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 "니 할배 저승밥인데 ..."

| 조회수 : 3,370 | 추천수 : 4
작성일 : 2006-10-12 13:41:40
  어릴적 소아마비로 인해 왼쪽 팔을 전혀 못 쓰시던 저희 할아버지
하나 뿐인 동생을 6.25때 잃으시고 한이 맺히셨는지 아들만 5형제를 두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맏아들, 전 맏손녀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채식만 드십니다. 젊은 시절에는 생선도 드셨는데 그마저 속이 불편하다며 풀만 잡수시지요.
풀요리 끝내주십니다. 애호박을 뽁더라도 음력 8월꺼는 물이 많으니까 그냥 뽁고 음력 9월꺼는 뽁다가 물한숟가락을 둘러야 맛있다 하시지요.  
  반면 할아버지는 고기를 좋아하셨어요.  당신이 안드시면서도 고기반찬을 얼마나 맛있게 하시던지.
갈치 토막내어 돌에 싹싹 문질러 비늘 없에고 석쇠에 올려 가마솥 군불에 노릇노릇 구워내시던 정성이며 칼국수 좋아하시던 할아버지 위해 홍두깨로 미시다 연세들어 힘에 부치시니 반죽을 작은 바게트모양으로 만들어 솥에 도마를 걸친채 칼로 썰어 넣는 신기한 신제품개발까지 하셨죠.
  할아버지께서 10년전 뇌종양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평소 "날만 새면 내돈이다 "(날이새면 무당이 돈을 받고 가니까요.) 라고 놀리시며 정초 안택굿 하던걸 못마땅하게 여기시던 아버지께서 손수 용한 박수무당을 불러 할아버지 좋은곳 가시게 큰굿을 벌이셨어요.  작은 할아버진 밤새 숨죽여 우시구요.
  이승에서의 마지막 설날, 식구들이 모여 친적이 보내온 광어회를 먹고 있는데 저한테 물으셨죠.
"윗채에는 뭐하노" "광어회 먹어요" "저그 아버지는 안주고 "
윗채에 올라가 아버지께 말씀드리니 "말라 얘기했노 할아버지 자시면 해로운데......   갖다 드리거라 잡수고 싶은거라도 드시게"
"할아버지 맛있어요?"  "그걸 말이라꼬" 참 맛나게 드셨습니다.
그걸 끝으로 20여일 음식을 못드시다 동네 잔치집에서 가져온 메밀묵을  몇점 드시고는 증조할머니 제사날 당신 어머니와 함께 머나먼 길을 떠나셨어요.
  올 봄 할머니께서 남동생 결혼준비로 2말에 가까운 메밀묵을 쑤시며 얼마나 정성을 들이시는지 ...
"니 할배 저승밥 (저승갈때 배고프지 말라고 이승에서 먹는 마지막 음식) 인데  하시며 눈물을 훔치시고는 젖고 젖고 또 저으셨습니다. 그 정성으로 쑨 메밀묵은 손님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할머니는 먼곳을 바라보고 계셨죠 .
  어제 잠깐 산에 갔더니 메밀꽃이 눈송이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네요. 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났어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오냐~  순아~~~ 잘있제!!!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100 187차 봉사후기 ) 2025년 8월 삼겹살파티와 웨지감자 행복나눔미소 2025.09.16 390 0
    41099 야구.. 좋아하세요? 12 kiki01 2025.09.16 1,723 1
    41098 업그레이드 한 풀떼기랑 옥상 3 복남이네 2025.09.16 1,658 1
    41097 챌시네의 부산행 11 챌시 2025.09.15 2,913 3
    41096 은하수 인생 이야기 ㅡ둘째 이야기 2 12 은하수 2025.09.15 2,120 2
    41095 간단하게 해먹기 5 르플로스 2025.09.15 2,702 3
    41094 먹는게 제일 좋아요 6 백야행 2025.09.14 3,322 5
    41093 감자더미에 묻힌날엔 10 강아지똥 2025.09.13 3,260 5
    41092 백수인데 바빠요ㅎㅎ 25 백만순이 2025.09.12 5,045 5
    41091 명절음식 녹두부침 19 바디실버 2025.09.12 8,008 4
    41090 은하수 인생 이야기 ㅡ 아버지 이야기 12 은하수 2025.09.12 3,033 5
    41089 새글 6 ., 2025.09.12 2,964 5
    41088 저도 뭐 좀 올려볼게요 7 온살 2025.09.11 3,141 7
    41087 동파육과 동파육만두 그리고... 29 차이윈 2025.09.11 2,925 9
    41086 풀떼기밥상 식단중임 13 복남이네 2025.09.11 3,125 5
    41085 텀 벌리러 왔습니다 :) feat.부녀회장님 반찬은 뭘할까요? 17 솔이엄마 2025.09.11 3,458 9
    41084 은하수 인생이야기 ㅡ필례약수 단풍 12 은하수 2025.09.10 3,617 3
    41083 은하수의 베트남 한달살기 33 은하수 2025.09.09 4,502 4
    41082 둘째아들 이야기 10 은하수 2025.09.06 5,482 3
    41081 제자들에게 보내는 글 9 은하수 2025.09.05 6,023 3
    41080 감자빵 구웟어요 8 이베트 2025.09.03 6,957 4
    41079 9월에는착한말만하며살아야지! (feat.8월 지낸이야기) 18 솔이엄마 2025.09.01 8,291 8
    41078 올여름 첫 콩국수 12 오늘도맑음 2025.08.31 5,319 7
    41077 시애틀에서 시카고 여행 2 18 르플로스 2025.08.30 7,093 7
    41076 (키톡 데뷔) 벤쿠버, 시애틀 여행 1 6 르플로스 2025.08.29 4,764 8
    41075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1 8 은하수 2025.08.28 5,032 5
    41074 큰아들 이야기 2 21 은하수 2025.08.27 5,900 5
    41073 큰아들 이야기1 5 은하수 2025.08.26 8,952 7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