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라도 한 번 타러 나가려면 걸어서 30분이 걸리는 그야말로 촌이죠.
공기 맑고 경치 좋고 밤이면 별이 쏟아질 듯 보이는 아름다운 곳인데
처음에는 와~ 했지만 살다보니 그냥그냥 사는 건 다 마찬가지인 듯 해요.
외롭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뭐 아파트가 아니니 추운 건 말할 것도 없구요.
게다가 결혼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세 끼 밥 걱정까지...ㅠㅠ
처음에는 마트를 가도 뭘 사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오더라구요.
외국이라 한국 수퍼도 맘먹고 가야 하는데 가끔 가서 달랑 라면이나 사들고 오곤 했었지요.
또 요리책이랑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서 해보려면 뭐가 그렇게 들어가는 게 많은지...
기본적으로 상비해야 하는 양념이며 채소, 고기 등을 구색 맞춰 갖춰놓기까지 참 오래 걸렸어요.
뭐 조리 기구는 말할 것도 없었지요. 이게 있으면 저게 없고 또 뭐가 필요하고...
여전히 식사 준비 한 번 하려면 두 시간이 기본이고 온 부엌이 난장판인 초보 주부지만
이젠 처음에 혀를 내둘렀던 키친토크의 다양한 요리들도 몇 가지 흉내는 낼 수 있고
텔레비젼의 요리 프로그램도 챙겨 보면서 가끔은 따라할 수도 있게 되었네요.
그런데 막상 먹는 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니 약간의 부작용이...ㅎㅎ
이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먹을 거리들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얼마 전 신랑이 마당 청소하는 걸 무심히 보고 있었는데 문득 제 눈에 뜨인 그것은...

평소에는 높은 곳에 있어 잘 눈에 띄지 않았었죠.

그리고 바닥을 보니

아니, 마트 가서 비싼 돈을 주고 항상 사먹는 사과들이 우리집 마당에서 저렇게 버려지고 있다니...
게다가 유기농은 아닐지 모르나 확실히 무농약인데...ㅡㅡ;
그래서.......급히 신랑을 불러 의자를 놓고 올라가 땄습니다

이것보다는 좀 많았는데 워낙 관리를 안 한 데다가 약도 안 치니 겉보기에 멀쩡한 게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나름 이쁜 것들만 모아서 사진 한 방~ 뭐 못생긴 애들도 깎아보니 괜찮데요.
그리고 나서 또 먹을 게 없나 하고 마당을 샅샅이 뒤졌더니
오호~ 구석진 곳에 얘네들이 숨어 있더군요.


그래서 얼른 또......사정없이 땄습니다.

포도 뒤로 살짝 정원이 보이네요. 사실 아주 작아요^^;;

사실 신랑은 원래 관상용이네 새들이 먹네 하면서 살짝 어이없어 했는데
아줌마 근성을 발휘해서 '뭔소리야 이거 사다 먹으면 다 얼만데...'하면서 꿋꿋이 거둬들였어요.
그래서 짜잔~

무려 사과잼 세 병과 포도잼 5병이 생겼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한 병씩만 남기고 이웃들에게 돌렸어요 ㅎㅎ
tip: 사과잼은 돼지고기 잴 때 사과즙이랑 설탕 대신 넣으면 편하고 좋아요.
저희는 잼 기능이 있는 제빵기가 있어서 잼을 자주 하게 되더라구요.
먹다 남은 과일 있으면 다 섞어서 돌리는데 보통 1시간짜리 코스로 두 번 돌리면
예전에 엄마가 집에서 만드셨던 잼과 비슷한 농도가 되더군요.
요즘은 그냥 이런 게 사는 낙이려니 하고 살아요.
언젠간 제대로 된 요리를 키친토크에 올려 봐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