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의 요리세상, 도자기, 그리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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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병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은 마침 주일날이라서
교회에 다녀온 다음 떡국을 끓였습니다.
떡국을 끓이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 생각에 가슴이 찡합니다.
온 가족이 세배도 다니고 강화도 본가에도 다녀오면 좋으련만 마음 뿐입니다.
한국을 떠난 지도 이젠 오래 되었네요.
올해는 우리 가족에게 큰 일이 많습니다.
남편, 나, 그리고 큰 아이, 작은 아이 모두에게...
떡국을 나누면서 올해의 가장 큰 일에 대해서
남편이 아이들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네 식구 모두가 똑같은
발언권과 투표권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 이사가서 교회를 결정할 때도 투표를 했었지요.
그 때 큰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작은 아이는
preschool에 다니는 네 살짜리 꼬마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훈련이 잘 되어서인지 두 아이 모두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잘 표현합니다.
민주주의는 가정에서부터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지
사회에 나아가서도 꽃을 피우게 되지요.
미국 생활은 생일이 되어야 나이가 바뀌는데
오늘 같은 설날은 한국 나이와 미국 나이가 두 살이나 차이가 납니다.
올해는 떡국에 대한 의미가 남 다르네요.
새해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계속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이가 제게 무게감을 실어 주네요.
삶에 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2020년 1월 3일
1월 7일은 딸 생일이고 3월 7일은 아들 생일날이에요. 내일이면 2주 간의 휴가를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데 빨라도 여름까지는 만날 수 없을 듯해 아들과 딸의 생일상을 준비했어요.
한식은 손이 많이 가고 속성으로 만들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오븐에 넣고 뚝딱 하고 나오는 양식과는 180도 다른 조리법이 요구되지요. 두 녀석이 모두 한식을 좋아하지만 자기 집에서 먹는 음식은 양식이라서 힘들어도 두 손 걷어 부치고 한식 생일상을 차립니다.
아들과 딸 모두 객지에서 잘 살고 있어서 고맙고 대견합니다. 작년에 아들 생일 때는 우리 부부가 내려가서 함께 식사를 했지만 올해는 백신을 맞지 않고서는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아 딸과 아들의 생일을 같이 미리 차려주었어요. 어쩜 이렇게 다 맛있지요? 몸은 고되었지만 뿌듯합니다. 갈비찜과 녹두빈대떡은 꽁꽁 얼려서 가는 편에 보내줍니다. 두 주간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내일이면 두 녀석이 집을 떠납니다. 떠나고 나면 아이들의 빈 방이 허전할 거예요.
오늘 생일상 메뉴는 절대 불지 않는 잡채; 우리 딸의 최애 갈비찜; 아들이 좋아하는 양송이버섯전, 호박전, 새우전; 새콤 달콤한 중국 냉채; 딸이 좋아하는 녹두빈대떡; 시금치, 무, 고비로 만든 삼색 나물; 지난 가을에 우리집 뒷뜰에서 말린 호박과 가지로 만든 나물; 표고버섯 피망 볶음; 겉절이;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시원한 나박김치.
제일 마지막에 갓 지은 흰쌀밥과...
뜨거운 떡만두국을 내고 황백지단, 파, 김, 실고추 등 5색 고명을 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