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눈이 무리가 되었는지
오늘 오전 수업을 하러 가서 영 몸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곰브리치 읽으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지요.
집에 와서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눈 감고 듣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기말고사 끝나고 온 보람이가 부르는 소리에 잠이 깨니
몸이 참 개운합니다.
오랫만에 둘이서 점심을 함께 먹고
헬쓰장에 나가는 아이를 배웅하고서
오랫만에 조쉬 그로반의 음반을 걸어놓고 듣고 있자니
아침에 제대로 못 본 그림이 보고 싶네요.
보나르입니다.

곰브리치를 함께 읽기 시작한 멤버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심이 되어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지금은 표현주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현대미술에서 재현이 중심이 아니라
색과 형상으로 음악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 칸딘스키
재현에의 욕구는 버리지 않았으나
세잔에서 하나 더 나간 큐비즘에 관한 이야기까지
진도가 나갔으니
시작한 글읽기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네요.
시작하는 일에 겁을 내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이미 시작했던 일에서 실패한 경험이 새로운 시작을
망서리게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렇다고 시작을 하지 않으면
다른 인생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니
비록 실패한다고 해도 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바꾸니
배운 것에서 새롭게 열리는 눈이 생기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그것이 저를 상당히 용감한 사람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이 최근의 중요한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혼자서 무엇을 시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함께 하는 일이 주는 에너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미술사 책을 오랜 세월 읽다보니
지금 모르는 것이라도 새롭게 읽기 시작한 책에서 새로운
실마리가 잡히고
혼자 읽는 다른 책에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힌트를 얻는
경험도 하곤 하지요.
그런 것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순간
갑자기 아하 하는 깨달음이 오는 때의 즐거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기운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그 맛때문에 공부를 하는 것이겠지요?

그림을 통해서 인터넷 공간을 통한 네트웍이 생기고
그것이 일회성이 아니라
나날이 깊어지는 관계,나날이 넓어지는 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즐거운 일중의 하나입니다.
오늘 목동에서 새로 시작하는 스터디그룹이 생겼고
과연 어떻게 수업을 했을까 이야기가 올라오길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는 중이고요
아마도 내년쯤 대전에서도 모임이 생겨서
공부를 시작한다는 글이 올라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그런 확산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서
무엇을 읽을까 무엇을 볼까 하는 고민에 동참하는 시간이
오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먼저 권하고 먼저 청하고
이렇게 내가 먼저 하는 문화가 퍼져서
어느새 그것이 하나의 고리가 될 수 있는 날을 꿈꾸는
월요일 오후의 휴식시간이 벌써 끝나가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