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레서피 부숴먹기..-약식
애들 하교시키고(아, 참.. 저 초등교사입니다. 뭐 저런 여자가 애들 가르치나.. 걱정이 되시지요.^^)
어제는 수욜이라 마침 4교시밖에 없었거든요.
눈이 뻘개져서 저희 시아버님 저녁 상 봐드릴 메뉴를 찾았드랬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 저희 시어머님의 서울행으로 제가 며칠 시아버님 저녁상을 봐야한다구 그랬습죠.)
바지락 두부찌개도 하고 싶고.. 홍합국도 만만해 보이고..
여하튼 그러면서 출력한 레서피가 무려 5장.. ㅡ.ㅡ;;
결국..
시댁 가서 써 먹은 건 달걀찜이랑 북어국이었습니다.
그러고 저희집에 도착해서 냉장고를 연 게 9시.
그렇습니다!
며칠 전부터 약식을 벼르며 사다놓은 밤이며 대추가 저를 노려보더군요.
어느새 냄새가 오르기 시작한 오징어랑 파프리카를 외면하면서(오징어전도 따라해볼라고 했거덩요.)
잽싸게 밤, 대추, 잣을 꺼내고.. 찹쌀을 씻어 물에 불리고..
레서피를 보니까..
허거덩~ 찹쌀을 3시간정도 불리랍니다.
그러면 밤 12시에 밥솥에 앉히란말입니까?
전 그렇게는 또 못살아요.
제가 직장다니면서 애 키우면서 이렇게 밥까지 해먹을 수 있는 비법
1. 끼니는 꼭 챙겨먹는다.
한번 놓친 끼니는 다시 챙겨먹을 수 없다는 좌우명 아래 반드시 밥때를 지키는 편입니다.
직장 다닐때는 물론이고.. 명절이나 방학때 그냥 많이 먹으면 한끼 거르는 경우도 있고 바쁘면 거르는 사람들도 있습디다만.. 전 절대로 못 그러거든요.
아침을 못 먹으면 집 나서면서 오이 하나, 우유 하나라도 들고 나와서 운전하는 틈틈이 신호등 앞에서 먹어치우고.. 명절때 속 더부룩하다면서 온 식구가 점심을 거를려고 해도 전 꼭 밥이랑 국 먹습지요.
2. 하루 8시간이상의 수면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고 잠탱이는 아니구요..(가뜩이나 이름때문에 별명도 미련곰탱이인데..ㅜ.ㅜ)
평소의 습관이 10시 취침, 6시 기상입죠. 요즘은 임신중이라 한시간쯤 더 잘 때도 있습니다.
제사라도 지내거나 어디 놀러라도 가면 참으로 힘든 부분입니다.
여하튼.. 저는 웬간해서 하루 8시간을 지키거든요..
아.. 사설이 길었네요.
여튼.. 여튼..
찹쌀을 불에 불리면서 대추를 썰고 밤을 자르고..
(그 와중에 정일이는 소꼽놀이용 칼이랑 도마 들고 옆에 앉아 소세지 썰었습니다.
'나는 밤을 썰터이니 너는 소세지를 썰어라.' 한석봉 엄마 같지 않습니까?)
분량대로 양념들을 뒤섞고..
(양념들 섞으면서도 드는 의구심. 으헉.. 물 3컵에 흑설탕 3컵? 넘 많은 거 아닐까? 줄일까? 말까?)
정일이는 옆에서 흑설탕 찍어 먹고 퍼먹고 .ㅜ.ㅡ
1시간 정도 지나서 10시..
고민을 하다가 기냥 1시간 불린 쌀에다가 양념장 끼얹고 물 2컵쯤 더 넣어서(아무래도 덜 불렸으니까 물이 더 많아야겠지요?)전기 압력밥솥에 넣어서 취사눌렀습니다.
여기서 전기 압력밥솥..
저 이놈 참 좋아합니다.
우리집 고구마 삶기부터 아구찜, 갈비찜 다 해주는 만능쿠커지요.^^
아.. 그런데 웬걸.. 뭐 허전하지 않습니까?
정일이랑 동화책 읽다가 쳐다본 식탁위에 잘 썰려진 밤이랑 대추.. 으앗!!
잠금 열고 뚜껑 열어서 들이부으니까 전기압력밥솥이 삑삑거리면서 비명을 지르대요.
무시하고 무사히 넣고(손 데일까봐 겁먹었지요.) 뚜껑 닫고 나니까.. 이번엔 잣이 빠졌네요.
에라이.. 모르겠다!! 또 뚜껑 열고 이번엔 잣도 털어넣고 얼른 닫았습니다.
이거.. 압력의 효과가 있을라나?
10시가 좀 넘어 들어온 신랑..
열심히 돌아가는 압력솥 보며 두려워하대요. 이번엔 또 뭐냐고?
요즘 은근히 저의 변신(?)을 두려워하고 있지요. 저요.. 스피드 쿠킹 엄청 즐기거든요.
제가 하는 음식 중에 가장 시간 많이 잡아먹는게 밥입니다. 물론 전기 밥솥이 하지만.. 30분을 넘게 걸리는 조리시간이 제겐 너무 길었는데..
약식을 한다니 얼마나 제가 이상하게 보였겠습니까?
왜 약식할 맘을 먹었냐고 묻는데.. 제가 82cook 얘길 할 리가 있나요.
마침 어제 학교 급식에 약식이 나왔드랬거든요.
낮에 먹으니까 맛있고 하기도 쉽다길래 해 봤다고 했더니..
맹 이상한 눈으로 봅디다. ㅎㅎㅎ..
거의 11시가 다 되어서 거물거리는 눈으로 압력솥을 열었는데..
흐미~ 왜 이렇게 밥 위에 물이 흥건하대요?
망쳤구나!!
이 많은 걸 어찌 먹나 걱정을 하면서 일단 뒤섞고.. 모.. 쟁반에 깔아보니까 뭐.. 질어도 비슷합디다.
일단 던져놓고 잤습니다. 11시에 잤으니까 내일은 7시 넘어서 일어나야지~ 그럼서..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밤에 인쥐(김군이랑 우리 국방위원장 김정일 합작품입지요.)가 갉아먹은 거 빼곤 양호하고.. 의외로 안 질고 맛도 있습디다.
락앤락에 오늘 시아버님 가져다 드릴 거 싸 놓고..
학교에 선생님들 맛 보이러 들고 왔지요.^^
목에 힘 좀 주고 내 놨더니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요즘 사람 같지 않다는둥~ 부지런하다는 둥~
저도 참.. 제가 장장 두시간이 넘게 걸리는(아침에 자르고 통에 넣은 것까지 세시간 가까이.. 끄악~) 이런 대요리(!)를 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그나저나.. 1kg짜리 찹쌀을 샀었는데.. 이번에 하고나니 반도 안 남았네요.
재미 붙였는데.. 찹쌀을 아예 한가마니 들여 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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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새봄
'03.11.13 5:00 PM샌님~ 방학때까지 참으소서....
2. 오이마사지
'03.11.13 5:11 PM쌤..찹쌀한가마니면.....??? 설탕도한가마니???? ㅋㅋ
그래도..나누어주고..나누어먹고..참 뿌듯하시죠..
j님의 처방전이 필요할듯^^3. 기네비아
'03.11.13 5:17 PM부지런도 하십니다.
같은 맞벌이로써 존경. 꾸~우뻑
친정엄마 해놓으신것도 가져다 먹기도 바쁜데 바지런한 님의 모습이 그려지네요.4. 홍차새댁
'03.11.13 5:54 PM샘~ 남은 찹쌀로 삼계탕 해 드세요^^
5. jasmine
'03.11.13 6:09 PM경고 1장.
그짓 하다 돌아버린 82폐인이 많습니다요.....참으시와요.6. 카페라떼
'03.11.13 6:09 PM저도 약식이랑 두텁경단해서 엄마 갖다 드렸더니 저희엄마 놀라시며 감탄하시더라구요
막내딸이 이런것도 할줄아냐고.. 간도 맛고 너무 맛있다 하시며...
다 82식구들 덕분입니다...
늘 뿌듯합니다..7. 훈이민이
'03.11.13 6:44 PM정말 재미있게 쓰시네요.
부지런 하시기도 하고요.
전 꽃게님 레시피 본것이 벌써 몇달이 지났건만 ...
대추, 잣, 모두모두 냉동실에 누워있는뎅~~~~8. 꽃게
'03.11.13 7:28 PM훈이민이님
얼른 찹쌀 담그셔요. 지금 시작해도 오늘중으로 끝나고...
오늘 못해도 찹쌀만 담궈두면 30분이면 끝납니다.9. 빈수레
'03.11.13 7:51 PMㅎㅎ, 대단하시네요.
다음부턴 아침이나 전날밤에 찹쌀을 씻어서 물에 담가서 냉장고에 넣어 두세요.
그리곤 퇴근 후에 만드세요. 재래식이나 압력솥 약식 초기버전에서는 찹쌀을 8시간 '이상' 불리라고 되어있거든요. 그러니 안심하시길.10. 김혜경
'03.11.13 8:41 PM짝짝짝!!
11. 박미련
'03.11.14 11:17 AM캄샤.. 캄샤.. 님들 격려 덕에 오늘도 힘을 얻고..
눈에 핏발 세워가면서 또 쿠킹노트며 키친토크를 뒤집니다.
아웅.. 아직 시어머님 귀향의 그날까지 일주일가량 남았는데..
일주일치 쉬운 국 끓이기, 반찬 만들기 목록이 어디 있을라나?
이거.. 은근히 스트레스네요. 어제는 호박나물이랑 감자조림, 된장찌개 했슴다.
오늘은 또 뭘하죠?12. 호즈맘
'03.11.14 2:11 PM아이고, 그 오징어,, 전으로 만들어주셔야지요.. 오징어전 레시피 뜬 그 날루 오징어 사다가 전 부쳐먹었더라죠. 일부러 선동오징어를 사서 살짝 녹여준담에 그걸 도깨비 방망이루다가 갈아준담에 집에 있는 야채들 다져 넣어서 약한불에 부쳐먹었습죠. 식초아사비간장에 찍어먹었더니
더더구나 죽음임돠!! 시간도 얼마 안걸리는 맛있는 별식!!!
아, 전 떡이나 약식을 안좋아하는데 울 쌍디는 거의 떡돌이들이걸랑요.
저도 약식에 도전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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