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중고 때 친구들을 집을 데려와 본적이 없어요.
엄마가 집에서 바느질(한복)을 하셨는데 본능적으로 친구를 데리고 오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나 봐요.
엄마가 힘드니 안 데리고 온다는 효심보다는 혼나니까 안 데리고 왔다는 것이 더 맞았을 거에요.
실제로 데려와 본적이 없어서 혼나본 적은 없어요.. 그냥 그렇게 생각했지요.
엄마는 제가 기억할 때 너무너무 따듯하고 그런 분은 아니셨어요.
생활의 무게가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겠죠.
어릴적에 아빠는 요양으로 그다지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셨고
엄마가 매일 밤 늦게까지 바느질을 하셨거든요.
겁이 많은 엄마는 단칸방 앞을 높여 만든 마루에서 밤에 일하시는 걸 무서워 하셨던 것 같아요.
잠든 저를 이불에 폭 싸서 엄마 앞에 옮겨 두고 밤새 미싱과 손바느질을 하셨지요.
겨울에는 난로가 있는 쪽은 뜨거운데 반대쪽 귀는 너무 차가워서 잠에서 깨곤 했어요.
그러면 엄마는 우유나 빵 하나를 주곤 하셨죠.
당시 아빠가 매일 저녁 교회에서 하는 교육을 받고 계셨는데 거기서 나오는 간식이었어요.
매일 빵과 우유를 하나는 언니를 주고 하나는 저를 주셨어요.
엄마는 매일매일 일로 지쳐계셨고 도시락 반찬도 김치나 콩나물 무침 하나씩 번갈아 가면서
싸주시는 것도 힘들 정도로 어려웠지만 매일 주말 점심에는 특별한 음식을 해주셨어요.
잔치국수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멸치와 감자, 양파로 진한 육수를 내고 맛있는 양념장을 얹어 주셨죠.
그런데 저는 잔치국수보다 비빔국수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엄마는 꼭 두가지를 만드셨어요.
매일매일 너무 바빠서 도시락도 늘 한가지 반찬만 싸주던 엄마인데 저만을 위해 만들어 주신거에요..
항상 바쁘고 빠듯한 살림에 막내딸이라고 따로 귀염이나 칭찬을 받아본적 없었고
특히 내거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는 저에게 저만을 위해 엄마가 따로 해주는 비빔국수가 너무 좋았어요.
문을 지나 마루를 건너 단칸방을 지나서 조끄맣게 부뚜막이 있는 부엌에서
엄마가 육수내고 양념장을 만들면 늘 가슴 두근거리면서 기다렸죠.
엄마가 비빔국수도 만들어줄까? 아니면 물국수만 해줄까?
김치를 꺼내 송송다지고 고춧가루 마늘다진거 넣고 오이도 가늘게 채 썰명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마음 한구석에 엄마가 따듯하게 기억되는 건 이 비빔국수 때문이에요.
나만을 위한 엄마의 특별한 음식.
임신하고 멀리 떨어진 이곳 더운나라에서 먹고 싶던 건
그 겨울 차가운 공기속에 맛 보던 우유와 뻑뻑한 빵..
그리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엄마가 나만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양념해준 비빔국수에요.
이젠 나이드신 엄마는 제가 비빔국수만 먹는줄 알아요.
한국에가면 매일 점심에 해주시요. 나이드신 엄마가 해주는 짜디짠 비빔국수 오래 먹을 수 있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