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불어 모임에 온 마리포사님이 내민 한 장의 음반에는 춤추는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음반의 제목은 pina 지금은 고인이 된 그녀의 춤에 동반되는 음악을 모은 음반인 모양이고요
그 아래에는
tanzt, tanzt
sonst sind wir verloren이란 말이 씌여져 잇네요.
춤추라, 춤추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길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독일어로 적어 놓은 글씨의 내용을 이해한 것이 기쁘긴 했지만
춤추지 않으면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경지에 도달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수업중에 다루는 내용이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표현이 )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사전과
네이버 사전의 도움으로 맡은 부분은 어찌 어찌 따라가는 정도로 수업을 함께 하고 있지만 혼자서라면 불가능할 미션을
하께 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마음 깊숙히 느끼는 시간입니다.
수업을 마치고는 함께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의 불어판 책을 검토했습니다 .읽을 수 있겠는가 하고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번역자의 이름이 없는 것을 보면 곰브리치가 불어판을 스스로 썼다는 말이 되는데 그는 영어판에 이어서
불어판의 내용을 쓸 정도로 불어를 했단 말인가 놀라기도 하고, 그렇다면 아무래도 너무 어려워서 손을 못 댈 정도는 아니겠구나
안심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너무 두꺼워서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인데 앞으로 10년은 함께 공부하지 않을까 그러니
그냥 해보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의견도 나왔고요.
발제를 맡으면 내용이외에도 꼼꼼하게 주변 자료를 찾아오는 마리포사님, 그녀의 그런 성격때문에 분량을 많이 맡지 않으려 하지만
덕분에 우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주워듣게 되어서 기쁜 마음으로 내용을 보충하게 됩니다. 발제도 번역도 그 사람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집에 와서 음반을 듣고 있습니다.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라고 해도 노래가 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마치 다른 세상속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기분이 드는군요. 밤에 불을 다 끄고 마루에 누워서 듣는 기분은 어떤가 상상을 하게 되기도 하고
음악에 젖으면 둔한 몸이라도 춤을 추고 싶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그녀가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 참석한 뒤
독일어를 모르지만 반가운 이름에 끌려서 구해 왔다는 귀한 음반이 제게까지 차례가 온 것인데요, 이번 4월에 문화재 공부를 함께
하는 멤버들과 터키 여행을 떠나는 이 미원씨는 (그녀는 우리 불어 모임의 리더랍니다.) 어떤 음반을 들고 오게 될까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음악을 듣다보니 춤을 출 수는 없지만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일어섭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운동하러 일찍 나가라는 몸의 신호가
오는 듯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