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찌개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나이가 좀 들고부터다. 40대 이전에는 청국장 찌개를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먹지 않았다. 신기한 건,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김치찌개는 변함없이 좋아한다. 그런데, 된장찌개나 청국장 찌개는 나이 들어서 좋아지기 시작했다.
나이 들면 몸에서 바라는 음식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한 가지 예로, 라면을 예전보다 거의 먹지 않게 되었다. 아주 가끔 라면이 먹고 싶을 때가 있지만, 빈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 의도적으로 외면하기도 하지만, 라면, 과자 같은 음식은 거의 입에 대지 않게 된다.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않는 대신 과일과 채소를 더 먹으려 노력한다. 청국장 찌개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끌리는 음식이다. 며칠 전, 이웃 모임에서 김선생님이 직접 담근 된장과 청국장을 나눠주셨다. 오늘 점심으로 청국장 찌개를 끓였다.
먼저, 청국장 육수를 내는데, 북어, 멸치, 말린 표고버섯을 넣고 국물을 진하게 우렸다.
청국장에 고기를 따로 넣지 않아도 되는데, 마침 돼지고기가 있어서 같이 넣었다. 이때 돼지고기를 따로 삶아서 이물질을 모두 걷어내고, 고기만 따로 건져서 넣었다. 청국장에는 돼지고기보다는 쇠고기가 더 어울린다.
김장김치를 잘게 썰어 놓고, 두부도 준비한다.
감자도 얇게 썰어 놓는다.
육수를 낸 건더기(북어, 멸치, 말린 표고버섯)를 모두 건져내고, 감자와 김치, 삶은 돼지고기를 넣는다. 한소큼 끓으면 청국장을 넣고, 다진 마늘, 고추가루나 다진 청양고추를 넣는다. 청국장은 심심해서 간을 맞추려면 된장을 조금 넣는다. 약간 싱거운듯 먹는 것이 더 맛있다.
청국장 찌개는 국물이 많지 않게, 국물보다는 건더기 비율이 많은 듯 끓인다. 간을 심심하게 하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만, 청국장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끓였지만, 청국장 찌개는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