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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 에스델 예비 수녀님을 추억하며...

| 조회수 : 2,110 | 추천수 : 25
작성일 : 2006-10-26 14:27:56

  보고싶은 에스델 예비수녀님 보아요.

  엊그제는 편지함을 정리하다가
  당신이 보내준 엽서들을 보고 한참 동안 뭉클하였답니다.
  큰 아이 출산 축하 엽서도 있었지요.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용기를 주는 글, 그 때도 감동이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잘 지내고 있지요?   가끔 건너건너 지인들을 통해 당신의 안부를 듣고는 있어요.
  비오선생님과는 자주 편지왕래가 있다고 들었고, 봄에는 당신에게 보내려고 예쁜 한지 편지지와 봉투를
  잔뜩 사오기까지 했는데... 아직까지 책상서랍 한 켠을 채우고 있네요.
  기타, 감꽃, 수수꽃다리, 육개장...
  당신 때문에 더 각별해진 것들입니다.
  기타.
  당신은 피아노, 장고, 기타 등 악기 연주에 소질이 있었지요.
  아이들 데리고 예비신자피정 갔을 때인가, 몇몇 선생님들과 날새워 술잔을 기울이는 동안
  당신은 술잔대신 기타를 들고 밤새도록 조용한 선율로 배경음악을 깔아주었지요.
  그 덕에 우리는 술보다는 음악과 이야기에 흠뻑 취했었어요.
  감꽃.
  당신의 닉네임이었지요.
  다들 눈여겨 보지 않는 감꽃을 당신은 제일 좋아한다고 했어요.
  어느 해 봄엔가는 아이들처럼 감꽃으로 목걸이도 만들었었는데...
  수수꽃다리.
  라일락을 이르는 우리 말이라고 당신이 일러주었잖아요.
  학교 앞 정문을 지키고 있는 라일락이 꽃을 피울 때면 당신 생각이 간절해진답니다.
  그리고 육개장.
  큰 아이 임신했을 때, 입덫이었는지 육개장이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할 줄도 모르고, 누구한테 얘기도 못하고...
  그러다, 출산을 앞두고 일찍 출산휴가에 들었갔을 때였나봐요.
  당신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부른 배를 안고는 전복죽을 사들고 병문안을 갔었잖아요.
  그 날 병원의 점심 메뉴가 우연인지 육개장이었지요.
  나는 꿈에서도 그리던 육개장을 당신은 내가 사간 전복죽을 먹으며...
  우연치고 너무도 행복한 우연에 우린 한참을 즐거워했어요.
  그 후로도 육개장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중 하나가 되었고,
  육개장을 먹을때면 그 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당신이 교단을 떠나 수녀원에 입소한지도 만 3년이 되어가고 있나봅니다.
  그 동안 편지 한 통 못하고 무심했지만,
  항상 당신과 같이했던 시간들을 추억하고 당신이 선택한 그 길이 행복으로 가득한 길이길
  기도합니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이 있는 그 곳에 한 번 들러야지 하고 마음먹어 봅니다.
  만날 날까지 건강하구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슈퍼우먼
    '06.10.27 12:04 AM

    저희 동생도 수녀님이신지라...
    왠지 맘이 뭉클하네요...3년을 필리핀에서 지내다...지금은 인천에 있는데...
    참~~마니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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