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일상의 힘... 다시 일어서며....

| 조회수 : 13,369 | 추천수 : 9
작성일 : 2016-10-29 15:02:06

제가 주말농장에서 10평짜리 농사를 시작한 건 2003년.

그리고 2016년까지 제 도시농부의 길은 중간에 끊어진 적이 없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때려 엎고 밭에 나가기도 싫었던 적은 여러번 있었습니다.


저는 농사 시작하면서부터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14년간 기록을 했네요.

그 기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밭에 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중, 힘든 일이 터졌을 때는 더 밭에 가야했습니다.

그래야 숨이 쉬어졌으니까요.

개인적인 일은 물론이지만, 도저히 마음을 다스리기 힘든

국가적인 힘든 일이 터졌을 때,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밭은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진정하는데 가장 좋은 장소였습니다.



이번 주는 원래 정말 바쁜 주간이었습니다. 

외부 일 두건에다가 

그렇게 기다렸던  밭 리모델링 계획까지 잡혀 있어서 

속시원할 줄 알았더니만...


속 뒤집히는 기사가   터 지고,  밭에서 하려고 한 원래 잡힌 계획 도  날라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안팎으로 심란해지고 말았습니다.

안그래도 부글부글한데 정말 다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뒤집혔습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싶어서요.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고, 할 수가 없어 

몇 개의 글을 접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 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냐 싶어서...


그러다가 제가 2009년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때도 국가적으로 큰 충격적인 일이 있었지요. 

그때 밭에 가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분노와 절망에, 어떻게 해야하나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마음을 정하고 그  내용을 글로 썼습니다.


"일상의 힘"


그때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며... 이번에도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다시 '일상의 힘'을 믿어보기로요.


농사 짓기 이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다 때려엎고

분노하고 누군가를 욕하고 먹는 것도 챙기지 않고  자포자기로 드러누워있겠지만,

텃밭 농사 14년.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서는 밥 하는 것도 사치스럽게 여겨지고

집안청소조차 부질없이 여겼습니다.


일상적인 삶의 일들이 다 무가치하고 초라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지 않습니다.




태풍이 불어서 다 쓸어가버려도, 

부모형제 장례를 치르는 날에도,

나라가 뒤집히는 일이 터져도,

농부는 밭으로, 논으로 가는 발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야, 그 모든 일이 지나고 난 뒤에, 태풍이 잔잔해진 뒤에

사람들이 찾을 먹을 거리를 내어줄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사람들을 먹여 다시 살아가게 해줄 먹을거리를 만들어야하니 말입니다. 


저는 농사를지으면서 일상의 힘을 배웠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제까지 해온 일상의 일은 그대로 해야함을요.



 

해가 뜨고 해가 다시 지듯이

그 부질없어 보이는 일상들을 그래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태풍이 지난 후에 다시 사람들은 회복되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고

다시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변하고 바뀌고 요동치는 것은 사람 뿐.

땅은 그대로 있고, 계절도 그대로 흘러가고,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갑니다.

각자 자기의 마음만 제대로 움켜잡고 견딘다면

결국 언젠간 바른 꼴을 보겠지요.




그래서 제 몫의 일은 흔들림 없이 하기로 했습니다.

분노로 내 일상을 망가뜨리지 말고, 내 몫의 일은 흔들림없이 해나가다보면

내 힘이 필요하단 이가 있으면 그 때 여축해둔 내 힘을 보탤 수 있겠죠.





그래서 맛난 밥상도 차리고, 집안 청소도 하고

내년 농사 준비도 하면서 힘을 키우며 

때를 기다리렵니다. 

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겠죠. 

일상 속에서 다시 살아날 기회가 있고,

우리의 힘은 일상을 살아가는 속에서 나올테니까요. 



내일은 밭에서

땀 좀 흘려보려고 합니다.


매발톱(올빼미) (manwha21)

화초, 주말농장 14년차입니다. 블러그는 "올빼미화원"이고. 저서에는 '도시농부올빼미의 텃밭가이드 1.2.3권'.전자책이 있습니다. kbs 1라디오..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바이올라
    '16.10.29 4:46 PM

    일상의 힘!
    그 말씀에 저도 힘을 얻고 살아가렵니다.
    우리가 힘을 내야 우리 주위에 있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 힘을 낼 수 있겠죠.

  • 2. 시간여행
    '16.10.29 5:36 PM

    네~ 저도 요즘 여러가지 일로 많이 지쳐있었는데 일상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야지요^^

  • 3. 일혹은십
    '16.10.29 8:07 PM

    저도 핑계거리 찾지말고 일상을 지켜나가야겠어요.

  • 4. moonriver
    '16.10.30 12:23 AM

    오랜만입니다.
    예전처럼 자주 와주십시오~

  • 5. 광년이
    '16.10.30 1:49 AM

    블로그에서만 보다가 여기서 보니 새롭게 반갑습니다. ^^

    일상을 흔들림 없이 살며 힘을 비축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 내밀어주라는 말씀 마음에 새깁니다.

  • 6. 너와나
    '16.10.31 12:49 AM

    여러가지 힘든중에
    분노로 내 일상을 망가트리지 말자는 말씀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가서 다 잊고 한삽뜨고 싶어지네요 ㅜㅜ

  • 7. 호호맘
    '16.10.31 7:15 AM

    매발톱님~ 오랜만입니다~^^

    가끔 블로그에는 막히는 농사일 있을 때 들어가서
    좋은 글 많이 얻어보고 있습니다.

    82에 오랜만에 발걸음 하신 것은
    우리 모두 위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셔서 오신거죠 ?

    정말 감사합니다~ (_ _)

    우리 서로 힘내고,
    서로 가야 할 방향 잊지말고 천천히 가보도록 해요~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항상 감사합니다~

  • 8. qwer1234
    '16.10.31 8:09 AM

    저는 추천이나 꾸~~욱

  • 9. 테디베어
    '16.10.31 2:04 PM

    매발톱닙 보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땅에 농사를 지어도 힐링이 되더군요~
    모든 일상을 힘 있 게!!!
    감사합니다

  • 10. 오후에
    '16.10.31 4:53 PM

    일상의 힘!
    끄덕이고 갑니다.

    부엉이? 그림이 멋집니다. 두번째 사진에서 부엉이 그림을 허수아비로 세웠나 잠시 착각도 했습니다. ㅎㅎ

  • 11. 고독은 나의 힘
    '16.10.31 9:44 PM

    반갑습니다. 블로그 가끔 들어가거든요..
    일상을 살아가면서... 힘을 얻고.. 그 힘으로 또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죠...

    대한민국... 화이팅!!

  • 12. greentea
    '16.11.1 9:33 AM

    매발톱님 글 읽다 울컥했습니다. 가까이 계시면 따끈하게 구운 고구마와 신김치 그리고 입가심으로 진한 커피 내려드리고 싶습니다. 전 늘 텃밭 마음만 있었는데 엄두를 못냈었는데... 님 덕분에 내년에 저도 아주 작은걸로 신청하려구요. 이제 고름이 터진 상처를 제대로 벌리고 염증을 다 긁어내고 소독하고 아물려면 갈 길이 멀것 같습니다. 계속 아파하기 보다는 오히려 상처가 지금이라도 터진것에 감사해야겠습니다. 일상의 힘... 절실히 믿습니다. 날 추운데 따뜻하게 하시고 땅에서 기운 얻으소서!!

  • 13. 루이제
    '16.11.1 4:15 PM

    일상의 힘
    네..그걸로 버틸래요.
    전 오늘아침,,일상으로의 초대..들으며 출근했어요.
    아직도 신해철씨 죽음이 믿기지 않지만,,
    그가 있었으면,,지금 이나라의 현실을 뭐라고 했을까..너무 아쉽네요.
    어쩜,,속시원한 유머 한방으로라도 잠깐 쓴웃음 짖게 해주지 않았을까요 ?

  • 14. 소년공원
    '16.11.1 11:19 PM

    참 힘이 되는 글입니다.
    무언가 띠용~ 하고 눈이 튀어나오게 대단하고 훌륭한 일이 아니어도, 하던 일을 묵묵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을 사람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어요.
    감사합니다.

  • 15. 수늬
    '16.11.2 1:01 AM

    공감..또 공감합니다..
    제가 힘들때가 오면 늘 그렇게 달랬더랬어요...
    일상의 힘으로...
    제작년 즈음엔..
    우연히 도서관에서 두꺼운 매발톱님 책 읽었더랬어요..
    텃밭을 꿈꿔보며...^^
    간만에 오신, 닉넴보고 반가와서 로긴했습니다..

  • 16. 원원
    '16.11.2 8:23 PM

    위로가 되는 글이에요.
    감사드리고 자주 오셔용~~~

  • 17. 곽군
    '16.11.3 3:15 PM

    굉장히 이입하여 읽었고
    같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 힘든일이 뭔지도 알겠고 ㅜ.ㅜ
    저도 일상을 이어나가며
    이 분노를 잊지않고
    관심을 가지며
    하루하루 살겠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7 맛있게 먹고 살았던 9월과 10월의 코코몽 이야기 2 코코몽 2024.11.22 721 0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4 ··· 2024.11.18 8,149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28 Alison 2024.11.12 11,550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9,261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7,374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7,957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237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344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682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268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282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9,901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099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448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104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105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050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9,989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01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428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5,971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30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153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07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786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424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386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452 3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