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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설날 음식 리뷰

| 조회수 : 4,238 | 추천수 : 8
작성일 : 2004-01-27 18:56:46

저는 맏며느리라곤 하지만 제사도 없고, 식구도 시동생네 딸랑 하나기 때문에
다른 집들(혜경님댁이라고 말 못해~ ^^)에 비하면 명절 보내는게 수월한 편입니다.
허나, 이번 설날에는 울 집으로 어른들과 시동생네가 다 모였는데다가,
동서가 둘째 아이를 낳은지 두 달 정도밖에 안된 몸인지라
저 혼자서 장보기부터 준비, 음식 장만까지 마쳐야했지요.
스스로 나름대로는 고생했다면 했다공.. 한없이 자화자찬하면서 대견해 합니다. ^^*

암튼 그래서 이번 설날에 시댁식구들과 함께 한 음식은 3끼였구.. 친정에서 먹은 한 끼에도 약간 노력 보탰습니다.

1. 설 전날 저녁 : 갈비구이, 양장피, 궁중떡볶이, 천사표샐러드,
                        전 3종류 (팽이버섯전,동그랑땡,전유어) + 기타 반찬 4종류 + 김치 2종류
    -> 원래는 해물잡탕도 하고 국도 따로 끓일려고 했는데.. 상이 꽉찬 것 같아서 ^^ 그냥 배째라.. 하고 말았어요)

    밤참 : 고구마맛탕, 과일, 자스민차

2. 설날 아침 : 떡만두국, 방어구이 + 전, 반찬, 김치
     -> 역시 원래는 다른 것 더 할려했는데, 전 남은 거랑 반찬 놓으니 푸짐한 듯하길래.. ㅎㅎ 말았습니다
  
    간식 : 차, 과일

3. 설날 점심 : 수수부꾸미, 밥, 계란탕 + 전, 반찬, 김치

4. 설날 저녁 : 저녁엔 친정으로 이동했죠. 갈비구이, 샐러드, 양장피.. 이렇게 제가 준비해가지고 갔구요.
                     친정에서 마련해 놓으신 다른 음식에 예비올케가 가져온 홍어회 놓고 잘 먹었습니다.



갈비구이

갈비찜으로 안하고 구이로 만들었는데요. (상 위에서 계속 손 움직여야하니 더 푸짐해보일듯해서.. 잔머리.. ^^)
갈비란 게 핏물 빼고, 재우고 하니 손이 좀 많이 가긴 하지만 준비해놓고 나면 굽기만 하면 되니 당일은 맘이 든든하죠.
이번엔 어디서 귓동냥한대로 사이다에 한번 재워보고,
양파즙+사과즙+파인애플즙을 마구마구 섞어서 미리 연육작용도 확실히 시켰다가 양념에 푸욱 이틀동안 재웠더니
연하고 부드러운 맛은 정말 좋더군요.
할 때 많이 재워놓아서 설 전날엔 시댁식구들과, 설날 저녁엔 친정식구들과 넉넉하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갈비구이는 꼭 해놓은 거 사다 굽는 것 같기도 해서.. 들인 품에 비해선 뽀대가 덜 나더군요.
역시 그래서 명절엔 갈비찜으로 그동안 다들 했나보다.. 확실한 선택을 하려면.. 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장피
이 시점에서 자스민님께 감사의 키스를 한번 쭈욱 보내드리고~ ^^
이번 음식 중 가장 성공작이었거든요. 특히 남자들쪽에서 모두 다 환영했구요.
설 음식들이 아무래도 느끼해서인지 개운하고 시원한 맛도 좋았고, 야채가 많으니 건강에도 좋은듯해요.
양장피 마련이 젤 어려웠구요 ^^ (아... 예쁘게 야채 채써는 것도 어렵긴 함. ㅡㅡ*)
이마트랑 롯데백화점 모두에서 양장피를 안 팔아서, 명동 중국상점에 나가서 사왔어요.
양장피는 두 장 정도 부셔서 불려 놓으니, 한 접시로는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돼지고기랑 해물, 계란지단, 무순, 오이, 당근, 맛살, 양파 골고루 준비해서 접시 이쁘게 꾸민 담에 내가니
울 아버님 "어디서 사왔냐?"라고 하시더군요. (칭찬으로 생각함다. ㅡㅡ)
하긴 남동생도.. "정말 누나가 한거야??" (야채 채썬 솜씨보구선, 누나 맞군.. 하기도 함. ㅡㅡ*)
  

팽이버섯전
매번 작은 국자 사이즈로 했었는데, 이번엔 수저 사이즈로 덜어서 부쳤더니 보기에도 더 예쁘고 먹기도 훨씬 낫더군요.
(도대체 왜 내가 그동안엔 그렇게 크게 부쳤었지?? 싶습니다. ^^)
게으름병 환자인지라 재료 손질하고, 밀가루 묻히고, 계란물 담그고.. 그렇게 부치는거 무지 귀찮음 ㅡㅡ;;
요렇게 재료 마구 버무려서 폭! 떠서 부치는게 짱입니다.! 더불어 맛도 좋으니 이 아니 예뻐할 수가~~ ^^*

동그랑땡

이거 그냥 사다가 계란물에 빠뜨려 부치기만 했습니다. ㅡㅡ* 그런데 맛 무지 좋습니다.
사서 한게 캥기긴 하지만, 고기 다지고 속 만들고.. 에이~ 넘 힘든 것에 비해서 품 별로 안 나잖아요. ^^
전에 직접 했을 땐 나름대로 맛있었던 기억이 나기도 합니다만..
이번에 샀던게 워낙 맛있어서인지 내가 만들어서 이 맛 났을까.. 영 자신 없는데요?

전유어
  
오양 네모난 대구전 사다가 부쳤는데, 그냥 보통. 예전에 포 떠와서 부친 것보단 덜 한 것 같더군요.
(너무 네모반듯하니 인공스럽기도 하고..)  

궁중떡볶이

집들이때부터 꽤 자주했던 메뉴인데요. 늘 꾸준한 인기를 모읍니다. ^^
보통은 불고기감 볶아서 넣었는데, 이번엔 고기는 빼구요, 그냥 표고버섯만 넣고 했습니다.
이번엔 딱 한 접시 분량만 했더니 양이 좀 모자랐던 것이 탈이어서
동서랑 어머님이 좋아하셔서 그 쪽에 놨더니 거기서 거의 해결되었고,
남편도 좋아하는 건데, 거기까지 차례가 별로 안 왔습니다.
좀 미리 해놨더니 먹을 때 떡이 좀 말랐던 것도 요번엔 좀 눈에 걸렸구요.
  
천사표샐러드

삐삐 믹서기만 쓰다보니, 소스양이 넘쳐서 고생 (레시피의 소스양대로는 일반 믹서기를 써야 잘 섞일듯)
소스는 양파즙+사과즙+파인애플즙+올리브기름+식초+설탕+간장+마늘 넣고 무지막지 섞는 건데.. 어.. 정말 맛있더군요.
양장피가 남자들에게 승리했다면 이건 여자들에게 승리.
야채만 더 많았다면 소스 바닥이 안 드러날때까지 먹었을 겁니다.
야채는 양상추+양배추+청홍피망+체리토마토.. 에다가 계란 완숙으로 삶아서 썰어서 같이 냈더니 예뻤어요.

기타 반찬

- 도라지채무침은 도라지 까기 귀찮아서 이마트 반찬가게에서 사가지고 왔습니다. ㅡㅡ*
   (깐도라지는 위생+표백으로 못믿겠다고 생도라지 사곤 했으면서,
    완제품 반찬은 덜렁 사오는 이 부조리함이란.. ㅡㅡ*)
    암튼 새콤하니 제 입에는 맛있었는데, 그렇게 많이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 명엽채볶음.. 고추장을 많이 안 넣은대신, 막판에 고추기름을 넣었더니,
    색은 고운데 뒷맛이 매콤했던 편. 남편하고 아버님 술안주로 좀 나갔습니다.
- 김무침.. 그럭저럭 밥반찬으로..
- 버섯볶음.. 표고버섯 볶아 놓은 것인데, 기본 선방.
- 멸치볶음.. 설음식으로 한 건 아니고, 기존에 있던 거 쓰윽 같이 냈지요. ^^
- 방어구이.. 원래 계획에는 카레 묻혀서 색다르게 구울려고 한 건데 아직 젖먹는 동서가 먹음 안될 것 같아서
                   밀가루만 묻혀서 구워 냈습니다. 아.. 동서보다 네 살짜리 시조카건한테 대인기 -_;;

떡국

사골국물 내지 양지머리 삶지 않고, 멸치+다시마 육수로 맛을 내서 했어요. 전전날 미리 육수 만들어 놓았구요.
(설날 아침 수도 얼어서 부엌 물도 안나왔는데.. 미리 만들어놓은 육수, 거의 구세주 수준 ^^)
떡에 만두 좀 섞고 (삼포고기만두..) 계란물 만들어서 파 썰어 풀고, 꾸미는 김으로만 했습니다.
계란 지단이 예쁘기야 하지만, 계란물 푸는게 맛은 부드럽고 더 좋은듯해서요.
  
계란탕

설날 점심 먹을 때 수수부꾸미 부쳐서 먹자고 했는데, 아무래도 어른들은 식사를 하셔얄 것 같아서요.
국물이 마땅치 않아서 끓였습니다. 뚝배기에 국물 많이 해서 끓이다가 그 위에 계란 풀어 끓이는 형식이라 떠먹기 좋거든요.
시간을 잘 못 맞추는 통에 너무 끓여서 평소보다는 좀 뻑뻑해지고 아래도 좀 눌어서 상태는 별로.
그래도 시조카는 거의 이거 한 술, 밥 한 술하면서 잘 먹어줘서 그나마 괜찮았습니다.

약식 고구마맛탕

깍둑썰기로 작게 썰어서 설탕 푼 기름에 튀기듯 볶는 것.
맛탕처럼 겉에 코팅된 것처럼 먹음직스러운 건 아니지만, 맛은 비슷하게 냈습니다.
뭣보다.. 하기 편하잖어! 썰고 튀기면 되니깐 뚝딱할 수 있거든요.
밤참으로 낸 건데 어른들은 그냥 맛만 보시고 -_-;; 조카랑 동서가 맛나게 잘 먹어서 간식으론 괜찮았어요.
(하는 거 보더니 집에 가서 꼭 해먹겠다고 다짐하고 갔음 ^^)


정식으로 제사 지내시고 대식구 먹이는 분들이 보면.. 애개.. 이게 다야.. 하시겠죠?
이렇게 상차리다 보면 그 분들께 다시금 존경의 마음을 갖게됩니다. (실은 존경+경외+놀라움....)
어쨌거나 제 수준으로선, 이게 최선이라고 뿌듯해 하면서 스스로를 대견해 합니다.
늘 이렇게 전, 자화자찬, 스스로 궁둥이 두들기며 약빨 받고 삽니다. 헤헤~~

사라.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asmine
    '04.1.27 7:36 PM

    키스자국 찐하게 남았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 레시피로 성공한 사람보면, 무지 흐뭇합니다.
    친정까지 챙기셔서 정말 보기 좋네요. 전 그래본 적이 없어서.....

  • 2. 성류맘
    '04.1.27 7:39 PM

    엄청나십니다...
    전 다들 서울에 사시는데 설날 하루 아침겸 점심같이 먹는 것도
    힘들어 하는데..이렇게 하시다니...맏며느리 제가 며느리노릇이나 하고 있는건지...--;

    다음부턴 좀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 3. 김혜경
    '04.1.27 8:27 PM

    우와!! 대단하시네요.
    저야말로 열심히 요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4. 키세스
    '04.1.27 8:45 PM

    헉헉헉
    읽는 제가 다 힙듭니다.
    이렇게 많이 하시면서 웃으시다니 존경스럽습니다. (--)(__)

  • 5. 새벽공기
    '04.1.27 11:19 PM

    와..정말..시원하게 해치우시네요..징징거리며 하시는게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씩씩하게 준비하셨을 님의 모습을 보는듯 합니다..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존경..존경..

  • 6. 홍차새댁
    '04.1.28 9:00 AM

    날나리 새댁...부끄럽사옵니다.^^

  • 7. didid
    '04.1.28 10:04 AM

    와~ 정말 대단들 하시군요.
    저는 저도 언제 한번 글케 음식해봐야지 하면서도 절대 못 하고 있는데요..ㅋㅋ

  • 8. 사라
    '04.1.28 11:44 AM

    친정은 잘 못 챙겼는데요~ 시댁 식구들만 멕이니 ^^ 억울하잖아요.
    이왕 하는 거 재료만 좀 더 준비하면 될 것을.. (갈비도 재워놓음 되고, 샐러드 소스도 만들어 놓음 되고,
    양장피는 워낙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니 또 괜찮구요~)
    하고나니 약간은 딸 노릇한 것 같아서 맘이 뿌듯해지더군요. ^^*

    글구, 홍차새댁님! 혜경님!! 두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두 분 내공을 모르는 게 아닌데~ ^^

  • 9. 무쟈게심플
    '04.1.28 12:00 PM

    모 연예인 홈피에서 만났던 사라님이 정녕 맞으신지....ㅋㅋㅋ
    ^^ 과 ~~등등의 부호 나열 순으로 볼때 그 사라님이 맞으신가 보오.
    대단하시오. 어찌 그 원색찬란하고 요란하며 색스럽기까지한 상차림을 감히 허걱 허걱...
    태평양 너머에 산다는 핑게로 시차 따져감서 설날아침 시댁에 달랑 전화 한통으로 설을 때우고 나니 맘도 배속도 무쟈게 허기집니다요. 이곳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군요.ㅎㅎㅎㅎ

  • 10. 사라
    '04.1.29 9:39 AM

    무쟈게 심플님 뉘세요??? 흑흑~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그대는?? ㅎㅎ
    (혹시 아일랜드... 랑 친구하시는 분이신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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