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p] 해장국과 신랑얘기..
어제 퇴근시간이 되어서 신랑이 차타구 데리러 회사로 왔는데..
안색이 영.. 좋지 않은거예요..
그래서 무슨일 있냐구 물었더니 별일없다구 그냥 웃는데..
뭔일이 있긴 있나보다 싶어서 계속 꼬치꼬치 물었더니..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 있어서 회사사람이랑 좀 다투었다고 하더라구요..
자초지정 들어보니까..
신랑이 근무하느라구 회사차를 몰고 다니거든요.. (사실 이건 운전직들이 해야하는데.. -_-;)
근데 기름을 넣은 전표 하나가 없다는 거예요..
그걸 회사에 운전직 직원이 우리 신랑한테 뒤집어 씌우면서
마치 공금을 횡령한것처럼 말하더래요..
신랑은 분명이 기름을 넣으면 꼭 전표를 가져다 주었는데요..
암튼 무턱대고 자기 잘못이 아닌데 누명을 쓰니까 기분이 나빴겠죠..
저보구 오늘만 자기 회사 동료랑 술 마시고 오면 안되겠냐고 해서.. 보내줬습니다.
저 임신하구 회식두 거의 안나가고 술자리 있어도 참석 안하고 그랬는데..
암튼 그렇게 11시까지는 들어올꺼라면서 저 집까지 태워다주고 다시 시내로 나갔어요..
그렇게 신랑 기다리는데 10시 30분쯤에 신랑이 집앞에 왔다고 하더라구요..
나가봤더니 속상해서 그랬는지 엄청 많이 마셨더군요..
절 보자마자 갑자기 울더라구요.. 얼마나 억울하고 분했을까.. 생각하니까
저도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다행하게도 친한 회사 상사분이 얘기듣고 장부를 살펴봤나봐요..
보니까 우리 신랑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잘못한거였데요..
더 우스운건 그렇게 우리 신랑을 도둑으로 몰았던 그 운전직이 오히려 자기가 말한것처럼
회사주유카드로 자기 차에 기름을 넣고 다닌다는거였어요.. -_-
차라리 공론화시켜서 그 사람을 잡을수도 있는 거였다고 하더라구요..
암튼 그렇게 오해는 풀렸지만 졸지에 도둑으로 몰렸던 우리 신랑 맘에는 상처가 남았겠죠..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먹고 밤새도록 힘들어서 끙끙 거리더라구요..
어찌나 속상하던지...
아침에 속이 많이 쓰릴것같아서 밤에 급하게 나가서 콩나물 한봉지 사왔네요..
그렇게 북어콩나물국 끓여놓구 잠을 자려구 누웠는데..
그날따라 잠든 신랑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살도 너무 많이 빠졌구.. 그래서인지 저도 넘 속상해서 잠이 잘 안오더라구요..
안그래도 맘이 참 여린사람인데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했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해장국 내놨더니 너무 미안해하더라구요..
이제 앞으로는 술 안먹는다고 하면서요..
다행히도 그렇게 오늘 아침에는 신랑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출근했네요..
남자들 직장생활하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겠죠?
저도 직장생활하고 있지만..
아마도 여자들보다는 가장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 남자들이 받아야할 스트레스는
더 심할꺼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음대로 직장을 그만둘수도 없고..
서러운 일 있어도 속상한일 있어도 마음껏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고..
그래서 더 불쌍하고 안스럽고 힘겨워보이는게 가장된 남자들의 어깨가 아닐까 싶네요..
우리신랑 저때문에 임신하고 열달가까이 온갖 집안일은 도맡아 하느라고
저는 살이 찌구 신랑은 살이 빠졌거든요..
설겆이에 빨래, 집청소.. 거기다 배가 불러오면서 제가 부리는 온갖 짜증까지 다 받아주고..
거기에 매주 친정에 가서는 또 착하고 아들같은 사위노릇하느라구 힘들고..
그러면서도 늘 저한테 못해줘서 장인장모님께 못해서 죄송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런 착한 신랑인데..
그동안 제가 넘 못했구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많은 아침이네요..
오늘 저녁에는 신랑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맛있게 양념해서 오랜만에 고기로 포식시켜보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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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풍뎅이
'05.8.2 9:58 AM사랑이 듬뿍 담긴 해장국 때문에
시원하게~ 남편분 속 다 풀리셨겠네요^^
맛있는 저녁 준비하셔서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2. 김영주
'05.8.2 10:01 AM시원한 해장국드시면서 회사에서 있었던일도 확 푸세요^^
3. 영양돌이
'05.8.2 10:03 AMㅠㅠ
눈물나요~
저희 신랑 불쌍해서요~
항상 성격나뿐 마누라 짜증 다 받아주고..
울신랑이 넘 좋아지네여, 보고 싶구요....
요새 남자들 참 불쌍해요....4. 엔지니어님나도좋아^^
'05.8.2 11:04 AMㅠㅠ 진짜로 저도...눈물이 날려고 하네요...다행히도...우리신랑은..직장인이 아니라는 장점은 있지만은..자영업 이라는것도 스트레스..진짜 무시 못하더군요...저도 지금까지 신랑한테 못되게만 굴었는데...앞으로는 정말 잘해줘야겠어요...님의 글을 읽고나니...신랑한테 너무 미안해 집니다...ㅠㅠ
5. 수원댁
'05.8.2 11:31 AM저두 마음이 찡하네요.....앞으로 신랑한테 더 잘해줘야 겠어요....
6. 왕자엄마
'05.8.2 1:10 PM저두요..갑자기 찡하네여..
7. 달팽이각시
'05.8.2 2:29 PM음...울 달팽이신랑이 무쟈게 고맙네요... 저보다 요리를 잘해서 된장국 끓여주구 나가거든요? 제가 언능 맛난 요리를 배워서 한 턱 내야할텐데 말에요...
8. 선물상자
'05.8.2 4:16 PM^^* 다들 고마워요~~
제 글땜에 오늘 저녁 다들 신랑분들과 사랑이 새록새록 하시겠네요.. ^^;;;
아까 오후에 점심 먹고 전화가 왔는데..
그 사람이 먼저 와서 사과했다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뭐 경솔했다나.. -_-^
아마 도둑이 제발 저린다구 혹시라두 자기 감사 들어갈까바 겁먹었나봅니다..
우찌되었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0^/ ㅋㅋㅋ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로 주물럭해서 쌈싸서 먹어볼까해염~ ^^"
다들 행복한 저녁되세요~~~9. 유민짱
'05.8.2 6:03 PM읽다가 눈물 찔끔^^ 선물상자님의 아픈 맘이 느껴져요 ^^ 대한 민국 남자 아자!!아자!! 화이륑~~~~~
10. candy
'05.8.2 6:59 PM콩나물국 맛내기 힘든데...사진이 끝내줘요~~~
사랑이 듬뿍이라???11. 엄마곰
'05.8.2 11:24 PM정말 사랑이 담긴 국인거 같고...선물상자님의 남편사랑도 느껴지고..
남편분이 아내 사랑하는 맘도 많이 느껴지네여~
태어날 아가는 행복할꼬예여~12. champlain
'05.8.3 1:11 AM알콩달콩~~ 늘 아기자기한 글 잘 일고 있답니다.^^
지금처럼 늘 행복 하셔요..13. 비타민
'05.8.3 6:34 AM속 상하셨겠어요... 그래도 오해가 풀렸다니 다행이에요.... 두분 행복한 시간 갖으시구요~~~~
14. 애교만점
'05.8.3 6:13 PM아공..글 읽는데 제맘이 다 울컥..^^
넘 이뻐보이세요..
전 아직 임신 안했는데두 괜히 회사일 피곤하다는 핑계루 신랑 아침두 잘 못 챙겨주고 사는데..
아고..다시한번 반성하게 됐어요!!
낼부터 다시 각성하고 열심히 챙겨줘야긋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