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수업 다섯번째 날, 바깥 날씨는 대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사를 들으려고 모여 든 사람들의 열기를
막지는 못 할 정도였습니다.
현대 건축의 마지막 단계, 모더니즘에 반하는 새로운 건축의 출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건축사를 알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결국은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니
역사를 아는 노력이 필요하고 현대건축을 알기 위해서는 현대인의 삶의 변화를 알아야 하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것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니 귀찮을 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와서 신선한 자극이 기다리고 있네요.
건축사수업을 마치고 안도 다다오 책을 한 권 빌려와서 읽다보니 갑자기 모마에서 보던 건축 도면을 마저 보고 싶어졌습니다.
지금 본다고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눈으로 이미 조금은 익숙해진 건축가의 이름을 읽어가면서 보는 맛이 있더라고요.
사람의 눈이 중립적이 아니란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늘 지나다니던 거리인데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는 것
거리는 그대로이겠지만 달라진 눈으로 보니 새롭게 느껴지고 신선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런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것은
몰론 어느 날 저절로 오는 현상은 아니겠지요?
오늘 건축사 끝나고 밥을 먹는 자리에서 어른, 특히 노인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젊은 사람들과의 사이에 나이로 인한 권력관계가 생기기 때문에 이 쪽에서 부탁하면 젊은 사람들이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못한다, 그러니 이것 저것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일을 말아야 한다는 말이 제겐 화살처럼 와 닿았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양새가 다 다르지요. 공통점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어도 각자가 처한 상황, 그것을 풀어가는 모습이
달라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과연 그럴까, 왜 그렇게 할까 제 생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그렇게 비칠 수가 있겠구나, 그러니 누구의 자로 보는 가에 따라서
한 사람의 인생도 얼마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 날,
돌아와서 보기 시작한 나,건축가 안도 다다오라는 책에서 그가 일을 배우러 들어오는 대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사회의 동력으로 키워 나가야 할 학생들에게 존대를 쓸 것, 그들이 정말 도움이 되는 일들을 배우도록 배려할 것, 일 할 자세가 된 사람들에는
한 일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줄 것,
아마 아침 신문에서 읽은 인턴 제도의 허와 실에 대한 기사가 마음에 남아 있어서 더 강렬한 느낌을 주었는지도 모릅니다.
일정 정도 인생을 살고 나면 지혜가 쌓여서 근사한 노년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던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는 것, 과연 끝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게 수명이 늘어가는 것을 기뻐할 수 있는 것일까 마음속에 들어찬 불안에
대한 것도 , 가족 구성원의 삶이 변화하게 되면 그것에 맞추어 나의 삶은 공간부터 시작해서 어떤 식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좋을까
머릿속으로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오르지만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노력은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오늘은 건축사 수업도 수업이지만 after로 밥먹는 시간에 더 많은 생각이 촉발된 날이어서 그런지
돌아와서도 자꾸 생각은 그 쪽으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더 매일이 새로운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