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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7살짜리와 매실과 함께 놀기

| 조회수 : 2,763 | 추천수 : 22
작성일 : 2005-06-08 02:07:06



주말에 친구네 하동 시골집에 가서 매실따기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만 계시기 때문에 체험 겸, 도와드릴 겸, 친구 가족들이 애어른
합쳐 40여명..

왁자지껄 도착한 지리산 산비탈에는 나무에 매실이 탐스럽게도 달려 있었다.
매실 나무 아래에 야생녹차를 키우기 때문에 무농약 매실이라 했다.
씨뿌려 키우지는 않았지만 거두는 기쁨, 오동통 단단한 매실을 꼭지에서
‘똑!’ 따낼 때의 만족감은 대단했다.
더러는 키작은 나무도 있어서 가지를 잡아당겨주면 7살 짜리도 딸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만에 새로운 놀이를 찾아 아이들은 산을 내려가고 말았지만.
어른들은 따고 또 따고, 자루에 담은 매실을 나르고 또 나르고.
큰 나무 한 그루에서는 60킬로그램짜리 자루 2개 가까이 나왔다.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더러 사다리를 쓰기도 했다.
힘든 줄 모르고 일했고, 아침먹고 남은 반찬과 김치, 그리고 식은 밥을 쓸어담아
양푼에 비빈 점심을 나눠먹었다.

그리고 다녀와선 하루종일 매실이랑 놀았다. 7살짜리는 매실에 흠 난 것 고르기, 설탕 부어주기 등등

일일이 씨를 빼는 게 어려워, 그냥 칼집만 한 바퀴 넣어서 담았다. 장아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액만 먹고 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아주 조금만 씨를 빼서 따로 버무렸다. 장아찌가 변비에 좋대서 나혼자라도 먹어볼라고. 씨를 뺀 것은 하루 만에 거품이 날만치 액이 빠졌다. 설탕을 안전하게 조금 더 넣을까보다.

그리고 매실잼도 만들었다. 얼마전 딸기잼 성공에 탄력 받아서.
잼 할 것만 씨를 빼고 2킬로 씨빼다가 주걱 하나 해 먹었다....
주걱으로 으깨기 귀찮은데, 컵형 블렌더 밖에 없어서 갈지는 못하고, 다져 넣었다.
끓을 때 대충 냄비벽에 으깬 뒤 설탕을 부어 졸였다. 장난 아니게 튀었다.

딸기잼보다 조금 많이, 60% 정도 넣었더니, 단 거 별로인 나는 좋은데,
7살짜리는 ‘써!’ 한다. 7살짜리용은 설탕을 푹! 더 넣었다. 7살짜리가 ‘됐다~’할 때까지.
보통 입맛이라면 최소 70% 수준에서 시작해서 만들면서 간을 보아야 할 것 같다.
신 것 안 먹는 7살짜리지만, 네가 딴 매실로 만든 것임을 강조 강조..

매실잼, 맛은 새콤달콤 좋아서 빵 맛 땡기게 한다. 근데 색은 거무스름하다. 원래 색도 그렇고 황설탕이라 더욱. 흰설탕은 나을려나..

매실나무에서 종일 일하다보면 매실독이 오른다 했다. 벌레 물린 듯, 작고 빨간 반점이 생기며 가렵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부터 목덜미며 팔뚝에 나타났다. 반점.
일주일은 간단다. 끄응...

원래 나는 게으르고 살림을 대충 하자는 스타일이어서 이런 거 집에서 잘 안했다.
그릇도 결혼 때 두 식구용으로 산, 무지 단순한 하얀 것 뿐. 그래서인가? 손님 치를 일도 거의 없었고... 같이 매실 딴 전문주부가 항아리에 담아야 한다는데, 항아리는 물론 남들 다 있는 장아찌용 유리병 같은 것도 없어서 그냥 락앤락에 했다.
우리 엄마는 내가 딸기잼 만들었다 해도, 와서 먹어보기 전까지는 절대!! 믿지 않았다.

그런데 요리책 읽는 취미가 왕창 커진데다, 드디어 시골 출신 친구가 생겨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일밥’과 82cook을 알게 된 것도....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수리
    '05.6.8 7:17 AM

    매실이 건강에 무지 좋답니다.
    이런 자연의 먹거리가 가족의 건강을 지킨다고 생각하면 살림과 요리에 대한
    사명감마저 생깁니다.
    매실 참 예쁘게 생겼습니다

  • 2. 밍밍
    '05.6.8 9:35 AM

    주걱 하나 해먹었단 말씀이 가슴에 팍팍 와닿습니다.. 저두 그랬거든요~ ㅋㅋ
    두동강난 주걱 가지고... 이틀 내내 씨 빼고.. 오늘 삼일째 하면 다 할라나... ㅜㅜ
    눈은 쾡 해서 임산부가 모하는 짓인지 싶은데~ 작년에 담근 매실액이랑 장아찌 먹음 안할수가 없네요~

    7살 아이와 함께 했다니 더 좋으시겠어요~ 매실 몸에 좋다니 많이 드시고 행복하세요~

  • 3. 강금희
    '05.6.8 10:15 AM

    저도 작년에 도마 하나, 주걱 두 개 또갈라먹었어요.
    얼마전에 이웃집 앞에 멀쩡한 나무도마가 버려져 있길래 주워다놨죠.
    올해는 도마 밑에 쿠션 든든하게 받치고 해볼라구요.

  • 4. 파란마음
    '05.6.8 11:08 AM

    참,어제 안건데 매실에는 대나무 주것을 쓰면 안 된대요.매실의 산을 대나무가 중화 시킨다네요.
    꼭 나무 주걱을 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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