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특히 서귀포는 제주시에 비해 눈도 잘 안오지만
눈이 오기라도 하면 눈이 오면서 금새 녹아요~
제가 사는 농가집도 중산간인데
눈이 쌓이는 걸 보기가 어렵답니다.^^
그런 서귀포에서 눈사람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인데
지난 주 김영갑 갤러리엘 갔다가 누군가가 눈사람을
만들다 두고 갔길래 나뭇가지로 얼굴 표정 만들어 주고
열매가지 머리에 꽂으며 한컷 담아 보았답니다.ㅎㅎㅎ
그리고 어제 제주에 눈이 아주 많이 내렸어요~
제가 동호회사진전시 준비관계로 제주 시청앞에 갔다가
어제 밤늦게 사지를 넘나들며 516도로를 넘어 집엘 왔답니다.
제주도는 동서남북 날씨가 아주 다르고 또 바닷가와
해안쪽 날씨가 순간 순간 다르답니다.
몇번씩 그걸 경험하고도 늘 황당한 일이 되곤 하네요~
어제도...남편은 여기 남원은 눈안온다고 하는데
제주시 시청앞쪽은 빙판에다가
하염없이 눈이 내려 쌓이는데...
S자 도로로 유명난 516도로를 넘어 집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었죠^^
남편은 모...못 들어오면 할수없지~! 하는데
열받아서 내가 기필코 사지(?)를 넘으리라 하고는...ㅎㅎㅎ
시청앞에서 516 시외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어쩜 제주도에 이렇게 눈이 쏟아지다니~!
차가 끊긴 것은 아닌가 싶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차가 다닌다네요~@@
정말 그 상황이 신기했습니다.
드뎌~ 십여분이 지나 버스가 오고
제가 버스를 타면 앞자리에 앉아 제주 풍광
즐기는 게 뚜벅이의 또 하나의 낙인데....
어제만큼은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운전좌석
3번째 자리에 앉아 앉자마자 안전벨트 장착하공^^
슬금슬금 기는 버스를 타고 앉아 창밖을 내다보니
버스 한대가 도로변으로 비스듬히 정차되어 있는 걸 보니
미끄러져서 손님들 다 내리고 있는 빈 버스더라구요^^
다시 한번 내가 오늘 이 세상을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내 믿는 부처님 보살님께 간절히 기도도 했답니다.ㅎㅎ
정말 눈앞이 보이지 않게 눈보라가 치는 데
도로변 쌓인 눈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은 마치
해무가 올라 오는 듯 환상이더만요~ㅋㅋ
살아 돌아오니 이렇게 웃음도 납니다.
아직까지 슬슬 잘 기어가던 버스가 약간 미끈덩 하더만
버스가 서고 운전기사님이 내립니다.
아~ 뭔 일 났고나 싶었는데 체인을 채우고 왔는 지
다시 기사님 운전 시동 걸더만, 다시 내려 손을 보고 올라 오시네요~
다시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라구요~
진심으로 내 살면서 상처준 이들에게 용서의 기도했슴다...!
버스가 이제 성판악을 향해 올라 가는 데
눈보라는 전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제는 그 사지속을 운전하시는 기사님이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이더만, 잠시 후엔 그 버스에
탑승한 많은 승객들 조차도 위대해 보였습니다.
손에 땀이 나고 온몸이 경직되었지만
그래~ 저리 힘들게 운전하시는 분도 계신데
거기에 안전 운전하시라는 힘 보태고 믿고 맡기자...
그리 생각했더니, 마음이 평온해 집니다.^^
확실히 모든 게 마음먹기 달린 것 같더라구요^^
도로는 아예 보이지 않고 수북이 쌓인 눈길에
어쩌다 한대씩 지나간 차바퀴와 헤드라이트에 보이는 눈보라속에
성판악을 넘어서서 차가 내려 가는 데 이젠 조금 안전해 보이고
실시간 남편과의 통화속엔 남원 울집 근처에 눈이 안 온다는
참으로 믿기기 힘든 상황이어서 일단 남편보고 시내쪽인
토평동쪽으로 나오라고 하고...버스가 돈내코 부근을 지날 때도
그 통화에 전 믿음을 모두 실었었는 데...
돈내코(입석동)에서 그 다음 정거장이 늘 제가 하차하는
하례리로 버스가 달리면서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언제 눈왔냐는 듯
하늘에 달이 둥실뜨고 구름이 잔잔히 깔려 있네요~~허허허....허허
마치 뭔 꿈을 꾼 듯 허무하기 까정 하더라구요~!
진심으로 그 힘든 운전을 하신 기사님께
감사하다는 인사 를 드리고 하차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기상상태에서 버스가 운행이 되고 그 버스를 탄
저나 승객들도 참으로 기이한 일로 기억될 듯 싶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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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주 어리목에서 윗세오름가는 길목에서 담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