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과일을 엄청 좋아합니다.
독일에서는 과일값이 싸니까 풍족하게 먹였고 한국와서 부모님 댁에 살포시~ 얹혀 살때는 ^^; 어머님이 사다주시는거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는데요. 이제 제 살림을 살고보니 음식이야 감자 하나로도 지졌다 부쳤다 볶았다 삶았다. 하면서 알뜰이 아껴먹을 수 있겠는데 과일은 안 먹는거 아니면 먹는거, 선택이 이것밖에 안되니 고민이 되더라구요.
시댁갔을 때 내주시면 맛있게 얻어먹고.. 친정엄마가 부쳐주시면 염치불구 받아먹고.. 그때그때 저렴한 과일들로 떼우고 그랬는데..
며칠전 아들이 감기기운이 있었어요. 열도 좀 나고 입맛도 없어하길래 뭐 먹고싶냐고 했더니 딸기.ㅡ.ㅡ
나와는 정반대로 도통 귀찮은게 없는 남편이 얼른 채비를 하고는 슈퍼를 다녀왔어요.
난 그냥 작은팩 하나 사오려나 했는데 제법 큰 스티로폼에 든 딸기를 한 상자 사들고 온거예요. 오우~ 통큰데.. 하고는 자세히 봤더니 딱지가 하나 더 붙어 세일하는 거더라구요. 비닐을 뜯어서 딸기상태를 보니 반은 온전하고 반은 군데군데 물러졌고... 심하게 물러진 부분만 살짝살짝 도려내고 소다물에 씻어놓으니 양도 제법되고 먹어보니 아주 달콤하더군요.
그냥 옆에있던 새걸 살걸 그랬나?? 애도 아픈데 그냥 좋은걸로 살걸 그랬다..하면서 부엌을 기웃기웃하는 남편을 보니.. 그래 부모마음이 이렇지.. 하면서 살짝 감동....이 아니라. 어이.. 아저씨. 그 냄새나는 담배 한갑만 안피면 고민없이 새거 살 수 있거등요~ 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딸기를 구역꾸역밀어넣어 막아냈네요. 쿨럭;
한 접시 소복히 담아주니 아들이 제일 큰 걸 골라서는 아빠먼저. 그 담엔 제일 예쁜 걸 골라서는 엄마도 하나. 주더니..
지 할일은 끝냈다는 듯 남은 건 혼자서 뚝딱 다 먹어치웠네요. ㅡ.ㅡ 잘 키운건지 뭔지 헷갈리는@@
과일 이야기 하니 갑자기 떠오르는 친정아버지와의 일화가 있는데요.
제가 9년전 결혼준비를 할때쯤이였어요.
아빠가 어느날 이야기 중에
공주야
과일가게 앞을 지나가다 사과가 먹고싶을 때 이것저것 고르지 않고
그저 제일 맛있고 탐스러운 걸로 걱정없이 살 수 있으면. 그걸로 된거다.
너무 욕심부리면서 살 필요없다. 가진것에 만족하면서 살아라..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사실 우리아빠 경상도 분이라 저리 고상하게 말씀 안하셨음.. 숙자야.; 니 봐래. 살면서 너무 돈돈 카지말고@#$%^$ ~~: 어쨋든 내용은 동일)
딸기씻다가 문득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아빠에게 갑자기 전화를 했어요.
아빠.. 태서방이 오늘 딸기를 사왔는데요. 글쎄 몇천원 싸다고 좀 물러진 걸 사왔더라구요. 요즘 과일값이 얼마나 비싼지 아빠 말씀대로 고민없이 좋은 걸로 사다먹는건 저같은 서민은 힘드네요..
(당근 저도 경상도 사람이라 이리 예쁘게 말안했음.. 아빠 요새 과일이 얼마나 비싼지 사과도 못먹고. 어쩌고저쩌고.. 하여튼 이놈에 !@$ . 에이 그 썩을2#$ 아이씨 갱상도가 !@#$%#ㅍ )
뭐.. 결론은 아빠가 사과 한상자 보내주는 걸로 마무리 ;; ^^;
슈퍼에 갔더니 작은 깻잎 묶음 여러개를 봉지에 담아 천원에 팔더라구요.
가져와서 씻었더니 200장도 더 되네요.
깻잎찜 레시피 찾아서 얼른 만들었어요. 에스더님 레시피예요.
이 찜기가 휘슬러 36센치 웍 셋트인데요.
제가 저 웍을요..태어나서 첨으로 만두를 108개쯤 빚고는 쪄서 얼리면 만두피 안 찢어지고 좋다는 어느 82님의 말씀에 찜기를 찾다찾다 우연히 아마존에서 저 제품이 세일을 하길래.. 36센치가 얼마나 큰지 짐작도 못하고 그냥 충동구매를 했는데요.. 와... 싱크대에 들어가지가 않아요..ㅠㅠ
그 때 만두 한 번 찌고 구석에 계속 처박아 뒀다가 귀국하면서 이렇게 짐스러운 걸 들고 가 말어? 한 오백번 고민하다가.
그래.. 나는 맏며느리니까 아마도 만두찔 일이 또 있을거야. 식구도 많은데 저 넓은 찜기에 만두를 좌르륵 올려놓고 단 한방에 쪄서 내면.. 와우 얼마나 멋질까?? 생각하며 머리에 이고 왔건만
어째 이집 사람들은 만두를 안 먹네요. 제가 한국 온 지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정말 만두를 한 번도 안 먹었어요.@@
그래서 역시나 또 싱크대 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오늘에야 드디어 기회가 왔다 하고 써본겁니다.
고작 깻잎찜 하고 설겆이는 뚜껑에 본체에 찜기까지.. 역시나 이 집 싱크대에도 들어가지 않고 씻으면 씻을수록 화가 가라앉지 않아서 자꾸 아들놈 18색 크레파스를 찾게 되더라는..ㅠㅠ
우리집 천덕꾸러기 1호입니다.
(누가 잘 쓰고 계신 분 있음 활용법 좀 알려주세요. )
삘받은 김에 리틀스타님 연근조림도 했어요.
역시나 오리지날과 때깔차이가 저 찜기크기만큼 크네요. ㅜ;
그래도 맛은 최고
어제 시댁에 잠시 들린 남편이 이렇게나 많은 풋마늘대를 가져왔네요. 선물이라며ㅡ.ㅡ
뭐든지 주시면 고맙습니다. 넙죽넙죽 잘 받아서 맛있게 해먹어요.
어머님이 뿌리 손질도 다 하고 보내셨어요. 감기만 아니면 담아서 줄텐데 이정도는 할 수 있지? 하시네요.
(우리어머님은 경상도 분 아니십니다. 정말 저렇게 말씀하셨어요. ㅎ)
양이 어찌나 많은지. 저 벌어진 이파리 사이로 잔흙들이 많아서 씻는대만 시간이 엄청 걸리네요.
왼쪽 큰 통은 경빈마마님 레시피대로 배합을 해서 한 번 휘리릭 끊인다음 부었어요. 오래두고 먹을려구요
(스텐냄비에 붓고 식은담에 옮긴거예요. 우리는 또 플라스틱과 뜨거운 물에 예민한 82')
오른쪽 작은 통 두개는 보라돌이맘님의 1:1:1:1 배합초예요. 정말 1분도 안 걸리더라구요. 한컵씩 섞어서 그대로 휙~
그런데 두개 다 오늘 맛봤는데 내 입맛엔 맛이 비슷해요. ;; ㅎㅎ
저게 반 정도 양이예요. 나머지 반은 또 반으로 나눠서 고추장 무침을 했구요 나머지 반은 내일 쫑쫑 썰어 팽이버섯이랑 전 부쳐 먹을려고 아껴놔두었어요. 쓰고보니 마치 제가 엄청난 살림꾼 같이 느껴지는군요.ㅎ 님들도 그렇게 느끼셨다면 난 살림꾼이 아니라 사기꾼;
이제 우리 애기 사진 몇 장 올릴려구요.
얘는 태명이 없었어요. 그냥 애기라고 불렀거든요.
제가 남편한테는 한 애교 하는 편인데. 아이 부끄*^^*
태명 지어서 부르는건 그렇게 낯간지럽더라구요. ㅡ/ㅡ
그래서 남편과 그냥 애기야. 애기야. 하면서 불렀어요.
그런데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더니 아기 이름란에 태명을 적어두더라구요. 진짜이름이 나오기 전이니까요.
그래서 얘는 계속 애기.라고 적혀있었어요. 변애기. (남편성 지못미.)
조리원 식구들이 다들 애기야. 애기야. 이렇게 불렀지요.
큰애도 독일병원에서 이름이 변남아. 였어요. (얘네는 태어나기 전에 이름을 다 지어놓으니까 그냥 이름이 있는데 우리애는 어머님이 태어나는 시를 알아야 지을 수 있다고 그것도 바로나오는게 아니고 며칠 걸린다고 해서.. 병원에 있는동안 이름이 없었거든요. 벽에다 그날 태어난 아기 이름 다 적어두는데 우리애는 변남아. ㅋ)
젖은 머릿결.. 어때요.. 좀 삐리리하나요??ㅎ
양갈래로 묶어봤어요.
저 두툼한 목살 좀 보세요. 제 목과 똑 닮았네요. ㅎㅎ ㅠ
우리애기 옆모습이예요.
이 아이도 목을 가질 날이 올까요?
이왕 올거면 여름전에 왔음 좋겠어요.
지금도 들추고 들추면 도돌도돌 땀띠가 숨어있어요.
저는 아직 얘 목에 주름이 몇개인지 점은 있는지 없는지 아무것도 모른답니다. ㅠ
그래도 요 야무진 표정
너무 귀엽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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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없었을 때
제눈엔 분명히 안 예쁜 아기들도 있었어요.
그럼에도 엄마들은 자기 애기가 너무 예쁜 줄 알고
예쁘죠 예쁘죠 ? 하는데 난감하더라구요.
저 엄마는 정말 남들눈에도 예쁘다고 생각하는걸까? 그게 아니면 도대체 왜그러는걸까? 싶었죠.
이런 마음이 첫 애 낳고서도 계속되었어요.
첫 애는 객관적으로 뭐 좀 준수한 편이거든요. (인증 못함.;ㅠ)
그런데 둘째를 낳고나서요..
알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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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랬구나...
알고 있었구나...
그래도 어쩔수가 없었구나...
나도 그렇구나....
아... 그런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