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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반성문 저녁 메뉴(7살짜리와 한 끼 먹기 17)

| 조회수 : 4,197 | 추천수 : 34
작성일 : 2005-09-06 23:23:14



아침으로 먹은 일종의 오픈 샌드위치와 저 혼자 쓴 일종의 반성문 저녁 반찬입니다.

사연인즉.
7살짜리가, 손바닥만한 네모를 공중에 그리며 “계란 이렇게 구워서 빵에 얹어 줘. 샌드위치 말고 그냥 얹어 줘.” 합니다.
그래서 혼자 “길거리표 샌드위치”에 두껑 덮지 말란 말인가 보다 하며, 그런 걸 만들었지요.
빵을 두 장은 먹여야겠기에 계란 부치고 잼 바른 빵에 올려서, 위에 보시는 것 두 개, 녹차라떼와 사과 한 쪽을 곁들여 주었는데..
기대에 차 식탁에 앉던 녀석이 이게 아니라고 신경질을 냅니다. 자기는 계란 프라이를 해 달라는 거였대요. 노른자가 익지 않게 구운 거..
일단 미안하다고 했지만, 계속 궁시렁대는 녀석이 못마땅했어요.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등이 툭! 꺼져요.
이 녀석이 자기 기분 나쁘다고 시위를 한 셈인데, 별 것 아닌 그 일에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요. 태풍 나비 때문인지 날도 꿀꿀하고 잠도 좀 모자라 컨디션이 나쁜 상태라 더 했나 봐요.
결국 둘 다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각자 집을 나섰지요.

종일 기분이 영~ 찜찜했어요. 미안하기도 하고, 그만한 것 못 참고 히스테리 부린 것 같아 스스로 한심하기도 하고.

그런데 퇴근하고 만난 녀석은 모든 걸 다 잊었는지 히죽 웃으며 들어섭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래서 저녁 반찬은 반성문 쓰는 기분으로 녀석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아침에 계란을 먹었지만, (아토피 걱정도 잠시 놓고) 인심 팍팍 써서 계란을 원하는 대로 하나 더 구웠죠. 반성문이니까 모양도 내고. (평소와 달리) 닭안심과 호박도 멋진 척 하며 담고.

제 맘을 다 알지는 못하는 눈치지만, 뭔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는지 너무 솔직하게 좋아해서 저도 기분이 확 ~ 풀렸습니다.
계란 프라이 밥에 넣고 비벼서, 반찬이랑...


** 닭안심과 호박
소금, 후추, 맛술 데리야끼 소스에 재웠다가 팬에 기름 조금 두르고 익혔습니다. 넓은 팬의 빈자리에 호박 썰어 익히구요. 먹을 때는 호박 위에 고기 한 점 올려 카나페처럼 먹었습니다. 쌈장, 잘게 썬 김치 등이 고명으로 올라갔구요.  양상추, 오이 조금 곁들여서.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5.9.6 11:49 PM

    母子간의 알콩달콩 사랑의 토닥임이네요!!
    하트 계란...저라도 좋을 것 같은데요....^^

  • 2. 인디고블루
    '05.9.7 12:15 AM

    장면이 눈에 선하네요. 좋은 엄마신것 같아요.

  • 3. 소박한 밥상
    '05.9.7 5:46 AM

    행복이 묻어나는 일상이 요리와 어우러져 있네요

  • 4. 비타민
    '05.9.7 6:14 AM

    계란 후라이가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아드님이 아마 이런 반숙된 상태를 원했던가 봐요.... 노른자 큰~ 계란... 갑자기 땡겨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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