a motion picture be condensed into a single still."

어제 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그림 백가지 라는 책을
읽었습니다.물론 오래전부터 소장하고 있고
생각날 때마다 혹은 필요할 때마다 참고서적 삼아 읽는
귀한 책중의 한 권인데요
그 곳에서 산수문전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부여에서 보고 와서 다시 읽는 글은
느낌이 참 달랐습니다.
글과 내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글속으로 내가 스며드는 느낌이 드는 참 특별한 경험을
한 순간이었지요.
이런 것이 일종의 에피퍼니라고 할 수 있을까
혼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요즘은 터미널에 가면 걸려있는 지명을 찬찬히 읽어봅니다.
언젠가 가 보고 싶은 곳,
특히 이름이 아름답거나 역사책속에서 만난 지명이라면
더 마음이 끌리더군요.
어떻게 이 지역과 만나게 될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런 설렘이 언젠가는 그 곳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을 느끼는 날들이기도 합니다.

사진이 제 삶속으로 들어온 지 거의 일년정도 되었네요,벌써
그동안 금요 나들이에 사진기는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직 서투르고 정말 좋구나 소리가 절로 나는 사진을
찍지는 못해도 사진기를 통해서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에 조금씩 도달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것 자체를 축복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지요.



이런 사진들을 보고 있으려니 다시 정신이 들면서
어떻게 하면 비밀의 문을 조금 더 열 수 있을까
고민해보아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