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 "니 할배 저승밥인데 ..."

| 조회수 : 3,364 | 추천수 : 4
작성일 : 2006-10-12 13:41:40
  어릴적 소아마비로 인해 왼쪽 팔을 전혀 못 쓰시던 저희 할아버지
하나 뿐인 동생을 6.25때 잃으시고 한이 맺히셨는지 아들만 5형제를 두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맏아들, 전 맏손녀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채식만 드십니다. 젊은 시절에는 생선도 드셨는데 그마저 속이 불편하다며 풀만 잡수시지요.
풀요리 끝내주십니다. 애호박을 뽁더라도 음력 8월꺼는 물이 많으니까 그냥 뽁고 음력 9월꺼는 뽁다가 물한숟가락을 둘러야 맛있다 하시지요.  
  반면 할아버지는 고기를 좋아하셨어요.  당신이 안드시면서도 고기반찬을 얼마나 맛있게 하시던지.
갈치 토막내어 돌에 싹싹 문질러 비늘 없에고 석쇠에 올려 가마솥 군불에 노릇노릇 구워내시던 정성이며 칼국수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위해 홍두깨로 미시다 연세들어 힘에 부치시니 반죽을 작은 바게트모양으로 만들어 솥에 도마를 걸친채 칼로 썰어 넣는 신기한 신제품개발까지 하셨죠.
  할아버지께서 10년전 뇌종양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평소 "날만 새면 내돈이다 "(날이새면 무당이 돈을 받고 가니까요.) 라고 놀리시며 정초 안택굿 하던걸 못마땅하게 여기시던 아버지께서 손수 용한 박수무당을 불러 할아버지 좋은곳 가시게 큰굿을 벌이셨어요.  작은 할아버진 밤새 숨죽여 우시구요.
  이승에서의 마지막 설날, 식구들이 모여 친적이 보내온 광어회를 먹고 있는데 저한테 물으셨죠.
"윗채에는 뭐하노" "광어회 먹어요" "저그 아버지는 안주고 "
윗채에 올라가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말라 얘기했노 할아버지 자시면 해로운데......   갖다 드리거라 잡수고 싶은거라도 드시게"
"할아버지 맛있어요?"  "그걸 말이라꼬" 참 맛나게 드셨습니다.
그걸 끝으로 20여일 음식을 못드시다 동네 잔치집에서 가져온 메밀묵을  몇점 드시고는 증조할머니 제사날 당신 어머니와 함께 머나먼 길을 떠나셨어요.
  올 봄 할머니께서 남동생 결혼준비로 2말에 가까운 메밀묵을 쑤시며 얼마나 정성을 들이시는지 ...
"니 할배 저승밥 (저승갈때 배고프지 말라고 이승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 인데  하시며 눈물을 훔치시고는 젖고 젖고 또 저으셨습니다. 그 정성으로 쑨 메밀묵은 손님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할머니는 먼곳을 바라보고 계셨죠 .
  어제 잠깐 산에 갔더니 메밀꽃이 눈송이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네요. 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오냐~  순아~~~ 잘있제!!!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13 코코몽 2024.11.22 6,746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9 ··· 2024.11.18 12,652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36 Alison 2024.11.12 14,649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10,244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8,180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8,809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516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801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978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723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651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10,285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332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593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82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212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192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10,169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68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633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6,111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94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289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200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896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551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586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521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