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비 오는 오후의 차 한 잔, 그리고 고구마 스콘
향긋한 차 한 잔을 손으로 감싸 쥐고 비 오는 창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거리를 잿빛으로 가라앉히던 빗줄기가 생명의 비 또는 운치 있는 비로 바뀌어가는 것을 느끼거든요.
달콤하고 고소한 빵 향기로 집안의 눅눅한 습기를 날려버리면 그 효과는 배가 되죠.
따뜻한 차 한 잔과 빵 한 조각이 있으면 단조롭게 내리는 비에 음률을 붙여가며 감상할 여유도 생겨요.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제가 준비한 마법 도구는 그저 소박하기만 해요.
별 모양도 없이 손으로 그저 툽툽하게 빚은 투박한 고구마스콘 몇 조각이에요.
호박고구마를 쪄서 푹푹 으깨넣고, 밀가루에 달걀 2개, 우유 조금, 포도씨유 조금, 베이킹파우더 조금, 설탕 조금, 소금 더더 조금을 볼에 툭툭 집어넣고 섞어서 쓱쓱 만들어낸 거죠.
스콘은 참 좋아요.
저 같이 계량도구도 변변하게 없고 섬세함도 역시 없는 사람이 생각난 김에 후다닥 뚝딱 구워내도 만들어지니까요.
클로티드 크림은 고사하고 잼도 버터도 없이 그냥 담백하게 먹었어요.
평소에도 잼이나 버터 잘 안 발라 먹으니까 집에 아예 없거든요.
따뜻한 차는 당연히 곁들였죠.
아니, 아니, 차 마실 때 스콘을 곁들였다고 해야 더 옳겠군요.^-^;;
아마도 홍차가 더 제격일 테지만, 장미차를 투명하고 큰 병에(티팟 아닙니다. 말 그대로 병이에요.) 한 가득 우려내서 엄마와 마셨어요.
장미꽃잎에 재스민과 구기자가 혼합된 차였어요.
요즘 꽃차에 맛을 들여서 장미차, 한련화차, 매실꽃차 등을 자주 우려 마셔요.
물 속에서 나풀거리는 꽃잎이 예쁘기도 하고, 그걸 바라보며 마시다 보면 왠지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서요.
반 년 정도 밤마다 커피를 마시며 맹렬하게 보내다가
이제야 스콘 사진 하나 달랑 들고 와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던 ebony였습니다.
게다가 키.톡. 질 떨어뜨리기의 진수만 보여드리고 가네요.^-^;;;

- [뷰티] 다른 건 필요 없어요,.. 7 2006-12-16
- [키친토크] 비 오는 오후의 차 한.. 5 2009-03-05
- [키친토크] 밑반찬 두 가지로 해결.. 4 2007-06-28
- [키친토크] 두릅이 돋기까지는 6 2007-05-15
1. 킴비
'09.3.6 9:55 AM절대 질 떨어지지 않습니다.ㅎㅎ
고구마 스콘 맛 보고 싶습니다. 무슨 맛일까나...
어제 사무실에 앉아서 비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ebony님의 이야기를 머리속에 그려보니 저도 빨랑 결혼해서
비오는날 아이들 기다리며 빵 굽는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2. 나누어요
'09.3.6 10:39 AM옥수수 스콘은 먹어 봤는데 고구마 스콘은 특이하네요
어떤맛일까? 시간나면 한번 만들어 봐야겠어요3. 하율
'09.3.6 11:25 AM매실꽃차??
저희집에 매실나무가 두그루 있는데 꽃피면 따서 말렸다가 마시면 되나요?^^
사과꽃은 어떤가요. 이것도 차로 마실 수 있나요?4. 지니
'09.3.6 11:33 AM스콘 레서피좀 알수 없을까요? 동감해요..스콘류나..비스킷같은류(kf*)는 별다른 비법이나..도구 없이도 따라하기가 그나마 쉽드라구요..
하여간..고구마 스콘 우리 아기 구워서 주고 싶은데..레시피좀..5. ebony
'09.3.7 12:24 AM킴비 님...고구마스콘은 고구마가 들어가는 대신 밀가루가 덜 들어가서 달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에요.^-^ 그런데 저도 아직 미혼이에요. 아이가 아니라 엄마를 위해 요리를 만드는 딸이지요. 공부를 좀 길게 하느라 사무실 정규직 일은 못하고 그저 프리랜서처럼 일하고 있어서 중간중간 저렇게 비는 시간이 생긴답니다.
나누어요 님...제가 마구잡이로 고구마를 많이 넣고 밀가루를 팍팍 줄여서 질감은 포슬포슬한 빵인데, 맛은 고구마맛만 나요. 굳이 더 근접하게 말하자면 담백하게 만든 매시드 스윗포테이토맛이랄까요...?^-^;;
하율 님...저는 직접 말려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속삭임'이라는 꽃차 시리즈를 사서 타 마시는 것이라 잘 몰라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보기에는 그냥 꽃잎을 그대로 말려 놓은 것을 밀봉해서 파는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 직접 말려서 마시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매실꽃차에는 매실꽃과 매실열매를 말려서 넣어 놨더군요. 마시면 은근히 새콤하고 맛있는 데다 소화가 잘 되어서 좋아요.^-^
지니 님...기존의 스콘에 삶은 고구마만 으깨서 넣으시면 돼요. 고구마를 넣는 대신 밀가루를 덜 넣고요. 저는 호박고구마를 어른 손바닥 만한 걸로 다섯 개 삶았어요. 익은 고구마는 한 김 식은 다음 좀 따뜻할 때 껍질을 까서 으깨요. 비닐팩에 넣고 사정 없이 뭉개면 편하답니다.
한쪽에서는 볼에 포도씨유 3~4큰술과 설탕 3~4큰술을 넣고 섞다가 달걀 1개를 깨어 넣고 계속 섞어요. 볼에 으깬 고구마를 털어 넣고, 거기에 밀가루를 고구마보다 조금 더 적게 넣어요. 그런 뒤 베이킹파우더 한 꼬집과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우유도 3분의 1컵쯤 부은 다음 날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만 슥슥 섞어요. 밀가루와 우유로 반죽의 질감을 조절하세요.
이제 대충 모양 잡아 빚어서 오븐에 돌리기만 하면 돼요. 전 오븐토스터밖에 없어서 예열 같은 거 없이 그냥 봐 가면 10분 정도씩 굽는답니다.
제가 무슨 요리든 눈 대중, 손 짐작으로 대충대충 만드는 사람이라는 게 설명에서도 너무 여실히 드러나네요. 그래도 82쿡 회원 분들이라면 이런 어설픈 레시피를 말씀드려도 알아서 업그레이드 시키셔서 아마 저보다 더 맛나고 폼나는 스콘 만드실 것 같아요.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추천 |
---|---|---|---|---|---|
41067 | 양배추 이야기 3 | 오늘도맑음 | 2025.08.18 | 1,695 | 1 |
41066 | 고양이의 보은 & 감자적 & 향옥찻집 7 | 챌시 | 2025.08.17 | 2,198 | 1 |
41065 | 간단하게 김치.호박. 파전 7 | 은하수 | 2025.08.16 | 3,495 | 1 |
41064 | 건강이 우선입니다 (feat.대한독립만세!) 13 | 솔이엄마 | 2025.08.15 | 4,533 | 3 |
41063 | 비 온 뒤 가지 마파두부, 바질 김밥 그리고... 14 | 진현 | 2025.08.14 | 5,360 | 3 |
41062 | 오트밀 이렇게 먹어보았어요 16 | 오늘도맑음 | 2025.08.10 | 6,992 | 3 |
41061 | 186차 봉사후기 ) 2025년 7월 샐러드삼각김밥과 닭볶음탕 12 | 행복나눔미소 | 2025.08.10 | 4,209 | 6 |
41060 | 오랜만에 가족여행 다녀왔어요^^ 18 | 시간여행 | 2025.08.10 | 6,230 | 3 |
41059 | 무더위에 귀찮은 자, 외식 후기입니다. 16 | 방구석요정 | 2025.08.08 | 5,465 | 5 |
41058 | 친구의 생일 파티 19 | 소년공원 | 2025.08.08 | 5,593 | 6 |
41057 | 2025년 여름 솔로 캠핑 32 | Alison | 2025.08.02 | 8,471 | 7 |
41056 | 7월 여름 35 | 메이그린 | 2025.07.30 | 9,737 | 4 |
41055 | 성심당.리틀키친 후기 30 | 챌시 | 2025.07.28 | 11,820 | 4 |
41054 | 절친이 나에게 주고 간 것들. 10 | 진현 | 2025.07.26 | 11,126 | 4 |
41053 | 디죵 치킨 핏자와 놀이공원 음식 20 | 소년공원 | 2025.07.26 | 6,323 | 3 |
41052 | 50대 수영 배우기 2 + 음식들 20 | Alison | 2025.07.21 | 12,613 | 3 |
41051 | 혼자 보내는 일요일 오후에요. 21 | 챌시 | 2025.07.20 | 9,358 | 3 |
41050 | 잠이 오질 않네요. 당근 이야기. 22 | 진현 | 2025.07.20 | 9,647 | 7 |
41049 | 사랑하는 82님들, 저 정말 오랜만에 왔죠? :) 65 | 솔이엄마 | 2025.07.10 | 16,094 | 6 |
41048 | 텃밭 자랑 14 | 미달이 | 2025.07.09 | 12,602 | 3 |
41047 | 명왕성의 바지락 칼국수 - 짝퉁 36 | 소년공원 | 2025.07.09 | 10,530 | 5 |
41046 | 185차 봉사대체후기 ) 2025년 6월 햄버거, 치킨, 떡볶이.. 18 | 행복나눔미소 | 2025.07.07 | 3,612 | 4 |
41045 | 지금 아이슬란드는 봄 64 | 쑥과마눌 | 2025.07.07 | 8,024 | 12 |
41044 | 오랜만에... 16 | juju | 2025.07.06 | 4,981 | 3 |
41043 | 등갈비 바베큐구이와 연어스테이크 덮밥 16 | 늦바람 | 2025.07.06 | 4,567 | 2 |
41042 |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3 32 | 진현 | 2025.07.06 | 5,833 | 5 |
41041 | 우리집이 아닌 우리집 이야기. 2 12 | 진현 | 2025.07.02 | 9,249 | 4 |
41040 | 이열치열 저녁상 10 | 모모러브 | 2025.07.01 | 7,933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