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게 제주 똥돼지 얘긴 아닌데, 제주 분이 돼지 얘길 하시니까 생각나서 ....
제가 제주에 처음 간 것이 일곱살때였습니다.
그때 제주도가 전라남도에 속해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확실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주시가 당시 市였는지도 기억이 안나구요.
목포에서 밤배를 타고 밤새 갔으니까, 아마 안성호나 가야호 이전 때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가끔 제주 가는 배가 풍랑에 어찌됐다는 기사가 나기도 하는 그런 때였습니다.
호랑이 삼춘네 댁이 제주시 과양근처에 있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서울에서 전차값이 2원50전일 당시에, 땅 한평에 1원인가 1원50전인가 했었다고 하데요.
제주 가서 제일 고역은 화장실 가는 거였습니다. 아 글쎄 돼지가 밥달라고 기다리는데 이건 무서워서 갈 수가 있어야죠. 무서운 삼춘 때문에 밤에는 누구를 깨울 수도 없고 ... 한 달 정도 있었는데 보름이 지나니까 적응이 되더군요.
나중에 민속학을 공부할 때, 이 똥돼지가 남방해양문화권(태평양을 접하고 있는 해양 지역. 필리핀, 월남 등)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따로 사료를 마련하지 않아도 식량을, 그것도 단백질을 조달할 수 있는 참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그때만 해도 돼지를 잡은 후에 피를 내지 않아서 고기가 뻘갰습니다. 서울서야 똥돼지 고기를 어떻게 먹냐고(당시만 해도 기생충 문제가 심각했으니까) 했지만, 돼지를 잡기 며칠 전에 기생충 방제 주사를 놓는다는 것까지는 모르고 하는 소리였죠.
스무살무렵 다시 갔을때는 똥돼지를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렸을 때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있던 것이, 막상 민속에 관심이 생겼을 때는 없어진거죠.
지금은 삼양으로 옮겨간 제주민속박물관의 진성기 선생님을 찾아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제주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모한테 그 얘길 했더니, 서울로 오기 하루 전에 몇가지를 구해 주더군요.
지다리(한라산 삵괭이) 다리하고 똥돼지 고기하고 큰창자로 만든 순대.
앞으로 십년 후면 이것도 구할 수 없을 거라던 이모 말에, 한 점 한 점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습니다.
이것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물에 들어가 잡아주던 소라와 함께 제게 남아있는 맛의 기억입니다.
옛날 예깁니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제주 똥돼지 얘기
무우꽃 |
조회수 : 2,212 |
추천수 : 82
작성일 : 2004-01-25 14:22:03

- [이런글 저런질문] 책은 아니고 ... 200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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