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레스크의 고비를 넘기다니, 무슨 이런 야릇한 제목이 있는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앗 나도 그런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는데 회상에 잠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네요.
바이올린을 시작한지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올해 들어서 스즈키 3번을 연습중입니다 .그런데 먼저 배운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유모레스크가 고비라는 겁니다.
지난 주 악보를 처음 보면서 악 소리가 났습니다. 과연 마지막까지 연습이 가능할까 갑자기 기가 꺽이는 기분이 들었지요.
선생님도 한 번에 초견을 다 해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는지 우선 두 줄만 보자고 합니다.
두 줄의 가락을 먼저 선보여주시고 제가 따라서 해보고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일단 실마리만 풀고 온 상태에서
밤에 연습해보니 도저히 이 소리는 아닌데, 자주 손이 꼬이는 것은 어디가 잘못된 것인가 고민입니다.
(첫 작품은 레이놀즈의 그림이고요 두 번째가 게인즈보로입니다 .)
고민하던 중 마침 목요일 밤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모니카님께 부탁을 했지요. (그녀도 역시 바이올린을 배우는 중이고 한 달 정도의
연습으로 유모레스크가 끝났다고 해서요 ) 개인적으로 코치를 받아서 조금 낫다고 해도 역시 다음에 해보니 뭔가 부족한 상태에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악보를 조금씩 더 보았습니다.
드디어 수요일 렛슨 시간, 마음 불편한 곡부터 먼저 레슨을 받겠다고 자청해서 유모레스크의 악보를 보던 중 이게 무슨 조화속이던지요!!
그렇게 고민하던 부분이 선생님의 시범으로 한 두 차례 , 그리고 박자를 넣어서 도와주는 과정에서 한 두 차례 이렇게 하다보니
저절로 해결이 되고 그냥 다음 이어서 악보를 보겠다고 했지요. 그리곤 무사히 끝까지 한 번 다 초견을 마무리했습니다.
미리 악보를 보셨지요? 하고 선생님이 묻습니다. 어떻게 알았느냐고 하니까 미리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렇게 끝까지 악보 보는 것이
어려운 곡이라고 칭찬을 해주시네요.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기분이 좋아져서 나머지 곡은 정말 즐겁게 마무리하고
나서는 길, 유모레스크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바이올린 앞에서 고민하던 것들이 갑자기 녹아버리는 기분이 들어서 신기하더라고요.
앞으로도 새로운 악보를 볼 때마다 얼마나 고민을 할 것인가 눈앞에 불보듯 뻔하지만 그래도 유모레스크의 고비를 하나 넘기고 나니
갑자기 마음에 불이 붙는 기분이네요. 조금 더 연습해보고 싶고 새로운 곡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스즈키 4권까지 무사히 연습을 계속할 수 있다면 어느 한 해 여행을 쉬고, 그 비용으로 평생 쓸 악기를 구하겠노라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 때 어느 정도 길을 잘 들여놓고 있는 제 악기가 누군가가 새로 바이올린을 시작할 작은 선물이 될 수 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이상하게 한 주 동안 소리를 맞추지 않아도 줄이 잘 풀리지 않아서 선생님도 신기해하는 악기라서요.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겐 부담이
덜 한 악기가 될 것 같고 그리고 누군가 그 악기로 바이올린에 맛을 들이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선물하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그런 증여를 생각만해도 저절로 바이올린 연습에 기운이 솟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