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어두워진 시간
그래도 이 곳까지만은 너무 아쉬워서 그렇다면
다른 코스는 다음으로 미루고
궁남지에만이라도 둘러보고 가자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 곳으로 가는 차속에서 일산에서 들고 내려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중의 하나인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들으니 참 색다른 느낌이네요.
슈베르트 시대에 가장 가까운 음색으로 된 악기로 연주된
이 음반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음반중의 하나인데
색다른 장소에서 색다른 느낌으로 들었습니다.
궁남지에 도착하니 벌써 어두운 공간
그런데 바람이 적당하여 팔에 와 닿는 느낌도 좋고
사람이 없는 아주 고즈녁한 공간이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좋은 장소에 저녁 시간 산책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야광모드로 바꾸고 사진을 조금 찍었습니다.

인공연못을 파고 이 곳에서 놀았을 옛 선조들
물론 판 사람들 따로 즐긴 사람들 따로이었겠지만
즐긴 사람들은 간 곳 없어도 판 사람들의 노력은 그대로
남아서 우리에게 장관을 선사하는구나 문득 그런 생각도
드네요.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저버린 연꽃으로
장관을 이루었을 공간이 상상이 됩니다.

내년 6-7월 궁남지에 연꽃이 만발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한 번 꼭 더 보러 오고 싶네요.
만발하기 전 ,오히려 절정이 오기전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지요?


카메라 안으로 들여다본 그 공간은 마치
모네의 그림속에 나오는 공간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둘이서 동시에 그런 이야기를 해서 웃기도 했습니다.


두 바퀴 정도 궁남지를 돌아서 산책을 하고
그 다음 부여에서 저녁을 먹고 각자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마땅한 음식점을 못 찾아서 그렇다면
그냥 대전으로 가자고 이야기가 되었지요.
덕분에 공주쪽으로 빠지다가 동학사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동학사,이상하게 대전근처를 자주 가게 되어도 그 절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세속화된 곳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도 절 근처에서 먹은 된장찌개백반은
동치미 맛이 깔끔하고 음식도 다양하게 나와서 좋았습니다.
유성터미널에서 차시간표를 보니 바로 일분후면
떠난다고 하네요.
시간이 모자라서 짤막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올라탄
버스에서는 뉴스를 통해 북한의 핵문제,공주 정신병원에서
불이 난 사건을 보도합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확 드네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일이라
그저 바라만 보게 되는 사안,그래도 조용했던 마음이
다시 복잡한 회오리바람이 부는 느낌이네요.
오랫만에 티브이 뉴스를 보다가 잠이 들어서
하루의 즐거운 고단함을 묻어버리고 나니
일산으로 오는 지하철안에서는 다시 몸이 깨어납니다.
들고 간 백제화원이란 소설을 펼쳤습니다.
일본인이 쓴 소설인데요 나라시대의 일본 천황가와
왕족들이 백제에서 옮겨간 사람들이란 점
그래서 그 시기 일본은 백제의 화원이었다는 점을
일본서기를 읽다가 알게 된 소설가가 쓴 책인데
시대가 바로 의자왕이 아직 왕자리에 있을 때의 시기를
다룬 책이지요.
옛 사비백제에서 놀다가 그 사람들이 일본의 나니와 지방에서
이루고 있는 세계를 엿보게 되니
이렇게해서 자연히 일본사의 한 시기로 여행을 하게 되네요.
역시 즐거운
그렇지만 정림사지 박물관과의 만남으로
정말 특별했던 금요일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공연히 마음이 부풀어오릅니다.
변화가 없는 듯 해도 조금씩 변화하는 세상을 만나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