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을 잠시 떠나 판도라 행성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 유전자를 스캔한 다음 가장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나비족 하나를 섭외해서 아바타를 만들고 돌아왔죠 :-)
소년공원이 쥬라기공원과 만나던 날도 있었고요 :-)
호그와트 마법학교는 아직 개학 전이라더군요 :-)
대서양 바닷물에 발 좀 담궈주고...
5월 초 부터 6월 초 까지 시댁 가족들이 놀러오셔서 열심히 놀았어요.
그 와중에 여름 학기 온라인 강의도 해야 해서 아무래도 82쿡에 올 짬을 내기는 어려웠어요.
그 동안에 82쿡에도, 명왕성에도, 많은 일이 있었죠.
자스민 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놀라기도 했고...
명왕성의 먹자계원 저포함 셋 중에 둘이 명왕성을 탈출한다는 발표에 또 한 번 더 놀라고...
또 많은 사람들이 명왕성을 떠나가고, 또 많은 사람들이 새로 명왕성으로 오고...
그렇게 사람들은 오고 가며,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가며, 올해에도 명왕성은 푸르른 여름이 되어가고 있나봅니다.
시어머니, 시누이, 시동생까지 모두 일곱 개의 먹을 입이 있으니 요리가 참 신나게 느껴졌어요.
끼니마다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서 좋았구요, 반갑고 좋은 사람들과 식탁에 함께 둘러 앉아 먹으니 어지간히만 요리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제가 이래뵈도 맏며느리 자리 19년차인데 그 동안 제삿상 한 번 차린 적 없고 명절 한 번 제대로 쇠어 본 적이 없었으니, 이번에 왕창 몰아서 열심히 밥상을 차렸어요.
한국에서는 비싸니 자주 먹기 힘든 스테이크 고기를 왕창 사다가 구웠어요.
그릴 자국이 제대로 잘 찍혔죠? ㅎㅎㅎ
가니쉬 야채와 디너롤을 곁들여 저녁식사로 먹었습니다.
아스파라거스와 줄기 달린 방울 토마토, 애기 양파와 (스캘리온? 이라던가요? 이름이 따로 있어요) 애기 양배추 (이건 브뤼셀 스프라우트) 를 그냥 올리브유 뿌려서 오븐에 굽기만 했는데, 야채 본연의 맛이 스테이크 고기와 잘 조화를 이루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 가족끼리 먹는 식사였다면 이런 가니쉬 같은 것 만들어봤자 아이들은 안먹고, 나도 귀찮고... 그래서 생략했을텐데 식구가 많으니 이런 것도 다 만들게 되더군요.
제가 술을 전혀 못마셔서 술친구가 필요했던 남편은 동생들과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행복했어요.
제가 식탐이 있는지, 여러 사람 앉혀놓고 음식을 조금만 만들어 대접하는 걸 못해요, 싫어해요, 안해요 :-)
스테이크 고기를 넉넉하게 샀더니, 그리고 연로하신 시어머니와 위장이 약한 시누이가 둘이 합해 일인분을 못드시는 소식자라, 고기가 많이 남았어요.
가니쉬와 스테이크 남은 것을 이쑤시개에 깔별로 꽂은 다음 분칠을 좀 해주고요...
계란 맛사지 좀 해주고요...
식용유 두른 후라이팬에 살짝만 구워요.
어차피 다 익혀둔 재료들이라 계란만 잘 후라이가 되면 조리 끝~
제법 그럴싸한 산적꼬지 요리가 되었어요!
마침 시어머니 생신이 다음날이라, 산적꼬지 요리 (사실은 남은 음식 재활용 :-) 에다 수플레 치즈케익 구워서 생신상을 차렸어요.
샴페인 대신에 화이트 와인으로 어머님의 만수무강을 빌며 건배하고 - 사실은 남편과 동생들이 갖가지 종류의 술 마시기 좋은 핑계 :-)
중국인 친구 하이보가 가르쳐준 레서피로 케익을 구운 다음, 블루베리로 젤로를 만들어 올렸더니 더욱 촉촉하고 상큼한 케익이 되었어요.
사진 순서가 좀 뒤죽박죽이지만 암튼!
수플레 치즈 케익의 모습이고요...
시판 젤로 가루로 젤로를 만들면서 요즘 제철이라 값이 좋은 블루베리를 넣어서 굳혔어요.
케익틀과 젤로틀이 같은 모양 같은 크기여야 합니다.
그리고 케익을 냉장고에서 완전히 차갑게 식힌 다음에 젤로를 얹어주면 완성이지요.
이런 좋은 레서피를 가르쳐준 하이보는 올 연말에 다른 주로 이사를 간대요.
82쿡 회원인 두콩이님은 오늘 아침 명왕성을 떠나 지구 궤도로 진입하고 있어요.
한국 음식 같은 것쯤 얼마든지 사먹을 수 있는 뉴욕 근교로 가고 있으니 그만하면 지구궤도 맞지요?
명왕성에서 오래오래 같이 살기로 약속해놓구선...
그러나 사람의 운명을 우리가 어찌 좌지우지 할 수 있겠어요...
롱아일랜드에 가서도 82쿡에 자주 접속하라고 신신당부를 해두었습니다.
다시 시댁 가족들과 즐거웠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
어느날은 이런 놀이를 하고 놀았어요 ㅎㅎㅎ
미국 마트에는 으깬 감자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이런 가루를 파는데 종류가 아주 다양해요.
마늘향이 들어간 것, 치즈가 들어간 것, 등등...
저 한 봉지가 1달러 밖에 안해요!
가루에다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매쉬드 포테이토가 되고, 물을 조금 부어서 되직하게 만들면 감자 사라다, 더 되게 만들어 기름에 튀기면 감자고로케...
1달러짜리 한 봉지면 네 식구가 두 번은 충분히 먹을 분량이 나오니...
혼자 자취하는 시누이나, 허리가 아파서 집안일이 힘드신 시어머니께서 홀딱 반하셔서 이걸 미국 여행 기념품으로 사가기로 하셨어요.
여러 가지 맛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입맛에 맞는지 찾아내기 위해서 이렇게 종류별로 만들어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던거죠.
즐거웠던 명왕성 손님맞이도 끝났고, 여름학기 강의도 끝났고,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오고...
이제 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82쿡에도 자주 오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