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오로지 '나'를 위한 탕수육-

| 조회수 : 7,347 | 추천수 : 8
작성일 : 2005-05-26 21:39:44
저,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아 글쎄, 울 아들이 안그러더니 요며칠 나가기만 하면 갑자기 때를 쓰며 울기 시작했거든요.
조짐이 조금 보이긴 했었죠.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서 유모차를 태우면 조금 있다가 지루해져서 찡찡...그때마다 남편이 있으면 얼른 안아주었었어요. 저 혼자일땐, 서둘러 안고 집에 와 버렸구요...

그래도 비교적 어렵지 않게 넘어가곤 했는데, 상황이 안아줄수도 집에 갈수도 없을때가 있잖아요.
어제 마트에 가서 꼭 그랬어요. 마침 슬링도 없었고, 반드시 사야하는 생필품-기저귀라든지 분유 같은거...안사면 당장 안되는 거잖아요. 잔뜩 적어갔는데, 마트 들어서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따 보니, 졸린것도 아니요, 배고픈것도 아니요, 더운것도 아니요....그저, 오로지 안아달라는 표정...

동네 창피해서 잠시 안으면 살짝쿵 웃고,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다시 울고...
쥬스도 먹여보고, 과자도 줘 보고, 필요없는 장난감을 사서 내밀어도 봤어요. 소용 없더군요.
그냥 안아달래요. 유모차 타긴 싫대요...

어쩌나요, 너무 애가 울어대니 미안스럽고 창피하기도 하여, 한팔로 아기를 안고, 다른팔로 장바구니를 위태롭게 얹은 유모차를 끌고 쇼핑을 했답니다.
물론...너무 팔이 아파 잠시 쉴라치면 다시 울어제껴서, 저도 힘들고 아기도 왠만큼 울고...
가까스로 집에와선 너무 화가 나서, 정말....엉덩이라도 두들겨주고 싶더군요.

...어제 그런일이 있어서 아직도 팔이 저리고 아픈데, 오늘은 제가 병원에 갈 일이 있었어요.
미리부터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있긴했어도 어쩔수 없이 가야 하는지라, 오전부터 아이 컨디션을 살피면서, 잘 먹이고, 잘 재우고 데리고 나갔는데요,

...흑!! ....ㅠ.ㅠ;;
집에서 병원까지 가는 5분 정도는 잠잠했는데요,
병원 들어가는 순간부터 우는거예요. 치료는 제가 받는데, 지가 뭘했다고 우는지...ㅠ.ㅠ;;
아직 병원 무섭다는것 모르거든요. 그냥, 역시 지루하다고, 안아달라고 우는 겁니다.
  
정말...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안아줄 형편이 안되기도 했고, 팔도 너무 아파서 한팔로 안고 오기는 너무 힘들겠고.....그냥 울리면서 집에 왔습니다. ㅠ.ㅠ;;
오면서 길에서 만난 동네 아줌마들(마침 장서는 날이라 왜 또 그리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는지...ㅡ.ㅡ;), 애가 왜 그리 우냐, 어디 아프냐, 애 너무 울리면 놀랜다, 달래야지 뭐하냐...참견들 하시는데...누군 뭐, 울리고 싶어 울리나요?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도 한시간쯤을 더 울다가 끝이 났습니다. 아주 고집이 보통 센게 아니예요. 지금까지 순한 아기라고 했던 말, 모두 취소예요.
지도 힘들엇는지, 그렇게 이틀을 연거푸 울더니, 두시간쯤 정신없이 자더군요.

이렇게 힘든 하루를 보낸 날, 화가 나서 폭발 일보직전이었는데, 이런날은 문득 기름지고, 달고, 뭐 그런걸 막 먹어줘야 겠기에, 오늘 메뉴는 탕수육입니다.
남편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탕수육, 엄청 독한 안동소주 한잔 걸치고, 저혼자 마구마구 먹어주었습니다.
이제사, 좀 살것 같네요. 휴우우~~~~

---------------------------------------
<오렌지피코 버전의 간단,간단~~ 탕수육>
*돼지고기 안심 200그람+ 밑간(소금, 후추, 청주, 진간장 쬐끔씩)
*튀김옷(흰자2개+녹말가루 4큰술)
*소스(물 150cc, 설탕 5큰술, 식초5큰술, 간장2큰술, 녹말가루 1큰술 반)+야채(내맘대로, 되는대로---오늘은 오이,양파,당근 조금씩)

1. 고기는 손가락 두꼐로 썰어 양념한다.
2. 고기에 흰자를 먼저 주물러 흡수 시킨다음, 녹말가루를 넣어 잘 버무린다.
3. 2번 튀긴다.-노릇해지도록.
4. 소스재료를 모두 섞어 달군팬에 기름 조금 두른다음 부어 저으면서 끓이다가,
5. 야채 썰어 놓은것 한꺼번에 넣고 휘휘~살짝쿵 익히면 끝.
6. ...다음은 아시죠? ....먹으면 됩니다. ^^

소스 공식이 핵심이예요. 파인애플 없어도, 레몬 없어도, 케챱 없어도, 탕슉은 만들어 집니다.
혹시 레몬 있으시면 식초 한큰술 줄이고 레몬 한큰술 넣으면 더 향이 좋구요, 없으면 그냥 해도 무방...
전 사실 설탕은 4큰술 반만 넣는데, 5큰술 반이나 6큰술 넣으면 아주아주 단, 업소표 탕슉 맛에 더 가까와요. 근데 너무 단거, 좀 별루죠? 전 그렇던데...

간단하니까, 외워두세요, 밑줄 쫘악~^.^


..........앗! 너무 쉬운거라 레시피 필요 없다구요?? ~~~~히잉~~~ㅠ.ㅠ;;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뉴욕댁
    '05.5.26 10:02 PM

    글 읽고나서 같은 엄마 입장으로서 위로해 드리고 싶네요. 아이들 키우다 보면 이런 일들 비일비재 하지요. 아이가 커지면 그렇게 고생했던 일들 다 추억거리로 남더라구요. 탕수육 드시고 스트레스 확 푸셨길 바래요. 아자 아자 화이팅!!

  • 2. 선물상자
    '05.5.26 10:05 PM

    힘내세요!! 아자아자! 화이팅~
    저 탕슉 머그면 기운이 팔팔 날꺼 같아여 ^^

  • 3. 초식공룡
    '05.5.26 10:14 PM

    애들 키우다 보면 웃을때도 많지만 참을인 마음속에 수차례 새길때가 더 많지요...
    극성스럽고 장군 같은 딸 키운 덕분에 저는 도인 다 됐슴당...
    얼마전에 튀김기를 마련했는데 얼른 탕슉 만들어 먹어줘야 겠네욤...

  • 4. tazo
    '05.5.26 10:55 PM

    길에서 아이가 울때 싫은얼굴로 쳐다보는것은 어디나 똑같군요.
    저는 외려 못되게 되 쳐다보아준다지요?
    탕수육 넘 맛있어보입니당.기운을 냅시다!아자!

  • 5. simple
    '05.5.26 11:05 PM

    음.. 남의 일같지 않아서 맘 한구석이...순둥이 아기는 세상에 없는거 같아요..-.- 아기가 크면 고집도 더 세지고 힘도 세져서 엄마체력이 점점 더 딸리는거 같아요...
    저도 내일은 피코님 탕수육 만들어서 체력보강 해야겠습니다....그래도 항상 오늘같은 날만 있는건 아니더라구요... 내일은 또 순둥이로 변해서 엄마를 기쁘게 할거에요^^

  • 6. 사과깎이
    '05.5.26 11:12 PM

    제가 어릴때 무지하게 울어대는 아기였대요. 그래도 지금은 엄마랑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걸요... 힘내세요!!!!!!!!!!!!!!!!!!!!!!!!!

  • 7. 오키프
    '05.5.26 11:18 PM

    탕수육이 심하게 유혹하네요. 때깔 죽입니다.
    아...먹고싶어라.
    아이가 한창 고집부리고 떼 쓸때는 미치겠더니 지나고나니 언제 그랬냐 싶게
    살짝 그립기도 하고 그렇네요....ㅎㅎ

  • 8. 스프라이트
    '05.5.26 11:31 PM

    큭 색감좋고, 맛있겠어요.

  • 9. 마스카로
    '05.5.26 11:56 PM

    아이들이 어느 순간에는 천사같다가도 한번씩 그렇게 손도 못댈정도로 고집을 부리지요.
    물론 지나고나면 다 추억이 되지만 아이가 그럴땐 정말 난감합니다.
    기저귀나 분유같이 덩치크고 무거운거는 마트에 가서 일일이 구입하지마시고 인터넷으로 주문해 쓰세요.
    아주 편리합니다.

  • 10. 402호
    '05.5.27 12:40 AM

    엄청 독한 안동소주 한잔 걸치고....이부분이 무지 맘에 듭니다..
    게다가 탕수육 안주라니요...캬~~~^^*

  • 11. 천하무적
    '05.5.27 1:24 AM

    폭발직전에도 이런 요리를 만들어낼 솜씨라면...
    그나저나 전 참 독한 엄마네요. 아이가 울면 제 풀에 지칠 때까지 그냥 놔두거든요.
    안 그럼 제가 먼저 쓰러질것 같아서...

    맛있는 거 드시고 힘내세용^^

  • 12. champlain
    '05.5.27 2:05 AM

    윽,,탕수육..
    누가 저런 탕수육 한 접시 만들어 주면 정말 왠만한 일에는 엄청 위로가 되겠네요.
    (맞아요..먹는 거에 약한 저입니다.^^;;;)

  • 13. lavender
    '05.5.27 4:27 AM

    오이도 당근도 탕수육이 참 이쁘네요...
    음....맛나겠다...^^ 한 입?

  • 14. 오렌지피코
    '05.5.27 5:32 AM

    흑흑흑...ㅠ.ㅠ 위로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처녀적엔 길거리에서 드러눕고 땡깡 부리는 아이 보면, 도대체 뉘집 애가 저러나 눈쌀 찌푸리고 지나가곤 햇었죠...ㅡ.ㅡ;; 이젠 남일이 아닌듯 해요. 반성하네요...

    너무 피곤했던건지, 잠이 너무 일찍 깨버려서 엎치락 뒤치락 하다 나와버렸어요. 시계보니 5시 좀 지났네요.
    이제부터 애 잘동안 무진장 많은 집안일을 할 참입니다.
    모두 좋은 아침 되세요~~ ^^

  • 15. kidult
    '05.5.27 10:50 AM

    아효, 무지 고생스런 하루셨네요.
    오렌지피코님이 예전에 올리신 생강케잌레시피 복사해뒀던 것으로 얼마전에 생강케잌 만들었었어요.
    하루지나 먹으니 정말 맛있었어요.

  • 16. 참깨
    '05.5.27 10:59 AM

    와우~ 먹음직 스러워용

  • 17. 풍경
    '05.5.27 11:04 AM

    힘든 하루시긴 하셨겠지만...
    그래도 나를 위로해주는 지혜를 가지셨으니..
    오렌지피코님은 참 행복하신 분입니다..
    나만을 위해 ..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열쇠를 가지신거...
    엄마들에겐 참 좋은 일이에요^^
    멋진 피코님~~ 화이팅!!

  • 18. 헤스티아
    '05.5.27 11:38 AM

    아 너무 고생하셨어요.. 역시 대가의 손놀림이라 탕슉이 예사롭지 않사옵니다~~

  • 19. 맑은유니
    '05.5.27 12:06 PM

    와~ 탕수육 어디에도 화난 사람이 만든 것 같지 않아요..
    음식 잘 만드시는 분들 보면 상황에 따른 인내심들이 대단하신거 같아요..이해심도 깊고..
    내몸이 피곤해도 식구들 위해 씻고 조리하고 상차림에 설거지까지..아..우리엄마 보면서 난 저렇게 못해..를 외치곤 하죠..그런 제가 다음달이면 엄마가 되요..오렌지피코님 얘기가 곧 제 얘기가 되겠죠..
    독한 안동소주에 탕수육 레시피 잘 적어 놓겠습니다..
    오렌지피코님 레시피는 저에게 늘 개념정리를 해주는 교과서 같아요..
    저번에 제빵 반죽 레시피에서도 어떤 깨달음이 있었다는..^^;
    님글 항상 반갑게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 20. 안개꽃
    '05.5.27 12:45 PM

    저 같음 애한테 지치면 그냥 푸욱 주저 앉아 쉬고 있을 것 같은데...
    이리 맛있는 요릴 그것도 손이 많이 가는 튀김을 하실 생각을 다 하시다니...
    대단하세요^^

  • 21. 파송송
    '05.5.27 1:53 PM

    참다참다 엉덩이 한데 때렸더니,,,
    엄마맞아?? 주위의 눈총에 무지 속상했던 추억이 있지요...ㅎㅎ
    다른애들 때쓰는거 보면서 너도 저랬어~,,,,설마?? 하는 표정이 재밌어요~

    탕슉레시피 잘 쓸게요~~감솨

  • 22. 신난다
    '05.5.27 5:06 PM

    그래도 우짜겠어요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인데~~
    힘내세요!!!

  • 23. 유경맘
    '05.5.28 12:49 AM

    그래두 대단하시네여..
    전 너무 화가 나서 탕수육 빼고 안동소주만 했을것 같아여..
    울 딸래미두 이제 떼가 심해 지고 있거든여..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2653 [R,P] '꽃게'님표 약식,따라잡기 !- 29 챠우챠우 2005.05.27 7,004 1
12652 우리신랑 도시락 13 9 안동댁 2005.05.27 6,709 14
12651 저녁대신 닭한마리 9 선물상자 2005.05.27 4,604 6
12650 닭미역국과 팽이버섯계란말이 4 문수정 2005.05.27 3,660 10
12649 흐뭇한 하루~^^; 5 빠끄미 2005.05.27 3,442 81
12648 복숭아향 드레싱 만들기. 4 2005.05.27 2,874 13
12647 초간단 콩국수요~^^ 14 야콩 2005.05.27 3,789 9
12646 새우와 옥수수 케첩조림 1 kimira 2005.05.27 2,410 9
12645 스파게티 프리마베라 3 쏭양 2005.05.27 2,616 6
12644 우리 둘이 점심 먹기~* 4 엄마곰 2005.05.27 3,927 21
12643 오로지 '나'를 위한 탕수육- 23 오렌지피코 2005.05.26 7,347 8
12642 홈메이드 사각피자..ㅠ.ㅠ 4 remy 2005.05.26 3,954 53
12641 행복한 자두 15 아이린 2005.05.26 3,561 10
12640 바삭바삭 쫀~득한 깨찰빵 6 민선맘 2005.05.26 2,689 5
12639 양갱이요~^^* 4 셀린느 2005.05.26 2,677 8
12638 걱정 많은 사람의 요구르트 성공기 13 소박한 밥상 2005.05.26 4,448 14
12637 돼지 오븐에서 찜질 4 포이보스 2005.05.26 2,951 1
12636 [P] 유부초밥&주먹밥 4 챠우챠우 2005.05.26 5,230 14
12635 요즘 형우 간식-옥수수와 딸기 빙구르트 4 김수열 2005.05.26 2,861 11
12634 양파김치 4 이뿌니 맘 2005.05.26 4,339 24
12633 젤 좋아하는 간식~ 30 오키프 2005.05.26 6,556 5
12632 황송한 두부김치 5 여름나라 2005.05.26 3,974 54
12631 간단하게 디저트 만들기. 3 2005.05.26 3,889 9
12630 여유로움을 즐기다. ^^ 23 줄리아맘 2005.05.26 4,295 8
12629 니가 정녕 단팥빵이란 말이더냐... T0T 6 선물상자 2005.05.26 3,065 3
12628 부끄러운 불낙전골 ^^ 9 줄리아맘 2005.05.26 3,171 11
12627 우리신랑 도시락 12 12 안동댁 2005.05.26 5,387 1
12626 브라우니 & 홍차쿠키 2 Kathy 2005.05.26 2,62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