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끔씩 며칠 도와준건 있었어도
이렇게 정식으로 아침에 제 시간에 나갔다가 저녁에 같이 퇴근하는 일은
그때가 첨이었지요 또 그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집에 계신 어른들과 한참 수험생이던
고3딸과 고등학교 들어간 아들.. 식사준비도 젤 큰일이었네요


애들이 크니까 저녁시간에 같이 앉아서 밥 먹기가 점점 더 힘들어져요
해서 아침에 가능하면 밥을 꼭 먹여서 보낼려고 하는데 애들도 아침시간에
복잡한거 올리면 잘 안 먹게 되어서 일품으로 주로 냅니다..
간단하면서도 좋아하는 비빔밥들...
이 나이에 내가 나가서 일을 해야하다니. 다른 사람은 이제 이 나이에는
쉬고 놀러다닐때인데...
(여기서 다른 사람은 기준을 왜 위로 했는지..그걸 모르던 철부지였습니다...ㅠ ㅠ)

먹다 남은 김치 한 곳에 모아서 김치 냉장고에 못 넣고 베란다에 뒀더니 요즘 날씨에
흰게 끼었어요 저녁 먹고 한번 씻어서 물에 담궈두고 자기 전까지 두세번 갈아주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물을 쪽~~빼고 된장, 올리브기름(식용유도 괜찮아요..)
그리고 설탕 약난 넣어서 조물락 조물락 한 뒤에 냄비에서 볶다가 물을 자작하게 부은뒤
끓으면 불을 줄여서 국물이 없어질때까지 졸이면 아침에 훌륭한 반찬 한가지 됩니다..
이건 경빈마마님께 배웠네요...
저녁 설겆이도 못 하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가득 쌓여있던 설겆이 그릇에
또 아침 준비를 할려면 좋은 아침을 짜증으로 시작할때가 거의였었죠
그러다 보니 만만한게 아이들이라고 아이들과 부딪히고 또 아이들은 그때의 자기들만의
스트레스로 받아서 짜증내고..

식탁에 올릴 반찬이 조금 허전하다 싶으면 후다닥 만들어요
양파 반개 채썰고 게맛살 5개를 길이로 삼등분하고 반으로 나누어서
양파 기름에 볶고 게맛살 넣은뒤 살짝 볶은 뒤에 굴소스와 진간장을 약간만 넣고
양념으로 설탕 약간 넣어서 볶아 놓으면 또 한가지 반찬 아침에 나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일하면서 밥해먹기 라는 책을 알게되었죠
정말 눈이 번쩍 띈다는 말이 그 말이었습니다..
내게 닥친 젤 큰 과제였으니까요..
그동안 아름 아름 제가 가진 요리책은 여러권 있었지만
제돈으로 요리책 산건 그때가 첨인 정말 대책없는 엄마였죠...

이건 시간 날때 미리 만들어 놓은 검정콩과 호두졸임
호두는 남아 있던게 있어서 넣었지만 자라는 아이들한테는 이런 견과류가 좋다고 하네요
키도 다 자랐고 어느덧 성인식도 다 치렀지만 제게는 늘 어린애같은 아이들...ㅎㅎ
머리속의 지혜는 언제까지라도 자라야 하니까 자주 멕여요
호두가 없으시며 검정콩 대신 생땅콩으로만 졸여도 또 맛나요
참 현명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히 힘도 많이 들고 속상함도 많으셨겠지만 그 노하우를 이렇게 책으로 낼수 있다는
사실에 따라서 82에 가입하고 유령회원으로 지내면서 여러분들의 지혜도 배우고
이렇게 제 아이디로 글도 쓰는 그런 귀한 시간을 가지니 항상 82에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이가 한개있었어요
둥글게 체썰어서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무쳤어요
알맞게 절인걸 알아보려면 적당히 절여진 오이 한개를 집어서 양쪽으로 모아보는데
그때 잘 부러지지 않고 휘어지면 전 그때 무쳐요
너무 절여지면 쫄깃한 맛이 덜한듯 해서요...
고추가루 약간 넣고 고기 넣고 볶아 둔 양념 고추장(키톡에서 조회하시면 많은 레시피가 나와요..)
그리고 겨우내내 먹고 남은 마늘짱아찌 국물로 무치면 바쁜 아침에 따로 간 보지 않아도
맛나게 간이 맞습니다...
이제는 아침에 여유롭게 아침 준비도 마치고 컴에 앉을 시간도 가지고
따끈한 차도 마실 시간까지 가지게 되니 이것 또한 그동안의 지혜와 경험이겠죠
평생토록 변하지 않을듯 해서 너무도 절 답답하게 해오던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늘 내곁에서 어린애들로 있을줄 알아서 더 사랑주지 못 했던 내 아이들도...
22년을 살면서 내게 기쁨도 주었지만 너무 큰 눈물도 주었던 내 남편도..
지금 보니 모두가 조금씩 변해서 둥글게 둥글게 굴러가고 있었어요....

평양이 고향이시고 젊으셨을때는 만주에서도 생활하셨던 시아버님이
무척 좋아하시는 중국고추잡채 만두와 왕만두입니다.
인천의 차이나 타운에 가면 만두만 전문적으로 파는 집에서 사서 냉동칸에 저장해 두었다가
아침에 도저히 더 놓을 반찬이나
또 밥 먹기 힘들어지는 기분 느낄때 데워서 놓으면 아주 잘 드시고
다른 식구들도 좋아합니다.
87세의 연세에도 소화기능은 건강하셔서 이런 밀가루 음식도 잘 드시는걸 보면
제게는 이게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른 미역을 불려서 구박 받던 배도 조금 굵게 체썰어서 시중에서 파는 동치미맛 냉면육수를
냉동칸에 얼려두었던걸 후다닥 해동시켜 국물만 부으면 아주 시원한 국물이
만두랑 먹기 좋아요....
그동안 너무도 힘든일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서 흐려지고
또 뛸듯이 기뻤던 여러가지 일들도 이제와서 생각하니 나 혼자만 잘해서 된게 아니었다는
감사함도 생기고...
언젠가는 하나님 나라에 다시 놀러가게 되겠지만
감사함에는 더욱 더 감사하고
배움에는 더 열심히 배워서
하나님이 보내주신 제가 있어야할 곳에서 소풍을 마칠때까지
그렇게 보내야 겠다는 생각 드는것도 이 나이에서 가질수 있는 여유로움인듯해서
시간 시간이 더 소중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