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삼양라면과 랍스터의 만남

| 조회수 : 7,447 | 추천수 : 47
작성일 : 2009-08-20 21:10:06
한동안은 집에 같이 박혀 놀아주던 남편이 요즘은 일이 생겨 아침마다 나가네요.
일하러 간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그나저나 혼자 있다보니 점심 챙겨먹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남편 나갈 때 같이 일어나 바나나 하나에 우유 한 잔 마시고 청소하고 빨래 돌려 놓고
배는 고픈데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마침 자게의 '점심 뭐 드셨어요?'라는 글을 봤어요.

처음에는 남들 뭘 먹는지 왜 궁금해서 거의 매일 이런 글이 올라올까 싶었는데
결혼한지 1년이 넘어가니 메뉴가 항상 그냥그냥...
어떤 날은 오늘 저녁은 뭐해먹는지 옆집 가서 물어보고 싶더라니까요 ㅎㅎ

어쨌든 다른 사람들 점심 메뉴 눈팅하다가 넘 재치있는 댓글이 많아 키득거리며 보고 있는데
(경제가 어려워서 꽃등심, 기사 아저씨랑 랍스터 등...)
마침 얼마 전에 제가 저질렀던(?) 엽기적인 점심 메뉴가 생각나서요^^;;

며칠 전 아는 분께서 랍스터 두 마리를 선물로 주셨어요.
감사히 받고 나서 일단 냉동실에 넣어 놓고 레서피 검색에 들어갔지요.
아무래도 양식이 대세더군요. 오븐요리나 찜...그래서 뭔가를 해보려고 했는데
막상 머리랑 다리가 다 붙어 있는 희끄무레한 애들을 보니 좀 무섭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예전에 남편이 생일 선물로 랍스터 요리를 해준 적이 있는데(키톡에 자랑한 적 있어요 ^^v)
그 때는 몸통으로만 하는 요리라 그 부분만 따로 파는 걸 샀었거든요.

아뭏튼 별로 내키지 않아 냉동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무한도전인가에서
꽃게를 한 마리 통채로 넣고 끓이는 라면을 본 적 있는데 너무 맛있어보이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어요.

호오, 라면이라...당근 라면 정도야 끓일 수 있지...

그래서


위에 얹은 미나리랑 깻잎은 저희집 화분에서 키운 거예요^^

삼양라면 2팩 + 랍스터 한 마리....
게눈감추듯 먹어치우기는 했는데 솔직히 라면스프 맛이 너무 강해 그냥 라면이랑 큰 차이는 없었어요.

그래서 그날 저녁에는



랍스터로 국물낸 된장찌개 끓여먹었어요.

이게 훨씬 맛있더라구요. 한국에서 먹어봤던 꽃게 된장찌게랑은 또 다른 국물맛...
다른 해물은 전혀 넣지 않고 멸치육수에 랍스터로만 국물을 냈는데 무지 진하던데요.

다만 좀 오래 끓였더니 국물은 정말 맛있는데 고기(?)는 좀 싱거운 느낌.
점심때 먹은 라면은 국물을 오래 안 내고 거의 익히기만 해서인지 랍스터살이 정말 맛있었거든요.
그래도 라면은 국물맛이니 담에는 스프를 반만 넣고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해봐야겠네요. 쩝...

이상 심심한 새댁의 랍스터 실험기였습니당...혹시 또 재미있는 먹을거리가 생기면 또 올께요^^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무김치
    '09.8.20 9:25 PM

    오, 랍스터가 삼양라면을 품고 있네요 ㅋㅋ

  • 2. 올리브
    '09.8.20 10:59 PM

    럭셔뤼 개념 라면입니다. ㅎㅎ

  • 3. carolina
    '09.8.20 11:50 PM

    예전에 알던 친구가 일식당에서 랍스타 다리나 남는부분을 가져다가 주더라구요.
    그래서 된장찌게에 넣어봤는데 정말 눈이 띠용하고 튀어나올뻔했어요..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그나저나, 깻잎이랑 미나리를 화분에 키우기 힘들다던데, 혹시 저에게 한수 알려주실수 있으세요?
    저는 동쪽 런던에 사는 결혼 2년차 아짐이랍니다..^^;

  • 4. 사랑화
    '09.8.21 9:17 AM

    허거덩...정말 세계최고 럭셔리 라면과 된장찌개입니다..ㅎㅎㅎ

  • 5. 돈데크만
    '09.8.21 11:34 AM

    오호~~~제가 본것중 최고의 럭셔뤼 라면입니다...ㅋㅋ

  • 6. 커피야사랑해
    '09.8.21 1:16 PM

    된장찌게 맛을 상상하면... 꽃게래도 한마리 사야 겠어요
    남으면 라면 하나 넣고 내가 개발한 척 생각만 해도... 푸~하하 죄송합니다

  • 7. 올리브
    '09.8.21 2:02 PM

    '습지생태보고서'란 만화에 랍스터 넣은 라면 얘기가 나와서 읽으며 막 웃었는데 정말로 이렇게 해드셨네요. 충격적인 럭셔리 라면이긴 한데 랍스터 지못미^^

  • 8. 지윤마미..
    '09.8.21 2:19 PM

    진짜 호텔급 라면이네요.
    전 랍스터를 왜 '립스틱'이라고 봤는지..
    라면과 립스틱이 무슨 관계??하며 들어와 봤네요.

  • 9. phua
    '09.8.21 2:51 PM

    삼양라면 !!!!
    왜 삼양이를 먹느다는 분이 게시면 얼렁 가서
    덥썩.. 손을 잡고 싶은지...
    랍스터는 쪼끔 거시기 하고, 게를 넣어서 끓여 봐야 겠다는 굳은 결씸을..ㅎㅎ

  • 10. 레지나(스프라이트)
    '09.8.21 6:48 PM

    완전 초절정 럭셔리 라면이네요. 군침 흘리고 갑니당.

  • 11. lakeland
    '09.8.21 8:03 PM

    럭셔뤼 개념 라면...멋진데요^^

    제가 결혼하고 나서 새로 알게 된 두 가지...외국생활의 외로움과 팔이쿡이랍니다.
    이상하게 학생 때도 외국 나와 산 적 있는데 그때는 외국생활이 이렇게 외로운 줄 몰랐어요.
    결혼이라는 게 원래 그런 느낌이 드는 건지 아님 외국생활이라 외로운 건지 종종 헷갈립니다.
    신랑이랑 사이가 좋다거나 신랑이 잘해주는 것과는 또 다른 외로움이 있네요.

    두번째 팔이쿡...결혼 전 '제게 아줌마'의 이미지는 그저 무한가족이기주의의 표본이었습니다.
    학창시절 그 개념찼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 좁은 굴레에 갇히는 걸 보면서
    최후까지 나는 그런 그룹에 속하고 싶지 않다고 몸부림쳤지요. 그러나 사랑이 뭔지...ㅡㅡ;
    그러다 외국생활..서툰 부엌일에 일말의 도움이라도 받고자 드나들었던 팔이쿡에서
    어느새 가슴벅찬 감동과 자랑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네요.
    비록 아직 아이는 없지만 제가 아줌마가 되니 이제 조금씩 이해가 갑니다.
    필이쿡의 엄마들이 그 이쁜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가셨을지..
    세상에서 잃을 것 없이 열정만으로 행동할 수 있는 청년들보다도
    소중한 가정이 있는 아줌마들이 일어서기가 얼마나 더 어려웠을지...이젠 좀 압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음이 아쉬울 뿐입니다. 소심한 농심불매운동밖에는요^^

    그리고 carolina님...저도 결혼 2년차에 영국 살아요. 반갑습니다^^
    깻잎이랑 미나리는 따로 사진 한 번 올려 드릴께요. 보시면 이해되실 거예요.
    오히려 가든에 심으면 병충해가 더 심하니 화분에 심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뿌리가 깊지 못해 많이 크지는 않아요. 그래도 열심히 먹고 있지요ㅎㅎ

  • 12. jules
    '09.8.22 5:12 PM

    정말 럭셔리라면이에요.ㅇ_ㅇ 전 촌에 사는지라 랍스터는 아니고; 영덕대게 세마리 선물받고 무서워서 어쩌지도 못하고 냉동실에 넣어놓고 볼때마다 식은땀만 흘리고 있네요.이렇게 한번 해봐야겠어요 히히. 영국사시는군요~ 몇년전에 영국가서 홀딱 반해가지고는 한동안 영국식억양을 흉내내곤했었는데^^ 올가을에도 어떻게 한 번 가고싶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반갑습니다~~

  • 13. stradi
    '09.8.29 5:21 AM

    저도, 82쿡 덕분에 아줌마라는 것이, 가슴 깊이 뿌듯하게 자랑스러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57 성심당.리틀키친 후기 6 챌시 2025.07.28 890 1
41056 절친이 나에게 주고 간 것들. 6 진현 2025.07.26 6,258 2
41055 디죵 치킨 핏자와 놀이공원 음식 13 소년공원 2025.07.26 4,131 3
41054 50대 수영 배우기 2 + 음식들 20 Alison 2025.07.21 10,131 3
41053 혼자 보내는 일요일 오후에요. 21 챌시 2025.07.20 7,659 3
41052 잠이 오질 않네요. 당근 이야기. 20 진현 2025.07.20 7,827 7
41051 사랑하는 82님들, 저 정말 오랜만에 왔죠? :) 60 솔이엄마 2025.07.10 14,534 4
41050 텃밭 자랑 14 미달이 2025.07.09 10,648 3
41049 명왕성의 바지락 칼국수 - 짝퉁 36 소년공원 2025.07.09 9,693 5
41048 185차 봉사대체후기 ) 2025년 6월 햄버거, 치킨, 떡볶이.. 13 행복나눔미소 2025.07.07 3,205 4
41047 지금 아이슬란드는 봄 62 쑥과마눌 2025.07.07 7,299 12
41046 오랜만에... 16 juju 2025.07.06 4,738 3
41045 등갈비 바베큐구이와 연어스테이크 덮밥 16 늦바람 2025.07.06 4,262 2
41044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3 32 진현 2025.07.06 5,206 5
41043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2 12 진현 2025.07.02 8,813 4
41042 이열치열 저녁상 10 모모러브 2025.07.01 7,489 3
41041 나홀로 저녁은 김치전과 과하주에... 3 요보야 2025.06.30 6,795 3
41040 우리집은 아닌 우리집 이야기 1 9 진현 2025.06.30 5,952 4
41039 일단 달콤한 설탕이 씹히는 시나몬라떼로 출발 !! 16 챌시 2025.06.27 6,694 3
41038 직장녀 점심메뉴 입니다 (갑자기떠난 당일치기여행...) 14 andyqueen 2025.06.26 9,589 3
41037 먹고 보니 너무 럭셔리한 점심 7 요보야 2025.06.26 6,163 3
41036 냉장고정리중 7 둘리 2025.06.26 5,957 5
41035 먹어봐야 맛을 알고 맛을 알아야 만들어 먹죠 8 소년공원 2025.06.25 6,197 5
41034 똑뚝.....저 또...왔습니다. 16 진현 2025.06.23 8,002 6
41033 별일 없이 산다. 14 진현 2025.06.17 10,396 4
41032 새참은 비빔국수 17 스테파네트67 2025.06.14 11,552 4
41031 Sibbald Point 캠핑 + 쑥버무리 16 Alison 2025.06.10 11,237 5
41030 깨 볶을 결심 12 진현 2025.06.09 8,136 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