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죄송해서 뭐라 드릴 말씀이....ㅠ.ㅠ.
오만과 편견-책과 디비디로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다음 이야기 나가도 생뚱맞지는 않을런지요..?

- 예쁜 꽃으로 아부 부터 하구요...^^-
엄마가 간농양으로 적십자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50여일을 투병하시는 중에도...
저는 직장 생활을 해야 했으므로 동생들이 엄마를 교대로
보살펴 드려야 했습니다...
그것도 개학과 동시에 동생들은 다시 태백으로 내려가서
지들끼리 밥을 해먹고 다녀야 했고..
혼자 남은 저는 병원과 약국을 오가며
엄마의 병간호를 해야 했습니다...

-연어 맛간장 조림입니다, 위에 뿌린 향신료 때문에 비린내없이 향긋했습니다-


환자들에겐 환경도 꽤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열 두어개의 침대엔 거의 의식불명인 환자들이 많았는데,
중환자실에 계시던 분들 중 그나마 정신이 멀쩡하신지라...
퇴근해서 가면 엄마는 순이야~ 나도 죽는거냐..? 왜 병실로 안가고
여기서 이렇게 오래있는거냐며...
오늘은 저 침대에 있던 화상당했던 사람이 죽었고...
저기 새로들어온 사람은 얼굴이 까만게 곧 죽을것 같다며...
엄마도 당신의 삶이 여기서 마감되는건 아닌가하고 몹시 불안해 하셨습니다..

-겨울엔 김치찌게가 최고~ 입니다-

더구나 엄마 바로 옆침대에는 의식불명인체로 호스를 통해 음식을 주입해야 하는
환자가 있었는데...욕창이 생길까봐 하루에 몇번씩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줄 때마다..
엄마는 소름끼쳐 하셨습니다...

-냉동고 정리용인데요 갖은 해물 다 넣구요 우동면 넣고 볶았어요, 불고기 양념에
두반장소스 좀 넣었습니다..-

설상 가상으로 수술후 가스가 나올 때까지 물을 드시면 안되는데..
양치하던 물을 살짝 마신 후에^^
복수가 차올라오니...이제는 나도 죽는가보다며 연신 우시고,
의사선생님들 회진시간이면,
내가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냐고 몇번이나 물어보시고...
내가 어린 니들을 놔두고 어떻게 벌써 죽겠냐며 통곡을 하시고...
워낙이 깔끔하신 성격이신지라...
하루라도 몸을 안딱아 드리면 서운해하시고...
자식들도 걱정되지만, 당신 몸이 아프시니...
맏이인 저는 늘 걱정과 잔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ㅜ.ㅜ.

-이건 제가 잘 하는 짓?인데요..재활용이라고..^^ 식은 밥에 남은 야채들 뚝뚝 썰어 넣구요
우유와 치즈 풀어서 후루룩 부어서 오븐에 구워요...새로운 맛의 창조?^^


-식탁용 전기후라이팬인데요..한 2년넘게 썻더니 코팅이 일어나서 안쓰다가 요즘은 꺼내서
호일깔고 대충...사진이 흔들렸어요..ㅡ.ㅡ;;
지금이라면 이제 철도 들고, 엄마라는 존재의 귀중함과 그리움으로 인해...
백배나 더 잘해 드리고, 위로해 드리고, 더 잘 보살펴 드릴것 같은데...
생과 사에 대한 거창한 고민같은건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그때는 어찌나 힘들고 어렵던지요,
싫기도 하고, 도망쳐 버리고 싶기도 하고...
엄마가 돼가지고 그것도 못참나 싶은 서운한 마음도 들고....
지치기도 하고, 때론 울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마음으로도 엄마께 많은 죄를 지었고,
겉으로도 많이 툴툴거렸던 것 같습니다...

-게스트가 꽤 많았나봐요...근래에 보기 드문 좀 거한 상차림이네요..^^

-오징어 볶음이요-

-김치 콩비지찌게 입니다...
엎친데 덮쳐서....
저를 동생처럼 돌봐주시고 거두어 주시던...
제 삶에 기둥같으신 다비수녀님께서 난소암이여서...
태릉에 있던 국립암센타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엄마일로도 맘이 어려운데...
수녀님까지 암이라니...
온통 그시기에는 슬픔이라는 단어를 껴앉고 살았댔습니다...
수녀님이시라 얼마나 오랫동안 아픔을 참고 병을 키웠는지...
발병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랑하는 주님품으로 가셨습니다...
살아 생전의 그득한 미소 그대로 품으시고,
모든 주어진 고통과 환경을 불평없이 다 견디시는 모습으로...
사람에 따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다른지....
제겐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겨 주셨습니다...

-비수기라서 소박하고 겸손한 상차림들이예요...


-홍합 매운볶음에 파스타 넣고 같이 볶았어요....
가끔은 햇살 가득한 오후의 주말이면...
엄마 침대 곁에서 포도 한 알씩 입에 넣어 드리면서...
두런 두런 모녀지간의 어릴적 이야기들, 속상했던 얘기들하며,
각 침대의 환자 사연들에 같이 안타까워도 하고,
서글퍼하기도 하면서...
저는 20대의 화려한 날개를 펴보기도 전에
인생의 슬픔과 아픔을 그리고 결과를...
너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숨을 쉬고, 행복한 느낌으로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A.J 크로닌의 책에 빠져 있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천국의 열쇠, 성채...그 시기에는 열정적으로 빠져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 가물....ㅜ.ㅜ.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다시 한 번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입니다...

- 유학생활 9년째라는 부부를 위해서....^^_

그렇게든지, 이렇게든지...
시간은 지나고 사람은 또 살아지게 되는가 봅니다...
엄마는 회복실에서 10여일 더 있다가 건강하게 퇴원하시고
태백에 내려가셨습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니였지만..
죽지 않으면 다 살게 된다~ 라는 배움하나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금요일 점심, 일주일 학교 생활을 잘 했다고 아이들 점심 차려 주었어요..거창하게..^^

살아 있으면 무슨일인들 못하랴....
아직 내게 주어진 시간이 있고, 기회가 있으니까..
뭐든지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단과학원 등록을 해서 출근 전까지 수업 받고..
저녁에 퇴근후에 다시 학원가고...
희망찬(?) 날들을 알뜰 살뜰 살았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약국에 근무하다 보니...
각 제약회사에 대한 신문기사나 광고들을 열심히 보게 되었는데요...
(가방사려고 하면 다른 사람 가방이 눈에 쏙쏙 들어오고...
머리 깍으려고 하면 다른 사람 머리스타일만 보게 되는 현상처럼...)
어느날 동아제약에서 여직원을 구하는 광고가 크게 났는데.....
고졸이상 여자, 24세이하, 이력서,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가슴이 콩닥거리고 심장이 벌렁거렸습니다...
저 조건이면 나도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약국 식구들 몰래 서류를 준비해서 입사지원을 했습니다...
혹시 떨어지면 챙피하니까 합격할 때까지는 비밀로 하기로....


-닭가슴살 구워서 샐러드 해먹었어요...마늘 소스 얹었네요...
서류에 합격하고,
면접을 보러가는 날에 약국 사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다 들 기뻐해 주시고 기특해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마 영업소장님께 전화도 한 통화 넣어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막상 면접을 보러 갔는데 강당에 가득 찬 고졸이상 여자들(?)을 잔뜩보고 나니..
다른 사람들은 다 서울 사람같고, 저만 지방출신 같았습니다...


-동그란 오징어볶음이 누워 버렸어요...^^
면접은 이사님들이 하셨는데..
서너명이 한 팀으로 들어가 보니...
저만 지방출신이 아니고...
대부분이 지방에서 올라온 실력있는 고졸들이였습니다...^^
다 들 성적들이 좋아서리...
특별하지 않으면 뽑히겠나 싶었습니다....ㅜ.ㅜ...

-두부 광인 남편....신김치 다글 다글 볶아서 두부김치 만들어 주었어요..

-간이 잘 밴 돼지 불고기....
돌아가며 하시는 질문에 또박 또박 대답하고...
학교에서 했던 활동들, 배움들 말씀드리고...
꼭 합격되고 싶다는 의지와....
동아제약이 저를 뽑지 않으시면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명백(?)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오럴테스트도 있었는데...
회사에서 나눠준 제품 설명서를 보고
한시간 후에 데몬스트레이션을 해야 하는거였습니다...
웅변대회 경험, 학교 반장할 때의 요령?등
여하튼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다 동원해서
최선을 다했고 13명의 합격자 명단에 들어갈 수 가 있었습니다...

-닭가슴살 샐러드인데요...파인애플소스 왕창(?)부어서 먹었어요...

지금은 없어진 O.A 여직원을 모집하는 거였는데요...
동아제약에서 세일하던 염색약 퍼콜, 여성청결제 락타시드...
존슨베이비 제품들을 각 지역의 약국들을 방문하여
제품 설명하고, 주문 받으면 남자 영업사원들한테 연결해 주던
어씨스턴트의 일이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엄마의 기쁨은 대단했습니다...
우리 맏딸이 이제 이름만 되면 다 알수 있는 (박카스 만드는 회사^^)
회사에 취직이 되었고...동네에 떳떳하게 자랑도 할 수 있고...
우리 딸이 서울가서 출세(?)했다고 난리가 났댔습니다...
당신 병간호 하느라 늘 짠하고 고생했던 딸이라 더 그렇다고 하시며...^^

-여기 아이들의 주일모임후의 잔치?상은 언제나 떡볶기가 메인입니다..^^

동기들과 2주간의 연수기간 중에도
저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뽑아 주신 분들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또 감사한 일이고, 소중한 일이기 때문에...
회사제품들 숙지하고 테스트 받고...
발표회하고...또 테스트 받고...
극기훈련하고..스피치훈련받고...^^
연수를 마칠 땐 최고의 성적으로 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선물할려고 몇개 업어 온 것들입니다....
더이상 입시학원은 못다니게 되었지만..
회사에서 무료로 아침시간에 들을 수 있는
일어회화반에 등록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월급도 많아졌고, 보너스도 600%씩이나 주고..
일일 활동비도 4500원씩 주었기 때문에...
조금씩 쪼들림에서 벗어나 훅~훅 숨을 쉬고...
동기들과 어울려 젊은 처자답게 깔깔거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젠 스물 셋의 화려한 날개를 좀 펴 보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