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금요일에는 지난 번 갔던 당진 시골지기님 댁을 들러서
해미읍성과 개심사,그리고 잘하면 추사고택까지 볼 수 있는 안복을 누릴 수 있는 날입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이번 해가 되기까지 토요일,일요일 쉬는 날없이
늘 일을 할 때는 그일이 좋아서 결핍을 별로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일년에 한 번 조금 긴 휴가로 멀리 여행을 가는 것으로 한 해의 마무리를 하고 나면
그 다음 한 해를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았었지요.
그러다가 50살이란 무거운 나이앞에서 한 번 마음을 내려놓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게 가장 결여된 것이 무엇인가 하고요
그 때 비로서 쉬지 않고 살아온 인생이 보였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보게 되는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마음이 가고요
하루 쉬는 날을 어렵게 만들어서 그 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했지요.
조금 더 깊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우선이었지만
다시 한 번 생각을 했지요
지금 네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고요
그래서 공부는 지금 하는 속도로 관심있는 것이 생기면 그 때 집중해서 보고
평소에는 그림을 보는 일,역사책 읽는 일,그리고 영어원서 보는 일과
심리학책을 꾸준히 읽는 일등으로 만족하고 대신 다른 색다른 일을 해보자고 시각을 바꾸어서
소중하게 만난 것이 바로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조금 멀리 나가서
우리 강산을 돌아보는 일,그것도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둘러보는 좋은 시간을 갖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
그런데 그런 하루 하루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줄
시작하기 전엔 미처 몰랐었습니다.
금요일 당진에 간다는 말을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그래서 지난 번 책장앞에서 비슷한 영혼에 전율했던 바로 그녀를 위해서
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어제
당연히 미리 읽으면서 조선시대의 좋은 그림들을 보는 안복을 누리고
오늘 아침 그 책에서 만난 화가들의 그림을 조금 더 깊숙이 만나는 시간을 누려보려고 인터넷 접속을 했는데
궁남지의 사진에서 녹턴의 분위기를 연상하여 재즈 녹턴을 올려주신 peacemaker님의 선물에 반해서
마음이 확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휘슬러의 녹턴 시리즈를 보게 되네요.


미국 화가인데요 그는 쇼팽의 음악에 친근감을 느껴서 그림에서 녹턴의 느낌을 살려내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난히 녹턴이란 제목의 그림이 많이 있지요.

어제 산 책의 제목은 옛 그림의 마음씨인데요
학고재에서 출간된 책입니다.
학고재라면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처음에 서점에서 보았을 땐
저자가 대우 부회장을 역임한 사람이라
그저 부자가 우리 그림을 수집한 이야기인가 하고 곡해를 하고는
이렇게 좋은 그림들을 혼자서 수집하여 혼자서만 보고 있나
그림만 펄렁펄렁 넘기면서 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시간을 내어 서점에 갔을 때 이상하게 표지에 있는 그림이 마음을 끌어서
그래도 한 장이라도 읽고 판단을 하자 그런 마음이 들더군요.
서서 책장을 넘기다 혼자 막 웃었습니다.
이렇게 오해를 하다니, 99퍼센트 일에 몰두하면서 자신의 영혼을 위해서 금강경을 뜻도 모르고 읽었다는 대목에서
제 마음이 순간 멈추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서 한참을 읽다가 이것으로 선물을 정하고 들고 와서는 가끔 전율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기도 했지요.
우리는 가끔 우리가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만이 우리가 사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아니면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깊이 공감하고 혹은 휘들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휘슬러와 쇼팽의 교류도 그렇게 볼 수 있겠지요?
오늘 아침을 재즈 녹턴과 휘슬러의 녹턴으로 열면서 사람사이의 교감과
그것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을 하는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peacemaker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