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다시 시작하는 일의 어려움

| 조회수 : 1,083 | 추천수 : 1
작성일 : 2012-03-13 00:45:15

지난 봄에 시작한 운동을 상당히 오랫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연말 여행할 때가 다 되어가니

 

시간적으로도 그리고 겨울이 되니 꾀가 나기도 해서 여행 다녀와서 다시 등록해야지 마음먹고 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먹는 것과 실제로 가는 것 사이의 그 먼 거리라니요!!

 

미루고 미루다가 급기야는 함께 공부하는 학생인 노다윤에게 선생님 요새 왜 운동을 하지 않으세요? 여러 번 날카로운 질문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못 가고 있는 자신에게 핑계를 대보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하던 중

 

몸은 점점 둔해지고 그동안 노력해서 조절하던 몸무게도 슬금슬금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더라고요.

 

작년 봄 제게 운동할 계기를 주었던 초록별님과 지난 목요일 수업 끝나고 점심을 먹던 중 마음을 굳히고 부탁을 했습니다.

 

다음 주 부터 운동하러 갈테니 미리  지나는 길에 등록을 대신 해달라고요. 그렇게 강제적으로 등록을 해놓지 않으면

 

역시 차일피일 미루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거든요.

 

드디어 오늘 불어 수업끝나고 , 집에 들어와서 피아노 연습을 한 다음 마음먹고 운동하러 나선 길, 대화도서관에 잠깐 들러야지

 

꼭 필요한 책만 대출하고 바로 운동하러 가야지 . 그렇게 마음을 먹었건만 도서관에 가니 갈 때의 생각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고

 

여기 저기 서가를 들락거리다 보니 상당히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가야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또 마음속에서 유혹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제가 스스로 만드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쁜 유혹자의 목소리처럼 느끼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묘한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부족해도 일단 가서 인사라도 하고, 단 30분이라도 해보자고 발걸음을 재촉해서 체력단련장에 들어서니

 

오랫만에 보는 회원들이 농담을 해가면서 반겨주네요.

 

문제는 일단 신을 갈아신은 다음부터입니다.

 

그동안 여러 달 쉬었다는 것을 몸이 증거가 되어서 도저히 이전의 체력을 보여주지 않는 겁니다 .아하, 소리가 절로 나는 시간

 

덕분에 정신이 확 들어서 40분 정도 운동하고 나서는 길에 공연히 뒷골이 땅기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사진을 올리다보니 그림속의 그녀가 벤자민 프랭클린의 딸이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

 

오늘 많이 놀라서 한동안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다니겠지만 또 언제 마음이 변덕을 부리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쉬고 나면 그 자리가 아니라 훨씬 뒤로 돌아가서 퇴보해버렸던 오늘의 놀라움을 기억하면 제어가 될까요?

 

사람이 그렇게 이성적인 존재라면 무슨 문제가 있을꼬 싶네요.

 

오늘 불문과를 졸업하고 20년 정도 지나서 불어모임에 처음 참석한 한 진순씨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네요. 머리속에 나는 지진을 삼 사개월 견디면 아무래도

 

전공한 사람이니 쉽게 회복될 것이라고 위로를 했는데 그 위로를 제 자신에게도 들려주고 싶습니다.

 

지난 해 몇 달 동안 운동한 것이 몸이 기억하고 있을거야.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일단 한 발 내딛어봐. 그러면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이고 언젠가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러 가게 될거야. 

 

쉬었다가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은 우리 안에 무엇인가 재출발을 가로막는 마음속의 방어기제가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보는 하루였습니다.

 

(위에서 몇 그림은 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인데요 첫 작품을 보고는 어라, 벨라스케스 풍이라고 하기엔 뭔가 다르네

 

그렇게 느꼈던 미술관에서의 느낌이 떠오르네요 )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달걀지단
    '12.3.16 4:13 AM

    저도 요즘 좀 게을러 졌는데 다시 노력해야겠어요.
    지속적으로 누가 나태해졌을 때 한마디씩 던져주면 좋겠어요.
    바로 바로 자극이 되니까요

  • intotheself
    '12.3.16 11:17 AM

    다른 사람의 지적도 자극이 되지만

    자신의 마음속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노력도 필요하더라고요

    늘 누군가가 옆에서 이야기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마음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일에 마음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더 절실하게 하게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5825 담양에 있는 가사문학관입니다. 3 초록세움 2012.03.19 1,764 0
15824 ‘공부 못하는 제자’에게 ―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 14 바람처럼 2012.03.18 7,166 0
15823 벽걸이 tv 장만 5 하늘담 2012.03.18 2,199 1
15822 이 책-자전거 건축 기행 2 intotheself 2012.03.17 1,455 2
15821 풍경사진 네번째 3 둥이모친 2012.03.16 3,678 1
15820 햇살이 따사롭던 봄날의 일상 12 제주/안나돌리 2012.03.16 3,309 1
15819 풍경사진 세번째 3 둥이모친 2012.03.16 2,259 2
15818 집주변 풍경사진 두번째 둥이모친 2012.03.16 2,004 2
15817 집 주변의 사계절 몽땅 2 둥이모친 2012.03.16 1,729 0
15816 금요일 아침, 잭슨 폴락의 그림을 보다 3 intotheself 2012.03.16 1,384 0
15815 오랜만에 웅진플레이도시 다녀왔음당 >.&lt.. 마암 2012.03.16 1,129 0
15814 유모레스크의 고비를 넘기다 intotheself 2012.03.15 988 0
15813 청산도풍경/냉이와 봄동이... 12 냉이맘 2012.03.14 2,578 0
15812 아침에 일어나 주방에 나오니 7 페스토 2012.03.14 4,803 1
15811 일본문화사 첫 수업을 시작하다 4 intotheself 2012.03.13 1,209 1
15810 춘란 구경하세요 2 진도아줌마 2012.03.13 2,241 0
15809 경주 벚꽃길 3 도래샘 2012.03.13 2,376 0
15808 청산도풍경/driftwood(流木)을 아시나요? 5 냉이맘 2012.03.13 1,629 0
15807 그는.. 푸우 2012.03.13 1,449 0
15806 다시 시작하는 일의 어려움 2 intotheself 2012.03.13 1,083 1
15805 불편한 진실을 깨달은 고양이 3 깍쟁이 2012.03.12 3,133 1
15804 책 읽기 방법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27 바람처럼 2012.03.12 5,122 0
15803 청산도풍경/청산도매운마늘과 쌀보리가 잘 자라고있습니다. 6 냉이맘 2012.03.12 2,861 0
15802 제주 서귀포의 봄 1 탐랑 2012.03.12 1,494 0
15801 2003년 이후 주택담보대출 받으신분들 근저당설정비 환급 2 송이버섯 2012.03.12 1,82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