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코스로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보기로 했습니다.
그 곳에 들렀다가 부여박물관에 갑시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가보니 그 곳은 기억속의 장소가 아니더군요.


정림사지 박물관이라니,언제 박물관이 세워졌지?
놀라면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입장료가 1500원이나 합니다.
이상하다? 이 곳은 그렇다면 경복궁의 고궁박물관보다
비싼 셈이네 하는 생각을 했지요.



박물관입구에 세워져 있는 석탑인데요
정갈하게 딱 두 개 (석탑이 두 개라고 하나요?
다른 표현이 있을 것 같긴 한데 두 기가 맞나?
헛갈리네요) 고려시대의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고려시대를 이렇게 만나는 것이 신기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 가람은 나당 연합군이 쳐들어왔을 때
침략군의 손에 타버렸으니 탑을 빼곤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었을 것이고 고려시대 다시 건립된 절이라고 했던
기록이 떠오릅니다.그렇구나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전에 전체적으로 모습을 보니
이번 구월에 개관한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너무 새 것처럼 번들거리지도 않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린
아주 기분좋은 건물이어서 놀랐습니다.
건축한 사람이 세심한 배려를 한 사람이겠구나
지방에 더구나 국립박물관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멋진
외형의 박물관을 만나다니 마음이 흐뭇하면서 안에서도
외부에서 느낀 감동이 이어질까 의문이었습니다.
설마 절의 이름을 딴 박물관에서 무엇을 많이 볼 수 있으랴
상상이 잘 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안에서 저는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박물관을
보았습니다.
오래 전 일본의 나라,교토 오사카를 잇는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느꼈던 참담한 심정이 지금도 기억에 뚜렷하거든요.
우리가 역사책에서 백제시대에 일본에 불상을 불경을
혹은 절을 짓는 기술자를 보냈다,노반박사,와박사
그런 박사자가 붙은 사람들뿐 아니라 직공들도 보내서
문화를 전파했다고 하는데 전파받은 사람들의 수준이
이렇게 높을 수 있는가
그런데 우리의 모습은 어디가서 찾는다는 말인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고민하면서 전한 사실만을 부각시켜서
가르치는 것이 과연 옿은가 혼자서 머릿속으로 시달리던
기억이 나네요.
더구나 오사카 역사박물관에 갔을 때 정말 놀라서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박물관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지요.
그 앞에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구경하던 기억이 솟으면서
바로 그런 공간을 이 곳 부여에서 만나다니 정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습니다.
이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정림사지 박물관에 가보시리라고 후회하지 않을 여행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날 수
있답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물어보았었지요.
안에서 해설사를 만날 수 있는가고?
그랬더니 안내하던 사람이 말을 하더군요.
워낙 설명이 잘 되어서 해설사가 필요없을 것이라고요
그래?
어떤 설명을 해놓았길래 저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하나
싶었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그냥 글로 설명해놓은 것이 아니라
그 앞에 서면 저절로 음성이 나오면서 화면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덕분에 불교의 전파에 대해서,
지도앞에서 제대로 익히고 나니 갑자기 머릿속에
파란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돌아서니 불교가 들어오고 나서의 변천사
그리고 절을 짓는 전 과정도 모형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의 기둥양식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어 있는 곳에서
클레어님과 더불어 그리스의 앤타시스 양식이란 말이
바로 우리 나라에서의 배흘림 기둥인데 바로 이 기둥이
그런 양식인 모양이다,그런데 이 곳에서 절의 다양한
명칭을 알게 되니 실감이 나네,다심포 양식과 주포 양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중에
뒤에 서 있던 안경쓴 여자분이 아는 척을 합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군요 하면서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접근을 하는 바람에 덕분에 졸지에 고수대접을 받았지요.
알고 보니 그 분은 부여에서 활동하는 기성 시인인데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시심이 고갈되어서 고민하던 중
우연히 부여박물관에서 하는 기행에 참가했다가
갑자기 옛 백제에 사로잡혀 공부를 하고
해설사 노릇을 자처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 설명을 부탁드렸더니 한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이야기,이야기
결국 자신이 쓴 시 계백의 달에 관한 이야기
그 시가 낭송되는 자리에서 논산시장의 앵콜을 받고
그 시가 결국 계백을 기리는 장소앞에 시비로 남게 된 사연등도
듣게 되었습니다.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서 이만 가야 할 모양이라고 인사를 하고
못 본 공간을 둘러보는데 그 곳 정림사지를 다시 발굴하는
과정에서 나온 출토 유물에 대해서 정성스러운 설명과 더불어
토기나 연화문 기와등을 다 진열해놓고 설명해놓은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지도를 보니 부소산성을 중심으로 정말 그 근방에 절이 많았더군요.
불교의 나라라는 것을 글로만 읽었을 때와는 달리
이렇게 도표를 통해서 보니 감이 확 다르네요.
아이들을 위해서 작은 방을 마련하여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설명도 좋아서 안으로 들어가 잠시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일본 법륭사의 절을 짓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자니
아하,바로 저 곳을 이번 겨울에 여행가면 다시 가 볼 수 있겠구나
이번에는 준비를 많이 하고 가니 조금 다른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더구나 이 곳 절의 규모와 발굴과정에서 나온
전시물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오래 전 여행에서 느꼈던
무참함을 많이 덜어내고 갈 수 있는 여행이라 정말 좋군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이층으로 올라가니 복원해놓은 정림사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일탑 일금당 양식의 정림사가 그대로 지어진 것인데요
신기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느라 시간이 한없이 흘러갑니다.
그렇다면 욕심을 버리고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만큼 보자고
합의를 하고 설명을 하나 하나 읽어가면서 구경을 했지요.
부여에서 출토된 아주 다양한 유물을 만나고 있으니
부여 박물관에서 향로를 못 보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만족스럽다는 느낌입니다.
전시물을 다 보고 내려오니 발굴과정을 사진으로 찍어서
정성스럽게 전시를 했고 발굴당시의 장비와
글씨로 써놓은 기록도 전시가 되어 있네요.
이렇게 예상도 못 한 공간에서 만난 전시장에 감동을 하여
떠날 줄을 모르고 붙받이로 여러 시간을 보낸 것은
참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나가다가 보니 아참 아까 그 시인의 시집이 이 곳에 있다고 했지
생각이 나서 뮤지움 샵에 들어갔습니다.
시집을 찾아서 계백의 달이란 시를 읽어보니
좋습니다.그래서 각각 한 권씩을 사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백제 고도의 느낌을 살린 커피숍이 있네요.



창가에 먼저 자리잡고 앉은 클레어님의 모습을 한 컷
잡았습니다.
다가가서 자리에 앉아보니 정림사 오층석탑이 내려다보이네요.
그 곳을 바라보면서 싸고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웠지요.
안에 들어오니 전에 1500원이 약간 비싼듯한 입장료라고
말한 것을 취소해야 할 판입니다.
나와서 아까 그 시인 해설사를 다시 만나서 책에 싸인을
받고 물어보았지요.
정림사 오층석탑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줄 수 있는가고요
그랬더니 흔쾌히 좋다고 해서 탑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 곳은 기억속의 황량한 절터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 주로 학생들이 많이 견학을 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고
어른들도 군데 군데 있네요.


목탑에서 석탑으로 전환되던 시기의 탑
미륵사의 탑과 이 탑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냐 시기를 놓고
학계에서 아직도 논란이 있다고 하지만
제 눈에는 미륵사의 탑보다 이 탑의 세련미
눈으로 보는 맛이 더 좋아서 이 것이 더 후기의 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설을 들으면서 탑을 이리 저리 빙 둘러가면서 바라보니
느낌이 다르네요.

소정방이 이 곳 탑에다 나당연합군의 진격이후에
기록을 남김으로써 이 탑이 660년 이전에 세워진 탑이란 것이
밝혀졌다니 이것은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지요?
정림사란 이름으로 당시에도 불렸는지는 기록에 없다고 합니다.
다만 고려시대에는 그런 이름으로 불린 것이 기와에
명영되어서 지금까지도 정림사지 오층석탑으로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흔히 말빨이 세다는 표현을 하지요
바로 해설사에게도 그런 말을 붙일 수 있는 경우였는데요
한없이 이어지는 설명으로 인해
저는 덕분에 글로 읽고 간 지식이 점화되어 살이 되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지요.
탑을 다 보고 나서 탑뒤에 보이는 공간으로 가니
그 안에 석불이 있더군요.
그 공간은 석불을 보존한다는 의미로 지은 보존각이라고 하는데
안에서 제대로 설명을 들으면서 이리 저리 둘러보게 되는
부처님 상은 특별한 감흥을 불러 일으킵니다
뭐라고 할까요?
선이 흐르는 듯해서 마치 추상적인 조각품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시인의 입으로 나오는 설명을 들으면서 오늘의 인연이
새삼스럽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둑어둑합니다.
여섯시가 페관시간인데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는
관람객을 아는 해설사가 함께 있어서 불러내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던지 관리인 아저씨가 우리가 나오자 마자
문을 닫습니다.

낮에 들어갈 때 보던 정림사지 박물관 표시를
나올 때에는 훨씬 강한 인상으로 바라보게 되네요.
누구에겐지 모를 고맙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공간
체험,시간 체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바닥을 보니
그냥 깔아놓은 보도블럭이 아니라 백제 시대의 문양으로
가지런히 깔린 블럭을 보니 이것이 오늘의 백미로구나
공연히 감탄하는 마음으로 서성거리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