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에는 정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해요.
요즘에는 한국 소식 들을 때마다 마음 아픈 일이 너무 많아서요.
외국 나와 살다보니 딱히 설이 휴일도 아니고 단둘이 명절 음식 해먹기도 그래서(사실 할 줄도 모르구요)
그냥저냥 어젯밤에 각자 집에 전화나 한 통 드리고 신랑은 오늘도 아침부터 도서관에 공부하러 갔네요.
혼자 집에 앉아 인터넷으로 남의 집 설음식 구경하면서 침 삼키고 마냥 부러워 하다가
울 신랑이 차려준 생일상을 공개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름 신기해서 사진 많이 찍었거든요 ㅎㅎ
얼마 전에 제 생일과 첫번째 결혼기념일이 지났어요.
남편이 학생이라 그 일정 맞춰 날을 잡다보니 제 생일과 결혼 기념일이 며칠 차이가 안 나게 되었네요.
결혼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랑 결혼기념일...
원래는 두 번 해줄 걸 몰아서 근사하게 해주겠다고 런던의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거 먹자고 약속했는데
살아보니 유학생 생활이란 게 시간도 돈도 참 여의치가 않더군요.
이 시골에서 런던까지 나가려면 기차비만 해도...ㅠㅠ
그래도 가보려고 여기 저기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장소 물색하던 남편이 드디어 조심스럽게
"런던은 나중에 나가고 이번에는 내가 생일상 차려주면 안될까?
좋은 재료 사다가 레스토랑 못지 않게 만들어줄께..." 하더군요.
평소에 음식이나 요리에 관심이 많긴 해도 실제로 남편이 제대로 요리를 하는 건 드문 일이라
좀 놀랐는데 오죽하면 그럴까 싶어 그러자고 했지요. 사실 뭘 해주려나 궁금하기도 했구요.
그간 자기 때문에 고생했으니 그날 하루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 해서
어디 대접 한 번 받아보자 하고 옆에서 사진만 찍었는데(원래는 친정엄마 보여주려구요. 딸 잘 산다고 ㅎㅎ)
지켜보니 하루 종일 부엌에서 살더군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자, 그럼 신랑이 하루종일 고군분투한 결과물을 공개합니다. 먼저 점심...아침은 생략했어요.

진짜 레스토랑처럼 한다고 메뉴도 만들었어요.

글씨가 잘 보이시나요? 점심은 간단해요.
허브빵과 이탈리아식 오징어 순대, 그리고 초콜렛으로 장식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단촐하지요? 그래도 빵부터 직접 다 남편이 만들었어요^^
허브빵은 김영모 선생님 책에 있는 레서피고 이탈리아식 오징어 순대는 bbc food 웹사이트에서 찾았대요.
영국이 섬나라인데도 평소에 해물 먹기가 어려워 특별히 해물 위주로 식단을 짰다네요.
이 오징어 순대 의외로 정말 맛있었어요. 과정샷 찍었으니 나중에 따로 레서피 올릴께요.

아이스크림 위에 얹은 초콜렛은 남편이 직접 녹여서 모양을 만든 거예요.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봤다는데 실제로 해보니 잘 안된다고 투덜투덜 하더군요.
그래도 끈질기게 계속해서 몇 개 건졌어요. 나중에 케잌에도 등장합니다 ㅋㅋ
이렇게 해서 거의 2시가 다 되어 점심을 먹을 수 있었구요.
남편은 바로 또 저녁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저녁 메뉴입니다. 좀 더 화려하지요^^

어디선가 본 레스토랑 메뉴랍니다.
전채는 토마토 허브 소스와 조개관자 구이
메인은 아버딘 앙거스 스테이크(우리나라로 치면 횡성한우 같은 거래요)와 와인으로 찐 랍스터
그리고 디저트는 직접 만든 생일 케잌입니다.
빵은 점심에 먹은 것과 같아요. 도저히 빵까지는 다시 못하겠대요 ㅎㅎ

전채랍니다. 나름 점심이랑 다르게 하려고 테이블 매트랑 잔을 바꿨어요.

메인 요리...랍스터는 꼬리 부분만 주문했어요. 머리부터 온전하게 한 마리를 통채로 사려니 넘 비싸서...
그래도 제법 살이 많아 맛있었어요. 와인으로 쪄냈더니 비리지도 않구요.

쨔잔~ 생일 케잌입니다. 울 신랑의 어설픈 초콜릿 아트가 하일라이트죠.
이것도 김영모 선생님의 마블 치즈케잌(맞나?) 레서피로 만들었어요. 모양은 이래도 맛은 꽤 괜찮았답니다.
뭐 원래 공약이었던 고든 램지의 일류 레스토랑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신랑이 하루 종일 부엌에서 고생하면서 만들어 준 음식들이라 다 맛있었고 많이 감사했어요.
아직은 이런 게 신혼 재미려니 하면서 삽니다 (울 신랑은 이제 1년 지났으니 공식적으로 신혼 아니라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