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이곳에 들어오니 쪽지가 와 있네요.
수능 보는 날을 끝으로 글을 쓰지 않아서 무슨 일인지 궁금하신 분이 보내주신 쪽지입니다.
아,그러고 보니
마음 복잡한 일주일을 살았구나 싶군요.
아이가 시험에서 평소보다 잘 본 과목과 못 본 과목이 빛과 그림자처럼 나누어져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학교를 정하고
오늘 원서쓰는 아이가 방에 있는 동안
음악을 듣고 있는 중에 쓴 글입니다.
지난 목요일에서 겨우 한 주일이 지난 오늘
그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런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느낌입니다.
목요일이후에 새벽에 깨지 않아도 되는 것이 큰 선물이라고
느꼈는데 삼년간 단련이 된 몸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지
전화벨소리가 없이도 여전히 잠을 깨네요.
그래도 일어나서 꾸물거리지 않고 다시 잠들 수 있어서
연속적으로 자는 잠으로 인해서 몸은
원기를 많이 회복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오래 자니
평소에 하던대로 일을 다 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당분간은 승태의 3년을 위해서
조금 더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보람이는 일어나서 원서를 쓰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해서 원서도 인터넷으로 써서 접수를 한다고 하네요.
그러면 교장선생님 직인이랑 사진은 어떻게 하니?
그거 인터넷안에 다 있어
성적도 그렇고
아하,그래도 역시 제겐 낯선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도 계속 변해갈 세상에서 사는 일이
갈수록 얼마나 낯설게 느껴질까 걱정이 되네요.
조용한 공간에서 바하를 틀어놓고
음악에 귀기울이면서
이제까지 크느라 고생하기도 하고
그동안 전해보다는 그 다음해에 조금씩 성장한
그래서 고마운 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한 대학에 원서를 넣지 못하고
차선으로 선택한 학교
그래서 마음으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화여대로 간다는 말을 듣고
친한 친구 한 명도 그렇다면 나도 하고 마음을 바꾸었고
(이런 것이 참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친구가 가니 나도 하고 마음을 전격적으로 바꾸는)
그 아이가 마음을 크게 주고 있는 다른 학교의 친구도
이화여대 수시로 마음을 정했다는 말을 듣고는
삼총사가 다 모인다고 많이 가벼운 표정입니다.
학교에서의 장담과는 달리 아무래도
4년장학생은 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렇다면 보람이보다는 실력있는 친구들이 많이 오는
것이니 그 아이들과 어울려서 즐거운 대학생활이 되길
그렇게 기도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저도 마음을 가볍게 먹고
무겁던 마음을 훌훌 털고 앉아 있습니다.
역시 자식은 힘이 세군요.
한 일주일이 그냥 훌떡 넘어간 기분입니다.
덕분에 공연히 영화만 줄창 보고
시간을 보냈으니
오늘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