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라스베가스에 살고 있습니다. 2일전 저희 날자로는 화요일이지요... 정말 설레이으로 저녁도 먹고, 야식까지 챙겨 먹고 오늘은 꼭 밤을 세서라도 지켜보리 하며 티비 앞에 앉았습니다. 밤을 꼴딱 세고 나니, 남는건 진정 멘붕 뿐이였습니다. ㅠㅠ 어찌 이런일이 있을까요??
멘붕으로 하루를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게 보내고, 좀 정신을 차려 보니 날은 왜이렇게 오방지게 추운건지? 왤케 기분은 꿀꿀한건지? 탄수화물에 달달한것이 마구마구 땡기네요. 제가 원래 무지 단순한 사람인데, 이번엔 좀 대미지가 큽니다. ㅠㅠ
얼마전 기분좋은 일이 생길거라며, 그 기분좋은 일을 기념하며 먹을꺼라며, 애플파이 재료를 사다 놓았었답니다. 냉동 파이 크러스트와, 그래니애플, 고구마 등등... 그리고 땡스기빙때 키슈 굽는다고 넉넉하게 사다가 쟁여 두었던 생크림까지 한몫을 합니다. 생크림은 너무 넉넉해서, 티라미수도 만들어서 이웃들에게 나눠 주며, 기분을 한참 업 시키고 있었는데 닥친 한파와 멘붕... 그래서 더 더 아픕니다.
어째건 그때 쓰다 남은 생크림까지... 정말 제가 원하던 애플 파이를 만들 재료가 모두 준비 완료입니다. 어릴적에 파리 크XX에서 사먹던 애플 파이의 맛을 기억 하면서 만들어 봤습니다. 애플 파이 바닥에 무언가 부드러운 느낌이 참 맛있었던 애플파이였습니다. 날도 춥고 우울할때 한쪽 먹으니 좋긴 한데, 멘붕은 어쩔수 없나봅니다.
사설이 너무 길었습니다.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여행 갔나봅니다. 어째건 레시피라고 말하긴 챙피하지만, 써봅니다. 과정샷은 그냥 패스 합니다...
글쓰다가 에러 나서 일단 확인 누르고 다시 이어갑니다.
일단 애플 파이 속살 부터 보여드릴께요. 사과조림과 고구마 무스(?) 라고 하기엔 좀 그런 으깬 고구마가 들어있는 부드럽고 달콤한 애플 파이랍니다.
재료 : 사과씨 빼고, 껍질도 깍아서 580g(그래니애플 3개, 후지애플 1개 넣었서요), 무염버터 1TBSP, 황설탕 1/3컵, 계피가루 1tsp, 고구마 주먹 만한것 3개, 생크림 1/2컵, 아가베 시럽 2TBSP, 계피가루 1tsp, 소금 조금, 파이크러스트 2장(전 냉동 9인치 짜리 사용했서요), 계란 2알
만들어 볼께요...
1. 사과를 손가락 반 마디 정도로 대충 깍둑썰기 해주시던지, 아니면 납작 납작하게 0.3cm 정도 두께로 슬라이스 해주세요.
2. 무염버터, 황설탕을 넣고 볶아주세요. 볶다 보면, 사과가 약간 누렇게 되면서 즙이 나옵니다. 그때에 계피가루를 조금 넣고 마져 조려주세요.
3. 고구마는 삶거나 구워서 으깨주신뒤, 생크림, 아가베시럽, 소금, 계피가루를 넣고 고루 섞어주세요. 맛을 봤을때 달달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나는것이 뽀인뜨입니다.
4. 냉동 파이크러스트 바닥에 고구마를 넓게 펄쳐주세요. 그위에 사과조림도 얹으시구요. 취향에 따라 2층으로 하셔도 좋고, 4층으로 하셔도 좋아용. 전 맛이 골고루 나는게 좋아 4층으로 했서요.
5. 4의 파이에 파이크러스트 1장을 씌워서 옆에 모양을 내줍니다. 전 모 예쁘게 하는거 자신 없구요, 걍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서 벌어지지만 않게 해주었답니다. 모 취향에 따라선 예쁘게 바구니 모양으로 하셔도 좋겠지요??
6. 5에 계란을 1개 풀어서 브러쉬로 삭삭 발라주신뒤, 425F 로 예열한 오븐에 30분간 구워줍니다. 파이 가생이가 탈까 신경 쓰이시는 분들은, 한 15분 구우시다가 꺼내서 쿠킹 호일로 안에 동그랗게 잘라내신뒤 가생이를 덮고 다시 15분 구워주세요. 전 걍 무신경한 뇨자라 걍 패스합니다.
걍 그까이꺼 탈라면 타라지 하는 맘으로 구웠는데, 파이가 생각보다 때깔이 예쁘게 나온것 같습니다. 어째건 완성이 되었으니 맛을 봐야겠지요? 그런데 저란 뇨자... 따뜻한 애플파이도, 따뜻한 피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특이종입니다. 보통은 따뜻할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는 Apple Pie A la mode 를 좋아하시던데, 전 걍 차갑게 식은 애플파이가 더욱더 맛있게 느껴지는 그런 뇨자입니다. 그래서 일단 애플 파이를 한김 식혀서 먹어보기로 하고 한 2시간 잠시 외출 합니다. 돌아와서 잘라서 먹어보니, 어릴적 사먹었던 그맛과 비슷합니다. 참 단순하게도, 내가 만들어서 더욱더 맛있다며, 혼자 자화 자찬을 해봅니다.
그와중에 완전 지대로 삐지신 우리집 개어린이 네모씨 얘기도 곁들여봅니다.
핸드폰 사진이라 영 화질이 안좋습니다.
심통 단단히 나신 개 네모씨 ... 애플 파이 구우면 한쪽 준다더니 , 주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며 꼴 부리는 중입니다.
네모씨의 생각 ... 사과 깍고 , 고구마 전자렌지에 삶고 하니 , 내가 모두 먹을수 있는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보채 보고 , 달려 들어봅니다 . 분명 엄마가 네모씨 , 이따가 다 만들면 줄게 ... 라고 말을 했습니다 . 전 이말을 철썩 같이 믿고 , 오븐 앞을 떠나지 못하고 지킵니다 . 오븐앞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는데 , 오븐에서 분명 파이와 고구마가 맛있게 익고 있는데 , 왜왜 나에겐 아무것도 안주는것이냐 ? 하고 항의 하며 엄마 눈앞을 거슬리게 계속 왔다갔다 합니다 . 그러다 오븐이 열리고 알맞게 익은 파이가 나옵니다 . 하지만 , 나에겐 아무것도 안줍니다 . ㅠㅠ 정말이지 열받습니다 . 그래서 신경질 나는 김에 엎드려서 시위를 해봅니다 . 엄마랑 카이횽아랑 얘기를 하는데 , 자꾸 파이가 어쩌구 얘기를 합니다 . 파이 어쩌구 말이 나오면 , 일단 고개를 들어서 내가 여기 있음을 알려줍니다 . 그렇지만 , 파이는 안줍니다 . 사진만 찍습니다 . 젠장 짜증납니다 . 그래서 개짜증난다는것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엎드려서 시위중입니다 .
저렇게 꼴 부리며 있는 네모씨를 뒤로 하고 베트나미즈 샌드위치를 사러 갔습니다 . 한 2 시간 넘게 있다 집에 들어오니 , 네모씨 좀전에 화난건 잊었나봅니다 . ㅋㅋㅋ 그래서 다 식은 애플 파이를 한쪽 잘라서 네모씨 한입 , 카이 한입 , 나 한입 모두모두 맛있게 먹었답니다 . ㅋㅋㅋ
by J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