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시작한 운동을 상당히 오랫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연말 여행할 때가 다 되어가니
시간적으로도 그리고 겨울이 되니 꾀가 나기도 해서 여행 다녀와서 다시 등록해야지 마음먹고 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먹는 것과 실제로 가는 것 사이의 그 먼 거리라니요!!
미루고 미루다가 급기야는 함께 공부하는 학생인 노다윤에게 선생님 요새 왜 운동을 하지 않으세요? 여러 번 날카로운 질문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못 가고 있는 자신에게 핑계를 대보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하던 중
몸은 점점 둔해지고 그동안 노력해서 조절하던 몸무게도 슬금슬금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작년 봄 제게 운동할 계기를 주었던 초록별님과 지난 목요일 수업 끝나고 점심을 먹던 중 마음을 굳히고 부탁을 했습니다.
다음 주 부터 운동하러 갈테니 미리 지나는 길에 등록을 대신 해달라고요. 그렇게 강제적으로 등록을 해놓지 않으면
역시 차일피일 미루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거든요.
드디어 오늘 불어 수업끝나고 , 집에 들어와서 피아노 연습을 한 다음 마음먹고 운동하러 나선 길, 대화도서관에 잠깐 들러야지
꼭 필요한 책만 대출하고 바로 운동하러 가야지 . 그렇게 마음을 먹었건만 도서관에 가니 갈 때의 생각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고
여기 저기 서가를 들락거리다 보니 상당히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가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또 마음속에서 유혹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제가 스스로 만드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쁜 유혹자의 목소리처럼 느끼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묘한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일단 가서 인사라도 하고, 단 30분이라도 해보자고 발걸음을 재촉해서 체력단련장에 들어서니
오랫만에 보는 회원들이 농담을 해가면서 반겨주네요.
문제는 일단 신을 갈아신은 다음부터입니다.
그동안 여러 달 쉬었다는 것을 몸이 증거가 되어서 도저히 이전의 체력을 보여주지 않는 겁니다 .아하, 소리가 절로 나는 시간
덕분에 정신이 확 들어서 40분 정도 운동하고 나서는 길에 공연히 뒷골이 땅기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진을 올리다보니 그림속의 그녀가 벤자민 프랭클린의 딸이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
오늘 많이 놀라서 한동안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다니겠지만 또 언제 마음이 변덕을 부리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쉬고 나면 그 자리가 아니라 훨씬 뒤로 돌아가서 퇴보해버렸던 오늘의 놀라움을 기억하면 제어가 될까요?
사람이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라면 무슨 문제가 있을꼬 싶네요.
오늘 불문과를 졸업하고 20년 정도 지나서 불어모임에 처음 참석한 한 진순씨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네요. 머리속에 나는 지진을 삼 사개월 견디면 아무래도
전공한 사람이니 쉽게 회복될 것이라고 위로를 했는데 그 위로를 제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습니다.
지난 해 몇 달 동안 운동한 것이 몸이 기억하고 있을거야.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일단 한 발 내딛어봐. 그러면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이고 언젠가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러 가게 될거야.
쉬었다가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은 우리 안에 무엇인가 재출발을 가로막는 마음속의 방어기제가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보는 하루였습니다.
(위에서 몇 그림은 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인데요 첫 작품을 보고는 어라, 벨라스케스 풍이라고 하기엔 뭔가 다르네
그렇게 느꼈던 미술관에서의 느낌이 떠오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