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분법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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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해 먹은 저수분법 가지찜.
가지찜은 저수분법(수분을 더하지 않고 재료가 원래 가지고 있는 수분으로만 익히는 방법)으로 하기에 적합한 요리지요. 간편하고 맛있게 돼요.
재료
가지, 다진 파, 다진 마늘(선택), 국간장, 참기름, 깨소금
만드는 법
1. 가지는 꼭지를 따고 두께 1-2 센티로 길게 저민 다음 반으로 자른다.
2. 냄비에 저민 가지를 넣고 뚜껑을 덮는다. 물도 소금도 넣지 않는다.
3. 2-3분 가량 센 불로 냄비를 데운 다음 불을 최대로 약하게 줄여 10-15분 익힌다.
4. 가지가 잘 익었는지 확인하고 꺼내어 폭 1-2 센티로 찢은 다음 국간장, 다진 파, 참기름, 깨소금, 다진 마늘(선택)로 조물조물 무친다.
저수분법 팁
* 냄비의 종류 : 냄비는 스텐레스나 무쇠로 된 두꺼운 것이어야 한다. 스텐레스의 경우 통삼중이면 좋고 바닥만 삼중인 경우에도 벽면이 두꺼워야 잘 된다.
* 뚜껑 : 냄비에 이가 잘 맞는 뚜껑이 있어야 하고, 무거울 수록 좋다. 뚜껑에 스팀홀이 있거나 가벼운 경우엔 행주를 얹어 스팀홀을 막아주거나 뚜껑을 눌러준다. 뚜껑은 중간에 열어보지 않는 것이 좋다.
* 냄비의 크기 : 재료가 2/3 쯤 차는 크기가 제일 좋다. 냄비가 너무 크면 재료가 타기 쉽다. 큰 냄비밖에 없는데 적은 양을 하고 싶으면 당근이나 콩나물 등 다른 채소를 밑에 깔고 해서 냄비를 채워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한꺼번에 두 가지 이상의 나물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저수분 요리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 불조절 : 처 음에 냄비가 달아오르는 시간(2-3분) 만큼만 센 불로 하고 그 이후엔 계속 가장 약한 약약불로 해야 한다. 불은 정말로 줄일 수 있는 한 최대로 줄여야 한다. 아주 약한 불이 안 되는 경우엔 냄비에 전달되는 불을 약하게 하기 위한 용도로 나온 철판(프랑스에선 판다)을 얹고 그 위에 냄비를 올린다.
* 간은 익힌 후에 : 의외로 국내에서 쉽게 무시되는 점이다. 저수분법은 무엇보다도 채소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파괴하지 않기 위한 조리법인데 처음부터 간을 하면 비타민과 무기질이 파괴되어 버린다. 간은 가열이 끝난 후에 해야 한다.
그 날은 마늘이 없어서 안 넣었더랬지요. 예전엔 마늘을 무조건 많이 넣어야 맛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안 넣은 것이 더 좋아요. 채소의 고소한 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거든요. 저수분법으로 나물을 하면 조금 더 질긴 듯하긴 하지만 채소가 원래 가지고 있는 맛이 더 많이 나서 더 고소하고 향긋하답니다.
참, 저도 냄비가 커서, 잡채에 넣을 당근을 밑에 잔뜩 깔고 가지를 얹어서 했었죠. 소금을 치지 않는 데다 저수분법의 원리상 즙이 흥건하게 흘러나오지 않기 때문에 맛이 섞이지 않아요.
저수분법 콩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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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만큼 저수분법으로 하기에 좋은 요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워낙에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무려 92.4%), 어지간히 요령이 없지 않은 이상엔 저절로 저수분 요리가 되는 게 콩나물이에요.
사 진은 여름에 콩나물 한 봉지(기억이 가물가물한데, 450g 쯤)를 통째로 넣고 저수분법으로 요리한 콩나물. 냄비는 지름 18센티 라고스티나 아카데미아(벽면 3중, 바닥 5중)예요. 뚜껑이 예쁘죠? (자랑자랑~~) 뚜껑은 저수분 요리의 감을 잡으려고 아카데미아 라인의 스텐레스 뚜껑과 함께 라고스티나 살바스파찌오 라인의 유리뚜껑을 하나 더 산 것인데, 묵직해서 저수분요리도 잘 되더라구요.
만드는 법이야 무지 간단하죠.
1. 냄비에 깨끗이 씻은 콩나물을 때려넣고 뚜껑을 덮어요. (전콩나물이 남는 것이 싫어서 꽉꽉 채워 넣었어요.) 물론 물도 소금도 넣지 않습니다. 여기 대파가 워낙 두꺼워서, 대파도 대충 썰어 미리 넣었어요.
2. 처음 3분 동안 센 불로 냄비를 데운 다음 10분간 아주아주 약한 불로 가열합니다.
3. 콩나물이 익은 걸 확인하고 (와! 부피가 엄청나게 줄었어요) 꺼내서 송송 썬 붉은 고추, 천일염, 깨소금 약간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끝.
자세한 저수분법 팁은 앞의 가지찜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면, 저수분법은 뚜껑, 냄비의 종류와 약불도 중요하지만 냄비와 재료의 비율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이 없으면 재료를 꽉꽉 채워 보세요. 물이 자작하게 생길 만큼 수분이 풍부해져서 실패할래야 실패할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소금간은 가열이 끝난 후에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왜 저수분법으로 요리하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저수분법은 편리함이나 맛 이전에 무엇보다도 영양소 파괴를 막기 위한 조리법이랍니다.
그럼 맛은 어떨까요? 채소가 원래 가지고 있는 향이 살아 있어서 풋풋한 향을 좀더 많이 느낄 수 있던데요. 저수분법 콩나물은 데치거나 볶은 것보다는 좀 질긴 듯한 느낌은 있어요. 하지만 놀랄 만큼 고소하답니다.
제 블로그 메로니의 요리수첩 meroni.tistory.com에 올린 글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