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82 쿡 이모 누나 친구들 .
날씨가 매일매일 추워지네요 . 무슨 감기인지 주변에 목소리를 잃은 사람이 여럿인데 , 다들 감기 조심하셔요 . 메밀차 마시며 일주일 밥 보고합니다 .
< 장조림조림 ?>
저는 사춘기에 엄마랑 사이가 아주 나빴습니다 . 유명했죠 ... 내성적이고 예민한 것이 엄마와 저는 꼭 닮아서 , 한 번 다투고 나면 서로 다가서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발만 구르며 점점 사이 나쁜 모자간이 되었어요 . 분명 애정은 있는데 그걸 깎느라 부스러기만 쌓여버린 시간이죠 . 그러다 학부를 졸업하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 , 저도 너무 어리진 않고 엄마도 너무 젊진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 오랜 시간 깎고 깎아내도 남은 것들을 이만하면 되었지 ? 하고 스스럼없이 건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렇게 미뤄둔 화해를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
그렇게 쌓여 온 것들을 하나 둘 사과하게 되었는데요 . 사과라는 게 받는 사람은 이미 그것을 멀리에 두고 와서 별 감흥이 없는데 , 사과하는 사람이 신나는 법인가봐요 . 어떤 일들은 오랫동안 목과 척추를 짓이겨 사람을 구부정하게 만들기도 하고 , 어떤 일들은 박혀있었는지도 모를 잔가시만한 것이었지만 , 어쨌든 엄마랑 마주앉아서 언젠가의 푸념을 나누고 있노라면 서로 얼굴이 편해지더라고요 . 각자의 잘못을 이제와 들추고 있는 상황인데 , 스트레칭 같은 사과를 하면서 너 그랬니 네 그랬어요 깔깔 웃는 얼굴로 서로 흉을 보는 요상한 장면인 것이죠 ...
지난 귀향길에 엄마가 반찬으로 장조림을 싸 주셨는데 , 요즘 속말을 쉬이 꺼내던 차에 튀어나온 말이 , 엄마 근데 엄마 장조림 진짜 맛없었어 . 당황한 엄마가 어 아니 그래 그게 너희 아빠는 맨날 맛있다는데 , 했더니 저기서 아버지는 헛기침만 하시고 ... 거짓도 쌓이면 무거운 것이라 구지 짐보따리에 거짓 하나 보태야 하나 싶어 무심코 먹을 만은 한데 고기를 더 푹 삶거나 더 잘게 찢어주면 좋겠어 , 장도 더 달고 매웠으면 좋겠고 , 라고 말하다가 엄마랑 서로 뜨거운 낯을 마주하고 그냥 다음에 내가 와서 해줄게 , 라고 덧붙였어요 . 이게 되게 무례한 일일수도 있지만 , 여태 깃털만한 속마음도 얹는 것이 무거워 차라리 버려버렸던 엄마와 저의 짐이 요만큼은 가벼워졌구나 싶었던 순간이어서 , 맛없는 장조림을 챙겨 넣으며 또 엄마와 낄낄 웃었다는 장조림의 추억입니다 .
아무튼 그래서 저는 이 퍽퍽하고 짜기만 한 장조림을 한 번 더 삶고 감자와 다른 채소들과 조미료를 넣고 졸여 장조림을 다시 조린 장조림조림 ? 을 만들어 먹었고요 ...
< 집에서 만든 맥모닝 >
스스로 밥을 만든 이후로 밖에서 끼니용 식사를 먹는 비율 , 특히 패스트푸드를 먹는 기회가 현저히 줄었는데요 . 그 중에 제가 맥모닝을 엄청 좋아했던지라 . 땡기는 날 그냥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 ...
< 시금치파스타 >
시장에 장을 보러 가면 아는 게 없으니까 이걸 어떻게 해먹는 건지도 모르면서 일단 사들고 오는 것들이 대부분인데요 . 맨날 누가 무쳐놓은 것만 봐서 , 시금치가 이렇게 풀다운 풀인줄은 처음 알았네요 ... 하 , 시장은 넓고 재료는 많네요 .
이걸 어찌 먹을까 궁리하다가 , 갈아서 시금치크림소스를 만들어서 파스타를 만들었는데 , 아주아주 맛있었어요 . 건강해지는 느낌 , 제가 스스로 저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습니다 어머니 ! 문제는 만들고 보니 초록색이 너무 예뻐서 , 다른 색깔 요리도 만들어 보자 ! 라는 또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인데 ,
< 도넛함박 >
일단 소스는 그래서 빨간 것들을 갈아서 예쁜 색과 맛이 나왔고요 . 전에도 남은 고기로 함박을 만들어 봤었는데 , 은근 속과 겉을 알맞게 익히기가 힘들더라고요 ?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우리의 역사에는 속을 익히기 힘들어 속도 겉으로 만들어버린 도넛이란 발명이 있잖아요 ? 그래서 함박 가운데를 뚫어 버렸어요 . 물론 속까지 아주 잘 익어서 또 맛있게 잘 먹였답니다 . 누구를 ? 저를 ...
< 토마토가지파스타 >
조교실 선생님께서 제게 식재료 선물하는 재미를 들이셨는지 , 너 주려고 샀다며 이번엔 토마토소스와 파스타면을 주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 화답하고자 바로 토마토스파게티를 만들려는데 , 저는 사실 토마토 스파게티는 썩 좋아하지는 않아서 ... 좋아하는 재료를 넣으려고 냉장고에서 가지를 꺼냈어요 . 올리브티비 프로그램중에 < 오늘 뭐 먹지 ?> 란 신동엽 / 성시경이 진행하는 쇼가 있는데 , 거기에서 전에 가지볶음을 방송했었거든요 . 중국식 가지볶음이었는데 깍둑 써는 방식이 특이하더라고요 ? 45 도씩 돌려가면서 나선형을 썰면 볶아도 가지가 모양을 잘 유지한다고 . 그대로 따라 가지를 볶고 토마토소스를 부어서 토마토가지파스타를 완성 . 잘 어울리더라고요 .
이번 주도 이렇게 잘 먹고 살았는데 , 뭐가 되려고 이러는지 일단 오늘도 저는 등교를 합니다 . 좋은 일주일 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