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권셰프님을 알게 된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전으로 거슬러간 세종호텔 엘리제 주방장 시절이었다
그당시 그녀는 나눔재단 월드채널 경북지부장 자격으로 가 끔 행사를 치르곤 하였는데
대구 수성호텔 조식 메인 셰프라는것 을 알게 된것도 이때부터였다
주방장의 평소에 업무처럼 홀에서 손님을 접대하던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선배님"이란 말을 건네고
대면했을때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권 셰프님과 두번째 만남은 언제인가 내가 포항에 일이 있어서 경상도 땅을 처음 밟던 시절이었다 ..
일을 마치고 포항에 온 자초지경을 얘기했더니 수성호텔에 꼭 들려 가시라는 말에 부담을 드린다는 틈도 없이
결정해 버리고 말 았다..
호텔룸에서 하루를 묵고 이른 아침에 나왔을때
이미 그녀는 새벽부터 출근해서 남자도 하기 어려운 강도의 조식 만찬 업무를 척척 수행해 나가고 있었다..
여자 조리사들이 꺼려하는 대형 무쇠 프라이팬을 들고 물밀듯이 밀려오는 조찬의 오더를 치는 모습 이 경이로울
정도로 멋지게 보였다 ..
곱디고운 여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여장부의 모순?된 기개랄까.;
경산의 똑순이
내가 권셰프님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았던 계기는 인터넷을 통해 본 영남일보"라는 지역신문에서였다..
대학 졸업 후 여행사 가이드로 잘나가던 그 녀가 호텔 레스토랑 메인셰프가 되기까지의
인생은 무척이나 드리마틱하게 여겨졌지만 이 모든 근간은 봉사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헌신에 있었다
자동차부품조립공장에서 1년여간 일을 하기도 했던 경험..
20년간 일주일에 2~3회 장애인시설에서
목욕, 청소, 차량운전봉사 등을 해 왔고 10년 가까이 영·유아 탁아방을 운영하였다고 한다..
아이를 양육했던 어려움속에서도 소득의 20%를 기부했던 봉사의 아이콘이자 경산의 똑순이란 별명답게 호텔 셰프와
구호단체
일
을 병행하면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억척스런 여장부였다
안동맛집 권셰프 우렁각시 장어총각을 가다.
전라도가 고향인 나는 우스갯소리로 사돈에 팔촌까지 현거주지가 전라권이고 권 셰프님의 연고를 찾기전까지는
중학교때
경주
수학
여행이 전부일 정도로 인연이 없었다..
안동 하면 그저 하회마을이 유명하고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지어미의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을
기념하고
자
만들었다는
월영교의
존재조차 알리 없었다..
.
.
.
.
.
.
.
.
.
경북 안동시 충효로에 위치한
권셰프 "우렁각시 장어총각"은 셰프님의 지극정성 음식사랑으로 만들어진 안동의 대표적인 맛집이다.
15년동안 몸담은 호텔을 퇴직하고 수많은 연구끝에 자연주의식
퓨전 한식을 담은 건강식 밥상을 선보여 현지인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원래는 상호와 같이 우렁이와 민물장어가
주 메뉴였지만 아침 해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다보니 숙취해소에 좋은 다슬기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
다슬기쌈밥
다슬기와 제육의 궁합이 만나다..
다슬기가 쌉쌀한 맛이라면 달콤한 맛의 제육과 만나 이루는 하모니..
쌈채소에 싸 먹으면 제육의 느끼한 맛을 다슬기의 쌉쌀한 맛이 잡아주는 듯 쉽게 물리지가 않는다..
민물장어구이쌈밥
데리야키[照燒き, てりやき]소스에 고추장 소스의 알맞은 배합으로 데리야끼의 느끼한 맛을 잡아서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게 보완한 권셰프 특제 장어구이
권셰프 민물장어구이는
소스를 예닐곱번 발라서 가장 단시간에 구워낸 요리로 전문 요리사의 노련함에 그 비법이 있다
얼마나 불을 잘 다루었는냐에 따라서 그 맛이나 톤이 결정되기 때문에 요리사에겐 한 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촌각의 시간이다..
아무리 뛰어난 양념도 결국 불 " 이란 원초적인 맛을 이길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때
야끼바와 장어 사이의 불의 미학을 가장 잘 표현한 음식이라 생각되었다..
옛날옛날 한 옛날에
다슬처녀와 장어총각은 한마을에 살았드래요..둘이는 서로를 사랑했드래요..
권셰프 다슬기탕과 장어탕의 맛을 보면
다슬기탕은 왠지 부드러운 여성 느낌이 나지만 장어탕은 억세고 기운센 남자 이미지가 떠오른다..
다슬기탕이 순한맛이라면 장어탕은 얼큰하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광할만하다..
대량으로 장어뼈를 구입해서 24시간 푹 고와낸 육수(씨앗장어탕)에 장어살을 뚝뚝 썰어 넣어 끓이는 형 식으로
무엇보다 권 셰프님의 정성과 열정이 가미된
인내의 음식이기도 했다..
담음새: 요리 맨 마지막의 예술
옷의 매무세를 추스리듯 요리의 맨 마지막에는 접시나 그릇에 정성껏 담아주는 담 음새를 보곤 한다.
권셰프님 요리에는 항상 살아있는 신선함이 담겨있다 .. 마치 드시는 분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듯한 묘한 매력을 준다.
일반식혜가 백의를 상징한다면
안동식혜는 연분홍색 정결하고 고운 여인의 자태를 지닌 듯하다..
무우와 생강의 소화요소가 약성을 주는 유산균 만점의 유일무휴한 안동지방의 향토음식으로
일반식혜와
다른점이
있다면 찹쌀을 재료로 하는것과 마지막 단계에서 끓이지 않고 삭히는(발효)과정이라 한다
.
.
.
.
.
.
업소를 처음 방문했을때 틈새마다 많은 항아리가 차지하고 있어서
어느정도 인테리어 소품이겠거니 했지만 항아리 하나 하나에 직접 담근 장과 효소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요즘같이 주문만 하면
제품별 취향별로 쉽게 구할수 있는 식재료 홍수 시대에
셰프님의 음식 사랑의
열정을
한눈에 보는
계기가
되었고
동종업계를 같이 걷는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리를 해 본 사람은 안다..
주방위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언론에서 그럴 싸하게 포장된 맛집의 이면에는 위생과는 멀어진 곳도 다반사라는 것을..
권셰프 우렁각시 장어총각의 주방은 그야말로 칼주방이다.
어디 하나 어느곳 하나 세프님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다.. 소스는 소스대로 양념은 양념대로 위생통에 날짜별로
차곡차곡 쌓 여있다.
호텔에서부터 몸소 쌓은 위생관념과 그녀의 성격에서 나오는 정리정돈의 조화로움이란
주방안의 또다른 예술이었다..
100 평이 넘는 홀 이라고 하기엔 조리기구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돈된 주방도 이색적이다..
전문 조리사들은 어떤 음식점을 방문해서 제일 먼저 보는것이 주방이고 식재료가 보관된 냉장고나 창고일것이다...
혹자는 직업병이라고 하겠지만 음식의 맛의 이전에 점검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위생이다..
식품위생은 국민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것은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
.
.
.
.
.
.
.
.
내가 생각하는 음식의 끝맛이란 카운터에서 계산할 때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음식의 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면 누구나 바가지를 쓴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떨떠름한 기분으로 돈을 내면서 속으로 다신 오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권 셰프님 음식을 접하다보면 이런 마음이 싹 가신다 .. 이집에서 내가 정말 대접을 받고 있구나.. 내가 접대할 손님이 있다면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분명해진다..
요리에는 만든 사람의 품성이 담겨 있다.. 식 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이해했으며 그 식재료가 지니고 있는
미적 요소를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했는지 관찰하게 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있는 것이
추상적인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권 셰프님의 고객에게 사 랑을 전하는 진심의 서비스와 진심의 음식을 느끼고 경험했다..
나는 오늘도 샹그릴라의 일상속에서..
권셰프님의 노고를 그리며
우렁각시 장어총각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해 본다..
.
.
.
.
.
요조마(장대열)
전주 샹그릴라cc owner ch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