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님의 파키스탄 가정식 할림 요리를 보고, 다음날 당장 명왕성 국제시장으로 달려가서 할림 믹스를 사왔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 맛있게 만들어서 다 먹었죠 :-)
그 날 먹은 할림이 소화가 되고 단백질과 무기질과 오만 영양소가 이미 제 체세포 속으로 침투하여 그 사명을 다 한지가 며칠이 지났겠지만, 오늘에야 사진을 들고 왔습니다.
여름학기 온라인 강의 중이라서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거든요.
지난 달에 이사를 하면서 진행했던 여름학기 강의 하나는 마쳤고, 지금은 두 번째 강의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두 번째 강의 기간에는 남편도 강의가 있어서 남편과 제가 각기 강의를 하면서 아직도 못다한 이삿짐 정리도 하고, 코로나 19 때문에 집에만 머물러 있는 아이들 밥도 차려주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저와 남편은 가르치는 과목이 상당히 다른 분야라서 그런지 온라인 강의도 무척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남편은 물리 공식을 설명하고 예제를 풀이하는 것이 강의의 중요한 골자라서, 타블렛에 직접 수식을 적고 문제를 풀면서 그 과정을 비디오로 찍어서 편집해서 올려두는 일에 시간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저는 현직 교사들이 수강하는 대학원 과목이라서, 제가 어떤 개념이나 이론을 설명하기 보다는 주제에 맞는 과제를 보다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궁리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제출한 과제에 대한 코멘트를 일일이 달아주는데, 그게 꼭 82쿡에 글쓰고 댓글다는 일과 비슷해요 :-)
예를 들면 이번 주 강의 주제 중에 하나는 뇌신경계의 발달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교과서나 인터넷에서 뇌의 해부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한 번 그려봐야 어디가 대뇌이고 어디가 소뇌인지, 전두엽, 측두엽, 시상하부 등등의 위치를 잘 기억할 수 있으니, 종이에 연필로 직접 그리고 부위의 이름을 써서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시오! 하는 과제를 내었습니다.
그러면 각 학생들의 그림 실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
색연필로 각 부위를 다른 색으로 칠해서 백과사전 삽화처럼 보이는 근사한 그림을 그린 이도 있고, 어린이가 벽에 낙서하듯 삐뚤빼뚤 그린 이도 있거든요.
잘 그렸든 못 그렸든, 열심히 그려서 제출한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어야 제대로 배울 수가 있다고 생각해서, 코멘트를 달아줍니다.
전두엽과 후두엽을 바꿔서 표기한 것을 바로잡아 준다든지, 하는 등의 진지한 코멘트고 달지만, "와우, 이건 마치 백과사전의 삽화를 보는 것 같아!" 하는 가벼운 코멘트도 씁니다.
그러다보니, 내가 지금 82쿡에 코멘트를 쓰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ㅎㅎㅎ
지금은 제가 82쿡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이 확실하니, 헷갈리지 말고, 음식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
바나나 님이 사용하신 것과 똑같은 제품이 명왕성 국제시장에 있더라구요.
언박싱 해보니 큰 것과 작은 것 두 개의 봉지가 있어요.
꼬부랑 글씨는 뭔말인지 모르겠지만 봉지를 열어서 내용물을 보니 큰 봉지는 밀인지 귀리인지 녹두인지 암튼 여러가지 곡류가 들어있고, 작은 봉지에는 라면스프 같은 가루가 들어 있습니다.
할림 믹스 겉에 육류가 250그램, 뼈가 250그램 필요하다고 적혀있어서 뼈가 붙은 닭고기를 구입했습니다.
닭의 넓적다리 부위인데 뼈랑 고기랑 다 해서 464그램이니까 이정도면 되겠거니 하고 두 조각을 넣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제 새 부엌을 보여드리구요 :-)
전에 살던 집에 없었던, 조리할 때 나오는 냄새와 증기를 집 바깥으로 배출하는 후드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컴퓨터에 82쿡 화면을 띄워놓고 요리책 보듯 봐가면서 요리를 했어요.
식용유를 넉넉하게 두르고 닭고기를 양면으로 노릇하게 지지라고 하시길래 그렇게 했습니다.
바나나 님이 쓰신 레서피에 양념가루를 절반 정도만 넣으셨길래 저도 그렇게 했어요.
나중에 먹어보니, 진한 맛을 좋아하면 한 봉지 다 털어 넣어도 괜찮겠어요.
다음은 물 12컵을 붓고 슬로우쿠커 기능으로 6시간 조리하는데, 이것도 나중에 먹어보니, 물은 기호에 따라 가감하셔도 될 것 같더군요.
인스탄트팟은 고압으로 조리를 하기 때문에 조리가 신속한 것이 장점이지만, 이 요리는 "슬로우" 쿠커 기능으로 해야 하니 조리시간을 잘 조정해야겠더군요.
ㅋㅋㅋ
ㅠ.ㅠ
저녁밥으로 먹으려고 요리를 시작했는데 그 때의 시각이 오후 3시...
조리가 다 되면 자야할 시간...
ㅠ.ㅠ
눈물을 닦아내고, 양파튀김 통조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훌쩍~
요렇게 밀봉이 되어 있어서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개봉하면 바삭바삭한 튀김의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저는 바나나 님이 그 쉽다고 하시던 양파튀김 마저도 안하는 날라리라서...
사다가 넣었습니다 :-)
가족들 저녁 식사는 다른 걸로 떼우고 재우러 보낸 뒤에 마침내 6시간 슬로우 쿡을 마치고 뚜껑을 열었습니다.
두둥~
고기를 건져내고...
솥에 남아있는 무르게 잘 익은 곡류를 도깨비 방망이 (그렇게들 부르는 거 맞죠? ㅎㅎㅎ) 로 갈아주었습니다.
건져낸 고기에서 뼈를 발라내고 먹기 좋에 찢어 주었어요.
저온에 오래오래 익힌 고기라서 그냥 집게로 슬슬 건드리기만 해도 잘게 찢어져요.
양파 튀김 한 줌 얹고, 레몬 4분의 1쪽을 짜서 뿌려주었어요.
바나나 님 말씀대로, 이 레몬즙이 풍미를 확 살려주고 얼큰한 해장국 느낌을 더 나게 해주더군요.
남은 양념 스프 가루를 조금 더 뿌려서 먹었습니다.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맵고 짠 맛을 좋아하는 저는 다음에는 스프를 한 봉지 다 넣고 만들어 보려고 해요.
국물도 저는 조금 더 되직한 느낌이 좋을 것 같아서 다음에는 물을 12컵 넣지 않고 8-9컵 정도만 넣어보려구요.
참, 고기도 조금 더 많이 넣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지 않아서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요리였습니다.
할림 믹스를 구입하실 수 있다면 한 번 꼭 만들어 드셔보세요!
그럼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안녕히, 건강히, 행복하게 잘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