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일 날이 차가워서 그런지 감기 걸린 분들이 주위에 참 많습니다.
저도 어제까지는 으실으실하더니,
잘 먹고 푹 자고 나니 오늘은 말짱하더라구요.
그나저나 여의도 쪽에서 들리는 암울한 소식들때문에 새밑 분위기가 영 껄끄럽습니다.
이번에 상정하려는 법률안이 85개라지요?
물론 이 중에는 민생현안 문제에 대한 법률도 있어서 빨리 법안 의결을 해서 통과시켜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물어뜨리고 바른 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국민을 예비 범죄자로 보는 인권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더러운 법률안도 있습니다.
참 신경이 쓰입니다.
오늘은 또 민노당의 강기갑 의원께서 몸도 많이 상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루빨리 쥐새끼가 없는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야식 얘기하러 들어와서는 참 어설픈 시국타령만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참 날이 차갑습니다.
허긴 이 기간이 아니면 이젠 이런 추위도 맛볼 수 없지요.
이런 시절엔 밤도 유난히 길어서 야참 또는 야식이 없다면 뭔가 무척이나 허전하기도 하구요.
저만 그런 게 아니길 바랍니다.
해서 며칠 전에 야식용으로 아침부터 뚜딱거리며 준비한 게 있습니다.
바로 호박죽이지요.
늙은 호박을 아는 분이 세심하게 토막을 내고 껍질도 까서 주셨던 걸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며칠 쉬는 동안 죽을 만들었습니다.
가마솥도 한동안 안썼던 탓에 기름칠도 해뒀겠다 양도 많지 않겠다 싶어 후다닥 했습니다.
그럼 사진과 함께 구경시켜드리겠습니다.

가마솥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안에 뭐가 들었을까요?

늙은 호박이 옷을 벗고 누워 물이 팔팔 끓어오르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는 있습니다만, 아직은 조금 차가운가봅니다.
그런데 저 아래에 호박씨가 있네요.
건져낼까 하다가 그냥 뒀습니다.

물이 한동안 끓어오르고 호박이 잘 익어나 확인하려고 뚜껑을 열자 김이 장난아니게 피어오릅니다.
바람이 살짝 불어서 김이 가시길 기다리지만 여전히 잘 안보입니다.
주걱으로 슬쩍 눌러도 부서질 정도로 물렀습니다.

여기에 대충 갈아둔 찹쌀가루를 넣었습니다.
처음엔 물이 많다 싶었는데, 곧 자박자박해지네요.
몽글몽글 보글보글 잘 끓어오릅니다.
이럴 땐 쉬지 말고 주걱질을 해줘야 합니다. 바닥에 눌거든요.

찹쌀이 팍 풀어질 때까지 뭉근한 불로 눌지 않게 잘 익혀줍니다.
원래는 여기 좀 간을 해줘야 하는데,
단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도 단맛나는 호박죽은 별로라 설탕은 넣질 않았습니다.
호박죽은 아주 약간의 달큰한 뒷맛이 좋아서요.
뭐 기호에 따라 넣으셔도 좋습니다만, 넣지 않고 끓여뒀다가,
나중에 드실 적에 조금 넣어서 간을 맞추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팥을 좀 넣었어도 무척이나 맛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니면 콩도 좋구요.

이렇게 만들어둔 호박죽은요, 바로 먹는 것도 맛나지만, 차게 식혀서 보관하다가,
긴긴밤 출출할 때 사진처럼 한그릇 드시면 참 좋습니다.
배가 과하게 부르지도 않고, 적당히 배고픔을 사그라들게 하거든요.
밤에 배부르게 먹으면 왠지 부담스럽고, 아침에 입맛도 없어지구요.
저렇게 한 솥 끓여둔 호박죽은 이모님이 오셨길래 냄비로 하나 가득 담아드리고,
아직도 꽤 많이 남아서 아침 저녁할 것 없이 출출할 때마다 한그릇씩 먹습니다.
이 정도면 꽤나 웰빙에 가까운 식사가 아닐까 싶어요.
이런 거 강기갑 의원한테 보내드려야 하는데...
아무튼~
이렇게 야식도 해결했겠다, 자야겠습니다.
제가 워낙에 배가 고프면 잠을 못이루는 체질인지라... ㅠㅠ
다들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걸리신 분들은 하루빨리 쾌차하시고,
그래서 따뜻한 봄이 오면 힘을 합쳐 명박 산성을 넘어 쥐새끼를 쥐구멍으로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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