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설날 음식 리뷰
저는 맏며느리라곤 하지만 제사도 없고, 식구도 시동생네 딸랑 하나기 때문에
다른 집들(혜경님댁이라고 말 못해~ ^^)에 비하면 명절 보내는게 수월한 편입니다.
허나, 이번 설날에는 울 집으로 어른들과 시동생네가 다 모였는데다가,
동서가 둘째 아이를 낳은지 두 달 정도밖에 안된 몸인지라
저 혼자서 장보기부터 준비, 음식 장만까지 마쳐야했지요.
스스로 나름대로는 고생했다면 했다공.. 한없이 자화자찬하면서 대견해 합니다. ^^*
암튼 그래서 이번 설날에 시댁식구들과 함께 한 음식은 3끼였구.. 친정에서 먹은 한 끼에도 약간 노력 보탰습니다.
1. 설 전날 저녁 : 갈비구이, 양장피, 궁중떡볶이, 천사표샐러드,
전 3종류 (팽이버섯전,동그랑땡,전유어) + 기타 반찬 4종류 + 김치 2종류
-> 원래는 해물잡탕도 하고 국도 따로 끓일려고 했는데.. 상이 꽉찬 것 같아서 ^^ 그냥 배째라.. 하고 말았어요)
밤참 : 고구마맛탕, 과일, 자스민차
2. 설날 아침 : 떡만두국, 방어구이 + 전, 반찬, 김치
-> 역시 원래는 다른 것 더 할려했는데, 전 남은 거랑 반찬 놓으니 푸짐한 듯하길래.. ㅎㅎ 말았습니다
간식 : 차, 과일
3. 설날 점심 : 수수부꾸미, 밥, 계란탕 + 전, 반찬, 김치
4. 설날 저녁 : 저녁엔 친정으로 이동했죠. 갈비구이, 샐러드, 양장피.. 이렇게 제가 준비해가지고 갔구요.
친정에서 마련해 놓으신 다른 음식에 예비올케가 가져온 홍어회 놓고 잘 먹었습니다.
갈비구이
갈비찜으로 안하고 구이로 만들었는데요. (상 위에서 계속 손 움직여야하니 더 푸짐해보일듯해서.. 잔머리.. ^^)
갈비란 게 핏물 빼고, 재우고 하니 손이 좀 많이 가긴 하지만 준비해놓고 나면 굽기만 하면 되니 당일은 맘이 든든하죠.
이번엔 어디서 귓동냥한대로 사이다에 한번 재워보고,
양파즙+사과즙+파인애플즙을 마구마구 섞어서 미리 연육작용도 확실히 시켰다가 양념에 푸욱 이틀동안 재웠더니
연하고 부드러운 맛은 정말 좋더군요.
할 때 많이 재워놓아서 설 전날엔 시댁식구들과, 설날 저녁엔 친정식구들과 넉넉하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갈비구이는 꼭 해놓은 거 사다 굽는 것 같기도 해서.. 들인 품에 비해선 뽀대가 덜 나더군요.
역시 그래서 명절엔 갈비찜으로 그동안 다들 했나보다.. 확실한 선택을 하려면.. 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장피
이 시점에서 자스민님께 감사의 키스를 한번 쭈욱 보내드리고~ ^^
이번 음식 중 가장 성공작이었거든요. 특히 남자들쪽에서 모두 다 환영했구요.
설 음식들이 아무래도 느끼해서인지 개운하고 시원한 맛도 좋았고, 야채가 많으니 건강에도 좋은듯해요.
양장피 마련이 젤 어려웠구요 ^^ (아... 예쁘게 야채 채써는 것도 어렵긴 함. ㅡㅡ*)
이마트랑 롯데백화점 모두에서 양장피를 안 팔아서, 명동 중국상점에 나가서 사왔어요.
양장피는 두 장 정도 부셔서 불려 놓으니, 한 접시로는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돼지고기랑 해물, 계란지단, 무순, 오이, 당근, 맛살, 양파 골고루 준비해서 접시 이쁘게 꾸민 담에 내가니
울 아버님 "어디서 사왔냐?"라고 하시더군요. (칭찬으로 생각함다. ㅡㅡ)
하긴 남동생도.. "정말 누나가 한거야??" (야채 채썬 솜씨보구선, 누나 맞군.. 하기도 함. ㅡㅡ*)
팽이버섯전
매번 작은 국자 사이즈로 했었는데, 이번엔 수저 사이즈로 덜어서 부쳤더니 보기에도 더 예쁘고 먹기도 훨씬 낫더군요.
(도대체 왜 내가 그동안엔 그렇게 크게 부쳤었지?? 싶습니다. ^^)
게으름병 환자인지라 재료 손질하고,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담그고.. 그렇게 부치는거 무지 귀찮음 ㅡㅡ;;
요렇게 재료 마구 버무려서 폭! 떠서 부치는게 짱입니다.! 더불어 맛도 좋으니 이 아니 예뻐할 수가~~ ^^*
동그랑땡
이거 그냥 사다가 계란물에 빠뜨려 부치기만 했습니다. ㅡㅡ* 그런데 맛 무지 좋습니다.
사서 한게 캥기긴 하지만, 고기 다지고 속 만들고.. 에이~ 넘 힘든 것에 비해서 품 별로 안 나잖아요. ^^
전에 직접 했을 땐 나름대로 맛있었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만..
이번에 샀던게 워낙 맛있어서인지 내가 만들어서 이 맛 났을까.. 영 자신 없는데요?
전유어
오양 네모난 대구전 사다가 부쳤는데, 그냥 보통. 예전에 포 떠와서 부친 것보단 덜 한 것 같더군요.
(너무 네모반듯하니 인공스럽기도 하고..)
궁중떡볶이
집들이때부터 꽤 자주했던 메뉴인데요. 늘 꾸준한 인기를 모읍니다. ^^
보통은 불고기감 볶아서 넣었는데, 이번엔 고기는 빼구요, 그냥 표고버섯만 넣고 했습니다.
이번엔 딱 한 접시 분량만 했더니 양이 좀 모자랐던 것이 탈이어서
동서랑 어머님이 좋아하셔서 그 쪽에 놨더니 거기서 거의 해결되었고,
남편도 좋아하는 건데, 거기까지 차례가 별로 안 왔습니다.
좀 미리 해놨더니 먹을 때 떡이 좀 말랐던 것도 요번엔 좀 눈에 걸렸구요.
천사표샐러드
삐삐 믹서기만 쓰다보니, 소스양이 넘쳐서 고생 (레시피의 소스양대로는 일반 믹서기를 써야 잘 섞일듯)
소스는 양파즙+사과즙+파인애플즙+올리브기름+식초+설탕+간장+마늘 넣고 무지막지 섞는 건데.. 어.. 정말 맛있더군요.
양장피가 남자들에게 승리했다면 이건 여자들에게 승리.
야채만 더 많았다면 소스 바닥이 안 드러날때까지 먹었을 겁니다.
야채는 양상추+양배추+청홍피망+체리토마토.. 에다가 계란 완숙으로 삶아서 썰어서 같이 냈더니 예뻤어요.
기타 반찬
- 도라지채무침은 도라지 까기 귀찮아서 이마트 반찬가게에서 사가지고 왔습니다. ㅡㅡ*
(깐도라지는 위생+표백으로 못믿겠다고 생도라지 사곤 했으면서,
완제품 반찬은 덜렁 사오는 이 부조리함이란.. ㅡㅡ*)
암튼 새콤하니 제 입에는 맛있었는데, 그렇게 많이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 명엽채볶음.. 고추장을 많이 안 넣은대신, 막판에 고추기름을 넣었더니,
색은 고운데 뒷맛이 매콤했던 편. 남편하고 아버님 술안주로 좀 나갔습니다.
- 김무침.. 그럭저럭 밥반찬으로..
- 버섯볶음.. 표고버섯 볶아 놓은 것인데, 기본 선방.
- 멸치볶음.. 설음식으로 한 건 아니고, 기존에 있던 거 쓰윽 같이 냈지요. ^^
- 방어구이.. 원래 계획에는 카레 묻혀서 색다르게 구울려고 한 건데 아직 젖먹는 동서가 먹음 안될 것 같아서
밀가루만 묻혀서 구워 냈습니다. 아.. 동서보다 네 살짜리 시조카건한테 대인기 -_;;
떡국
사골국물 내지 양지머리 삶지 않고, 멸치+다시마 육수로 맛을 내서 했어요. 전전날 미리 육수 만들어 놓았구요.
(설날 아침 수도 얼어서 부엌 물도 안나왔는데.. 미리 만들어놓은 육수, 거의 구세주 수준 ^^)
떡에 만두 좀 섞고 (삼포고기만두..) 계란물 만들어서 파 썰어 풀고, 꾸미는 김으로만 했습니다.
계란 지단이 예쁘기야 하지만, 계란물 푸는게 맛은 부드럽고 더 좋은듯해서요.
계란탕
설날 점심 먹을 때 수수부꾸미 부쳐서 먹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어른들은 식사를 하셔얄 것 같아서요.
국물이 마땅치 않아서 끓였습니다. 뚝배기에 국물 많이 해서 끓이다가 그 위에 계란 풀어 끓이는 형식이라 떠먹기 좋거든요.
시간을 잘 못 맞추는 통에 너무 끓여서 평소보다는 좀 뻑뻑해지고 아래도 좀 눌어서 상태는 별로.
그래도 시조카는 거의 이거 한 술, 밥 한 술하면서 잘 먹어줘서 그나마 괜찮았습니다.
약식 고구마맛탕
깍둑썰기로 작게 썰어서 설탕 푼 기름에 튀기듯 볶는 것.
맛탕처럼 겉에 코팅된 것처럼 먹음직스러운 건 아니지만, 맛은 비슷하게 냈습니다.
뭣보다.. 하기 편하잖어! 썰고 튀기면 되니깐 뚝딱할 수 있거든요.
밤참으로 낸 건데 어른들은 그냥 맛만 보시고 -_-;; 조카랑 동서가 맛나게 잘 먹어서 간식으론 괜찮았어요.
(하는 거 보더니 집에 가서 꼭 해먹겠다고 다짐하고 갔음 ^^)
정식으로 제사 지내시고 대식구 먹이는 분들이 보면.. 애개.. 이게 다야.. 하시겠죠?
이렇게 상차리다 보면 그 분들께 다시금 존경의 마음을 갖게됩니다. (실은 존경+경외+놀라움....)
어쨌거나 제 수준으로선, 이게 최선이라고 뿌듯해 하면서 스스로를 대견해 합니다.
늘 이렇게 전, 자화자찬, 스스로 궁둥이 두들기며 약빨 받고 삽니다. 헤헤~~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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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asmine
'04.1.27 7:36 PM키스자국 찐하게 남았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 레시피로 성공한 사람보면, 무지 흐뭇합니다.
친정까지 챙기셔서 정말 보기 좋네요. 전 그래본 적이 없어서.....2. 성류맘
'04.1.27 7:39 PM엄청나십니다...
전 다들 서울에 사시는데 설날 하루 아침겸 점심같이 먹는 것도
힘들어 하는데..이렇게 하시다니...맏며느리 제가 며느리노릇이나 하고 있는건지...--;
다음부턴 좀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3. 김혜경
'04.1.27 8:27 PM우와!! 대단하시네요.
저야말로 열심히 요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4. 키세스
'04.1.27 8:45 PM헉헉헉
읽는 제가 다 힙듭니다.
이렇게 많이 하시면서 웃으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__)5. 새벽공기
'04.1.27 11:19 PM와..정말..시원하게 해치우시네요..징징거리며 하시는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씩씩하게 준비하셨을 님의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존경..존경..6. 홍차새댁
'04.1.28 9:00 AM날나리 새댁...부끄럽사옵니다.^^
7. didid
'04.1.28 10:04 AM와~ 정말 대단들 하시군요.
저는 저도 언제 한번 글케 음식해봐야지 하면서도 절대 못 하고 있는데요..ㅋㅋ8. 사라
'04.1.28 11:44 AM친정은 잘 못 챙겼는데요~ 시댁 식구들만 멕이니 ^^ 억울하잖아요.
이왕 하는 거 재료만 좀 더 준비하면 될 것을.. (갈비도 재워놓음 되고, 샐러드 소스도 만들어 놓음 되고,
양장피는 워낙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니 또 괜찮구요~)
하고나니 약간은 딸 노릇한 것 같아서 맘이 뿌듯해지더군요. ^^*
글구, 홍차새댁님! 혜경님!! 두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두 분 내공을 모르는 게 아닌데~ ^^9. 무쟈게심플
'04.1.28 12:00 PM모 연예인 홈피에서 만났던 사라님이 정녕 맞으신지....ㅋㅋㅋ
^^ 과 ~~등등의 부호 나열 순으로 볼때 그 사라님이 맞으신가 보오.
대단하시오. 어찌 그 원색찬란하고 요란하며 색스럽기까지한 상차림을 감히 허걱 허걱...
태평양 너머에 산다는 핑게로 시차 따져감서 설날아침 시댁에 달랑 전화 한통으로 설을 때우고 나니 맘도 배속도 무쟈게 허기집니다요. 이곳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군요.ㅎㅎㅎㅎ10. 사라
'04.1.29 9:39 AM무쟈게 심플님 뉘세요??? 흑흑~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그대는?? ㅎㅎ
(혹시 아일랜드... 랑 친구하시는 분이신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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