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건축사 수업이 끝나고 강사인 지혜나무님이 제게 건넨 책입니다.
사실은 살까 말까 망서리다가 다른 책에 밀려서 다음 기회에 하고 마음에 꼽아 놓은 책이라서 더 반가웠지요.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만나기 전에 이미 도쿄의 미술관에 관한 책을 두 권 읽으면서 그 안에서 건축 이야기를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덕분에 이번 가을로 잡고 있는 도쿄 여행에서 미술관만이 아니라 보고 싶은 장소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요.
어제 낮에 집에 들어와서 읽기 시작한 책, 시간나는 대로 읽다가 밤에 들고 들어와서 새벽 두 시까지 계속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강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건축가가 쓴 글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신기하더라고요.
한 사람이 건축가로 성장하는 과정, 사고의 변화, 환경에 대한 태도, 자신이 사는 곳과 다른 지역에 가서 어떻게 그 곳을 느끼고
상대적인 감각을 획득하면서 건축을 하는가, 후배를 어떻게 키우는가, 이런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차례로 나와서 읽기를 멈추기가 어려웠지요.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은 한 사람의 인생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와 만나는 것이란 생각을 매번 하게 됩니다.
가보고 싶은 곳, 더 읽고 싶은 책, 그 안에서 만나는 인간에 대한 상상, 이런 것들이 그 이전의 나와 그 이후의 나를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고요.
나오시마 섬에 가보고 싶다, 이런 소망을 갖게 된 것도 어제 책읽기의 선물이네요.
어떤 공간에서 살고 싶은가, 그런 문제를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그 공간이 그저 밖에서 주어지기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실제로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것도 혼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자꾸 공론화해서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내가 원하는 것과 현실화 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격을 줄여가는 노력에 주목하게 되기도 하고요.
미술이나 음악 여행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았어도 건축기행이란 제겐 참 생소한 영역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속에
가고 싶은 장소, 가서 눈으로 보고 싶고 마음에 담고 싶은 장소들이 차곡차곡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읽고 나니 다음 책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서점의 신간소개에서 만났던 두 번째 이야기. 그 안에서 저자는 어떻게 달라지고 무엇을 생각해서 표현했을까?
아침에 전화 통화하면서 지혜나무님께 그 다음에 소개하고 싶은 건축 책을 물으니 여러권의 책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빌려줄 수 있는 것은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없는 책은 내 쪽에서 사서 읽고 돌려보기로 했지요.
가까이에 살면서 이렇게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의 고마움과 즐거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