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떤 게 좋은 커피인지 커피맛을 구분하지는 못해요. 조근조근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제게 좋은 커피집이란 로스팅을 잘하는 집, 커피 원두가 신선하고 좋은 집이 아닌 동네에 한적하게 있는 조용한 곳이에요.
요리가 주인 커뮤니티에 커피맛에 반해 올리는 글이 아니라 좀 망설여지긴 하지만,
오랜만에 주절주절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글을 남겨요.
예전엔 커피집에 오래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다른 이유는 둘째치고 참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할 거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신기한 건 처음 몇 번, 그리고 종종 커피집에 앉아있다 보니 예전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걸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커피만 빨리 마시고 일어서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천천히 마시고 앉아있어요. 그래서인지 사람 북적북적 복잡한 커피집이 아닌 동네 골목길에 있을법한 한적하고 조용한 커피집을 찾아다니나 봐요.
제게 커피집은 이래요. 한적하고 고요한 커피집만큼 책이 잘 읽히는 곳도 없고, 무엇인가 끄적이고 생각하기에도 커피집만 한 곳이 없거든요. 그리고 또 누군가를 기다리기에 참 좋은 곳이에요.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설렘이 가득한 곳이죠.
그녀가 커피집의 작은 나무문을 열고 들어와요. 무엇보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이톤의 "아저씨~"를 부르며 들어오죠. 그럴 때면 그녀를 처음 만난 그때처럼 제 마음속의 풍선을 부풀어오고 두근두근 누군가가 북소리를 내는 거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제게 커피집은 쌉싸름한 원두의 향이 나는 곳이기도 하지만 꽃향기가 가득한 곳이기도 해요.
홍대와 가까운 합정이라 사람이 북적북적 번잡한 곳을 생각했는데 직접 손때 묻혀가며 아기자기 꾸민 듯한 분위기여서인지 지금은 편안하고 포근하기까지 해요. 처음엔 '창타르샤'인지 알았는데 한참을 다니고서야 알았어요. '앙타르샤'라고.
파스텔 톤의 목재 테이블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인가 적을 수 있는 노트가 항상 있는 것도 좋았어요.
어느 날 우연히 벼룩시장을 구경하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의 그 사소한 기쁨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우연히 자신이 남긴 이런 메모를 보면 기쁘지 않을까요.
지난 겨울 바람이 많이 부는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녀를 기다리던 때였어요. 마침 제가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좀 했었는데 그게 안쓰러우셨는지 비타민이랑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시더라고요.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건 저 때 저 따뜻한 물처럼 참 따뜻한 일이겠죠. 주절주절 쓰긴 썼는데 커피맛은 어떻고 이런 얘기는 없는 거 같아요. 사진의 저 커피는 베트남 연유커피인가 그랬을 거예요. 그냥 달달한 카라멜 같은 맛이었어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커피집에 가면 거의 매번 아메리카노만 마셔요. 열 번에 아홉. 그리고 날씨 쌀쌀한 날엔 라떼를 마시기도 하지만 항상 저것들만 마셔요. 근데도 사실 맛은 잘 몰라요. 그냥 익숙해서인지 관성에 의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쌉싸름한 것 외엔 다른 것은 느껴지지 않는 그게 좋아서였고 라떼는 어딘가 모르게 싸우고 나서 화해를 하는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에요.
처음 글을 쓸 땐 종종 가는 커피집 세 군데 정도를 한꺼번에 올리려고 했는데 사진을 삭제하다 글이 날아가고 또 날아가고... ㅜㅠ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어요. 사실 여기에 이런 글을 남겨도 되려나 걱정도 되네요.
당신의 커피집은 어떤 향이 나는 곳인가요.
제게 커피집은 꽃향기가 나는 곳이에요. 그녀를 기다릴 수 있어서 설렘이 가득한 꽃향기가 나는 곳이요.
보너스로 글에 종종 등장하는 그녀가 하사하신 빵들 사진 올려봅니다.
(자랑목적이니 양해바랍니다;;;)
하나 마나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시원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