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갑작스럽게 아이들이 둘다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밤새 고열과 구토로 고생하다 다음날 병원에 가니,
'뇌수막염' 진단을 받아 바로 입원을 하게 된 거지요.
입원해있는 일주일 동안,
병실에 갇혀서 링거병을 옆에 달고 다녀야하는 아이들은 정말 지루해 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입원 이틀째가 지나자, 그동안 참았던 식욕이 마구 꿈틀거리는 아이들.
밥때가 되지도 않았는데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쳐댔습니다.
하루는,
저녁 때 퇴근한 아빠와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분식점에서 사온 간단한 김밥 몇 줄과 병원식이 메뉴였지요.
"아빠, 가게에서 파는 김밥 말고 집에서 만든 김밥이 먹고 싶어요."
"그래?... 나중에 엄마한테 꼭 만들어달라고 하자."
"난 지금 먹고 싶은데..."
애들 퇴원하기 하루 전날,
새벽같이 남편이 병실에 들렀습니다.
그리고는 작은 찬합통 하나를 건네주는 겁니다.
"이게 뭐야?"
"김밥이야. 애들 먹여."
"어디서 났어?"
"이 새벽에 어디서 났겠어? 그냥 만들어 봤으니깐 트집잡지 말고 먹어."
"......"
찬합 뚜껑을 여는 순간의 그 찡한 감동이란...
그 속엔 옆구리가 여기저기 터진, 뻐얼건 김밥들이 들어있었습니다.
단무지 대신 넣은 짠무김치,
통조림 국물이 촉촉히 묻어있는 참치,
계란지단과 어묵...
근데,
가운데 맛살 비슷한 하얀재료가 들어있는데, 도무지 모르겠더라구요.
"이건 뭐야?"
"응, 냉동실 뒤져보니 절편(골무떡)이 있길래 전자렌지에 데워서 쌌어."
ㅎㅎㅎ
애들또한 감격해하며 먹었습니다.
여지껏, 아빠가 만든 김밥을 한 번도 먹어본 일이 없었으니깐요.
"근데 아빠, 김밥이 좀 짜요."
"그냥 물이랑 같이 먹어. 그래서 일부러 아빠가 떡이랑 같이 싼 거야. ㅎㅎㅎ"
그날 우리는,
아빠가 만든 사랑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짭짤하면서도 속에 들어있는 젎편처럼 쫄깃쫄깃한 사랑을...^^
옆구리가 조금 터져서 민망하긴 했지만서두. ㅎㅎㅎ

까망 총총
김밥 - 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