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계.란.후.라.이.
엄마는 암투병 중이셨고, 아빠는 직장과 병원을 오가며 생활하셨어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그 시기의 하루하루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 저는 엄마의 빈자리가 견디기 힘들었는지,
거의 매일 아침마다 마구마구 울면서 떼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떼를 쓰며 우는 저를 언니가 항상 달래주었죠.
막무가내로 우는 저를 달래서 씻기고 가방챙겨서 학교에 데리고 가고...
그렇게 지내던 중, 제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언니가 친구들을 초대하라고 하더군요.
지금 같아서야 열 살짜리 언니가 무슨 생일상을 차릴수 있을까..했겠지만
그때 저는 열 살짜리 언니보다 무려 두 살이나 어린 여덟살이어서
언니의 ‘생일잔치’ 제안이 그저 신나기만 했습니다.
생일때면 친구들을 초대해서 팬케잌이며 떡볶이며 만들어주시던 엄마가 병원에 계셨기에
'생일잔치'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며칠전부터 마냥 신나서 언니하고 생일초대장도 만들고
친구들한테 초대장을 주면서 ‘꼭 와!!“라고 말하며 마구마구 들떠있었죠.
드디어, 제 생일날
학교가 파하고 예닐곱명의 친구들과 집으로 갔어요.
언니가 상을 차려야하니 좀 놀다가 오라고 하더라구요.
밖에는 그 해의 첫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어요.
함박눈, 함박눈, 그런 함박눈이 있을까요.
하늘에서 정말 커다란 눈송이들이 내려와 수북히 쌓이고 있었어요.
때마침 내린 함박눈에 제 행복감은 두배 세배가 되어
친구들과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도 하고 신이 나서 놀았습니다.
그러다 언니가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갔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마루에 차려진 생일상에는
커다란 쟁반위에 종합선물세트에서 꺼낸 각종 과자들
그리고,
상을 둘러 가지런히 놓은 찻잔받침에 하나씩 예쁘게 올려진 계.란.후.라.이.
계란후라이가 너무너무 맛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 장면 이후로는 기억이 잘 나지를 않아요.
계란후라이의 맛도, 친구들한테 받은 선물도
하지만, 그 날을 기억하면 ‘행복감’이 차오르는 걸로 봐서
밥도 없고 미역국도 없는 생일상이었지만
저도 친구들도 언니가 차려준 생일상을 맛있게~ 배불리~ 즐겁게~ 먹었을거예요.
사진 한 장 남지않은 추억속의 날이지만
요새도 가끔 함박눈이 오면, 그리고 계란후라이를 먹을 때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봤던 생일상, 그 상 위에 찻잔받침마다 놓여있던 예쁜 계란후라이가 선명한 사진처럼 떠오릅니다.
감사하게도 엄마는 암을 이기시고 예쁜 딸들과~ 그리고, 예쁜 딸들이 낳은 더 예쁜 손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고
언니는 조카 돌상 차리는데 저한테 전화해서는 뭐가 먹고싶냐고 물어보네요. 저 먹고싶은 거 많이 해놓는다구.
저는 아직도 계란후라이를 예쁘게 만드는게 젤 어려워 남편한테 계란후라이 부쳐달라고 하면서 살고 있구요. ^^;;
그럼, 계란후라이 레서피 나갑니다. ^^
1. 팬을 달구고
2.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탁! 깨드려 넣고 원하는 만큼 익히세요.
3. 소금은 취향대로 뿌리시구요.
너무 쉽죠? 근데 왜 저는 열 살짜리 언니가 했던만큼 예쁘게 만드는게 이렇게 힘들까요?
가장 쉬운게 가장 어려울 수도 있고
아주 작은 게 너무나도 큰 기쁨을 줄 수도 있는 게 삶인거 같네요.
82가족들 모두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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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승희맘
'06.10.25 5:57 PM정말 너무 예쁜 맘을 가진 언니네요.
부럽고 왠지 눈물이 나요.. 가슴이 짜안해지면서..2. 돼지용
'06.10.25 6:26 PM울 동생들이 보면
저에게 눈을 흘길 것만 같네요.
훌륭한 언니를 두신 것 부럽습니다.3. 봄노래
'06.10.25 6:29 PM동생을 많이 사랑하고 보살폈던 언니의 따스한 마음에
눈물이 나는군요...
언니의 고마움을 잊지않고 살아가는 님의 마음도 참 이쁘네요...
추천 꾸욱 눌러봅니다...
늘~ 행복하세요...^^*4. 붉은 입술
'06.10.25 9:18 PM내일이 제 동생 생일인데....
계란 후라이 하나 해주고 싶네요.5. 지지
'06.10.26 12:49 AM뭉클해요..
저희아이들도 그런 우애로 커갔으면..하는 바램을 갖게 되네요.6. 민트향
'06.10.26 4:08 AM해피엔딩이라서 너무 좋으네요~ 행복하세요~
7. 해바라기 아내
'06.10.26 9:43 AM그래서 형만한 아우 없다고 하는가봐요.
10살 그 어린 것이 그 당시 그런 생각을 했다니..
아침부터 조금 울었네요 ^^8. 풀삐~
'06.10.26 11:21 AM저도 동생들뿐이라~
뭐든 해 먹이고 싶은 그 언니 마음 이해하니당~~
그리고 붉은 입술님..
이 나이??에 계란후라이 하나 딸랑해서 동생부르면
두고두고 씹힙니당~~~ㅎㅎ9. 미누
'06.10.26 4:03 PM아..눈물나요.
그래도 해피앤딩이라서 다행이네요. 힘든거 지나고 나면 예쁜추억이 되는군요.10. 지윤마마
'06.10.29 3:12 PM저도 해피앤딩이라서 좋아요,그 어머님이 살아계셔서 손자손녀들과 알콩달콩....넘 좋아요.
전 고1때 엄마가 암투병중이셨는데,그 때 기억은 하고 싶지도 않을만큼 너무 힘든나날들이었답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저희도 엄마가 손주손녀들과 아들딸둘과 알콩달콩 살고계세요.
윗님 말씀처럼 그 땐 이게 끝일것만 가고,힘들었는데도 정말 지나고나니 모두 추억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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