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넣으셔서 그 옛날 학교에서 생년월일로 출석번호할때
전요 자그만치 92번일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번호 기억하시는 연대가 지금 있으신지...?^^;;;)
(오전반, 오후반도 기억하세요?ㅎㅎ)

일단 도토리 묵을 쑤었습니다..
어쨌든 어떻게 어떻게 하고 따라가서 재수도 안 하고 대학도 들어갔고
직장도 졸업하던 그 해 12월에 취직했고...

모아 두었던 재활용 그릇에 부어서 식혀야죠..
그러다가 직장에서 남편을 만났어요
학교 선배인데 학교다닐때는 이 사람이 있는줄도 몰랐어요
당연하죠 저 보다 5년이나 선배인데..

만들어진 묵은 조금 굵게 체 썰어 체반에서 말립니다..
직장을 채 일년도 못 채우고 그때 뭐가 씌었는지 덜컥 결혼을 했네요
직장생활도 겨우 익혀가는데 요리도 뭐도 배우고 할 틈도 없이...

한 체반을 말려도 묵말랭이는 저 정도 밖에 나오지 않아요..
살림을 뭐를 알겠어요? 집에서는 맏이였지만
할머니 계시고 또 고모가 가까이 계셔서 고모네서 거의 살다시피 해서
손에는 물한번 안 묻히고 살았는데....
학교 다니는것 밖에는..(공부를 했다는게 아니라 노느라고..^^;;)

묵말랭이를 소금을 약간 넣고 한참을 끓여요
그럼 말랑해지는데 첨 묵을 만들었을때와 다른 점은 잘 끊어지지 않고
쫄깃하다는 거죠...
거기다 덜컥 허니문 베이비까지 생겨서 일월에 결혼하고 시월에 애기 엄마가 되어서
병원에 누워있는데 제 이름 아래 나이 23세(왜 병원에서는 만 나이를 적잖아요..)
누구 누구 애기 이렇게 적혀있는데..
그때서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하는 생각이^^;;;;;ㅎㅎ

이 불려놓은 묵말랭이와 무청이 만났습니다.
시어머니는 전형적인 서울분이셨고 전 부산이었어요
김치부터 간이 틀리고 들어가는 젓갈까지.........
모든게 서툴다 보니 시어머니 눈에는 영 차지 않으시고....
남편이 직장이 대전으로 발령을 받아 잠시 분가를 하기전 삼년동안은 저에게는
거의 매일이 하루 하루가 부억 들어가는게 전쟁터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할줄 아는 요리가 하나도 없었으니까요..흑
매일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하냐고...

삼색의 파프리카와 묵말랭이로 잡채를 만들어도 되죠
고기를 싫어하시는 분들, 괜찮겠죠?
시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찾아오는 손님도 항상 많았고
늘 보통의 식탁보다는 손님용 요리를 차릴때가 일주일에 두세번일때도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요리라는건 무섭고 힘들고 어렵고..
대전으로 잠시 분가를 하고 보니깐 남편과 아이들이 영 불쌍해지더라구요
해서 일단 제가 좋아하는 재료만 가지고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굳어 있던 동부묵과 불려 놓은 묵말랭이를 볶아주면서 채썬 대파를 나중에 살짝 넣어주면
간단하게 반찬 하나가 나오죠...
하다보니깐 또 다른 재미가 요리에도 있었어요
책을 보고 따라 하게 되고,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 주고
또 조금씩 응용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82라는 정말 좋은 사이트를 알게 되었네요
(전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해서 이렇게 좋은 정보를 얻게 된다는게 참 신기해요..ㅎㅎ)
묵은 항상 사서 먹는건줄 알았는데 묵가루를 공짜로 받게 되는 행사에서
묵을 집에서 직접 쑤어보니까 의외로 쉬었어요
제가 묵을 좋아하니까 또 이리저리 응용도 했는데
마침 저를 위해 생긴듯이 이 묵을 가지고 하는 요리대회라는게 생겼다고...
(만약 이게 사진이 아닌 직접 가서 하는거면 절대 못 했을꺼예요
왜냐하면 아직도 요리라고 이름붙으면 잠시 멍해지는 병은 여전하니깐요...
여러 사람 앞에 가서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했겠죠 ^^;;;)
태어나서 첨으로 요리라고 이름 붙여진 대회라는걸 참가하게 되었는데
제가 거기서 참가상도 아니라 일등이라는걸 알고 진짜 멍해졌습니다.........
어느 누구의 말대로 좋아하면 친해지고
친해지면 좋아하게 된다?????ㅎㅎㅎ
그래서 이번 한주는 감기 몸살로 골골 거리다가
뜻밖의 기쁜 소식으로 또 멍해진 그런 한 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