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 주말 잘 지내셨어요?^^
저는 요즘, 이러저러한 이유로 바쁘게 지냈답니다.
솔이네, 특히 솔이엄마가 어찌 지냈는지 소식 전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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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이들과 식구들의 삼시세끼를 해결하기 위해 장을 많이 봅니다.
지난 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다들 이 정도씩은 장 보시잖아요? ^^
우유, 라면, 피자치즈, 훈제연어, 올리브, 포도씨유, 오징어젓갈
당근, 양파, 후랑크 소세지, 청양고추, 버팔로윙 등등을 샀어요.
힘들게 장을 봐왔으니 훈제연어에 한잔 해야죠.
어른들은 소주와 함께, 아이들은 음료수와 함께... 먹어줍니다.^^
방학아닌 방학이 길어지다보니 이제는 꾀가 나서 반조리 식품도 활용해요.
우체국쇼핑에서 주문한 오리주물럭에 채썬 양파랑 부추를 듬뿍 넣어서 볶아서,
이웃분들께서 주시는 상추와 싸먹게 했더니 열심히 잘 먹더라구요.
풀**에서 나온 인도식 커리인 '치킨 마크니'도 활용해서 덮밥으로 만들어 주고요.
팬에 버터를 녹이고 닭다리살과 양파를 충분히 볶아주고
커리를 부어서 같이 끓이다가 밥 위에 얹어주면 끝!
비빔면도 그냥 끓여주기 미안해서 무절임을 얹어 주었어요.
저는 여름에 항상 무절임을 떨어지지않게 만들어 두는데,
물냉면이나 비빔냉면에도 넣어주고, 고기를 먹을 때도 같이 먹으면 좋더라구요.
무를 적당한 크기로 납작하고 얇게 썰어서
소금, 설탕, 다진마늘, 식초, 고춧가루 조금을 넣고 버무리면 끌이에요.
아이들이 고기반찬을 자주 찾으니까 자주 고기류만 만들게 되요.
다행히 저희 집 애들은 비지찌개를 좋아해서 가끔씩 대용량으로 만들어 먹어요.
많이 끓인 김에, 저희집에 상추를 가져다주시는 11층 어르신께도 가져다 드리고
친정에도 물론 가져다 드리고, 승민엄마에게도 엄마가져다 드리라고 한그릇 퍼줬답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아버지지 면회는 다시 금지가 되었지만
아버지께서 드실 음식은 매주 만들어다 드렸어요.
많이 드시지는 못하니까 한번 드실 만큼만, 두번은 드시도록 했습니다.
전복을 듬뿍 넣고 전복죽을 끓이고
제철과일인 참외도 썰어넣어 갔어요.
태영할아버지 참외도 한쪽 싸가구요.
그렇게 평상시와 같은 나날들을 보냈답니다.
지지난주에 요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고...가족분들이 오셔야 할 것 같다고...
그래서 저희 가족은 요양원으로 달려가고,
청주에 사는 동생네도 올라오고 한바탕 난리가 났었답니다.
아버지는 이미 정신이 혼미하신 상태였고 저희도 알아보지 못하셨어요.
엄마랑 저는 아버지 붙들고 울고불고, 나중에 올라온 동생도 울고불고.....
청주에서 올라온 동생네와 엄마, 저희부부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어디서 장례를 치를지, 가족 납골묘에 모시기 위한 절차에 대해 얘기를 나눴어요.
그러다 다음날 앰블런스를 불러서 백병원 응급실로 아버지를 모셔왔어요.
중환자실로 들어가신 아버지는 검사를 하고 저희는 긴 시간을 밖에서 대기했지요.
병원에서는 아버지의 신장에 염증이 심하다며 치료하면 곧 낫는다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신장의 염증때문에 쇼크가 오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일반병실로 올라오셨고 엄마랑 저랑 교대를 하며 한숨을 돌렸는데,
약을 드시다가 물이 기도로 넘어갔는지 혈압이 190으로 올라가서...
아버지는 또 의식이 흐려지시고 집중치료실에 들어가시게 되었어요...
밤에는 엄마가 병실에서 아버지랑 꼭 같이 계셔야한다고 해서
낮에만 엄마랑 교대를 하고, 엄마 도시락을 싸서 가져다 드리고,
어느 날은 김밥을 열다섯줄 싸놓고 엄마 도시락, 식구들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저도 학원에 출근해서 커피랑 먹고, 수업을 하고 다시 병원에 들리는 날들이었어요.
아버지의 거취는... 가족들에겐 큰 마음의 짐이자 어려운 선택이었어요.
엄마는 저에게 은근히 의사를 물어보시고...
저는 엄마의 의견에 무조건 따르고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는요.......
친정으로 다시 컴백!하게 되셨어요!!!!! ^^
엄마가 아버지를 차마 요양원으로 다시 보내시지 못하겠다고...
이 사진은 아버지가 병원에서 집으로 오신 날에 찍은건데,
울엄마는 아버지 챙기느라 하루종일 세수도 못했는데,
저렇게 밝게 웃고 계시네요.ㅎㅎㅎ
(ㅎㅎ 엄마 뒤의 가족사진은 하얀색으로 가렸습니당^^)
아버지께서 집으로 돌아오신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네요.
그동안 솔이도 외갓집에 왔다갔다하면서 할아버지를 일으켜드리고 휠체어도 밀어드리고
우리 남편은 요양원에 가서 짐 챙겨오고, 친정에서 아버지를 눕혀드리고
저야 뭐, 딸이니까 점심,저녁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옷도 갈아입혀 드리고
반찬도 해다드리고, 아버지 얼굴보러 들락날락하고 있어요.
저희 가족이 '가족간병단'이 되었답니다.
오늘 저녁 반찬으로는 우럭으로 전을 부쳐서 만들어다 드렸어요.
어제는 바지락살을 듬뿍 넣고 시금치 된장국을 끓여드렸구요.
내일은 동네에 맛있는 추어탕을 한그릇 사다드릴 생각이에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줄 알고 식구들과 장례절차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버지가 그나마 기운을 차리시고 식사도 잘하시니
다시 아버지를 찾은 기분이 듭니다.
앞으로 아버지는 어찌 되실지, 엄마까지 지치지나 않을지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저런 생각이 들때가 많지만
지금은 현재만 생각하려고 해요.
아버지와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목이 메고 슬프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실 때, 주무시듯이 편안하게 가셨으면 하는 것이
제가 가장 바라고 소망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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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이렇게나 길게 써도 되나 싶네요.
그냥... 키톡에는 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각자의 서사와 사연을 품고 계실, 사랑하는 82님들이여,
모두 평안하기를...
그대들, 모두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사람입니다.
good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