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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전직 어린이집 교사로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 조회수 : 19,361 | 추천수 : 13
작성일 : 2015-01-15 04:01:05
그래서 스스로 정한 룰을 어기고 다시 왔습니다. (한 페이지에 글 한 개씩만, 그러나 꾸준히 올리자! 하고 제자신과 약속했거든요 :-)
인천 어드메 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먹은 (만 나이로는 우리집 둘리양과 비슷한 것 같아요, 두 돌 넘고 곧 세 돌 되어가는...) 아이의 식사지도를 한다면서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둘렀다지요? 동영상도 있다던데 저는 차마 보지 못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의 사과글이며, 같은 어린이집의 다른 학부모의 글이며, 폭력 교사의 신상까지 털려서 인터넷 곳곳에 올라와 있다고 하는데... 저는 일일이 다 읽거나 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직 어린이집 교사로서,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또한, 자유게시판에서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많다, 중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교사가 자칫 이성을 잃으면 그렇게 된다, 허술한 처벌이 문제다, 전업주부이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들은 그러지마라, 저 나쁜 교사를 돌로 쳐죽여야한다... 등등의 의견으로 들끓고 있는 것도 모두 이해가 가는 이야기입니다.

자, 자, 일단 진정하고 음식 이야기부터 해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한국 음식 재료조차 구하기 쉽지 않은 명왕성에 살고 있습니다.
네 시간만 차타고 나가면 없는 것없이 다 갖춘 한인 마트가 여러 개 있는 쌀국이지만, 왕복 여덟시간을 장보러 다녀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방학마다 장보러 한 번 가면 된장 고추장 참기름 같은 양념류를 사다가 구비해놓고, 바쁜 학기 중에는 그럭저럭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국음식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먹고 삽니다.

청경채 (명왕성 인터내셔널 마트에서는 베이비 박쵸이 라는 이름으로 팔립니다) 를 잘 다듬고 씻어서 살짝 데친 다음 된장, 마늘, 참기름, 깨를 넣고 무쳐서 먹으면 그런대로 한국에서 즐겨 먹던 시래기 지지미나 배추나물과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숙주나물도 미국 마트에도 간간이 나오죠. 씻어서 전자렌지에 잠깐 돌린 후 소금 설탕 식초 파 참기름으로 무치면 어릴 때 먹던 그 반찬과 비슷합니다. 저희 엄마는 숙주나물에 식초를 넣어서 무치곤 하셨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무척 특이하다고들 하시더군요. 그냥 콩나물과 똑같이 무쳐서 먹는 거 아니었냐고도 하시구요.
콩나물 무침은 고소한 맛, 숙주나물 무침은 새콤한 맛, 그렇게 구별하던 제게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방식이 놀랍더라는...




역시나 인터내셔널 마트에서 연근을 사다가 간장에 조리면 이 또한 조흔 밑반찬이자 도시락 반찬이 됩니다. 그냥 흙묻은 생연근도 파는데, 이렇게 바쁘게 밑반찬을 왕창 만들 때는 시간과 노력을 적절히 안배하느라 손질해서 냉동된 것을 사다가 씁니다. 원래는 인도 요리에 쓰이는 것 같더군요. 다른 인도 식재료와 함께 진열된 것으로 봐서 말이지요.

명왕성에서 맞벌이하며 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실미도 육아의 초고수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꼭 마무리지어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 데드라인이 내일까지인데, 오늘 하필이면 아이가 열이 나고 아플 때...
"엄마, 코난군 하루만 좀 봐주세요!" 라든지, "도우미 이모님, 이번 주에는 연장 근무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하고 도움을 청할 곳이 전혀 없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해오면 전화 한 통으로 배달되는 음식도 없고, 몸살기운이 있어도 남편더러 길건너 죽집에서 전복죽 한 그릇 사오라고 부탁할 수도 없습니다. 남편은 있는데 죽집이 없기 때문이죠.
"이번에 김치가 맛이 제대로 들었더구나" 하시며 택배로 보내주실 친정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너무나 멀리 살고 계시지요. 두 아이를 임신해서 입덧을 할 때 시어머님의 나물반찬이 얼마나 그립던지요... 저희 시어머님은 외며느리라 제사음식을 무척 잘 하시거든요. 참고로, 친정 어머니는 기독교 집안의 두째 며느리라 제사음식은 전혀 못하셔요 :-)




  



안동지방의 양반들은 제사음식이 먹고 싶어서 헛제삿밥 이라는 음식문화를 창조했다지요?
물고비를 사다가 식용유 두르고 다진 마늘 넉넉히 넣어서 볶아먹으면 명절상이나 제삿상에 올리는 고사리 나물맛을 흉내낼 수 있어요. 누군가 나눠주신 들깨 가루까지 뿌렸더니 보기에도 제법 한국음식같아 보이죠?

넓다란 전기 후라이팬을 꺼내어 각종 전도 부쳐서, 정말로 헛제삿밥을 차려먹어봅니다.



먹는 건 그럭저럭 대충 목구멍만 넘기고 배만 불리면 살 수 있지만, 아이들은...
대충 떼우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지요.

게다가 저는 유아교육 박사가 아닙니까...
전직 유치원 교사, 어린이집 교사이기도 하구요...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는 말처럼, 유아교육 박사 교수의 아이들은 엄마가 알뜰살뜰 품에 끼고 키우지 못하고 어린이집에서 키워준다는 아이러니...

큰 아이 코난군은 5개월 부터, 작은 아이 둘리양은 3개월 부터 종일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진 모두 아이들의 어린이집 등원 첫 날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할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마가렛 선생님이 계셔서 마음이 놓였어요. 아이들을 사랑하시고, 한 직장에 십 수년간 오래도록 계셔주시니, 일하는 엄마에게는 큰 위안이 되시는 분입니다.
게다가 제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협회에서 인증받은 기관이고, 원장 선생님은 저와 함께 지역 유아교육 연합회 일을 같이 하는 터라,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분이거든요.
어떤이는, 그래도 너무 어린 애기를 기관에 보내는 것보다는, 개인 내니를 고용해서 집에서 돌보게 하는 것이 안정적이지 않겠느냐고 권하기도 했어요. 아마, 제가 현직 교사로 일한 적이 없었다면 저도 그 의견에 수긍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어린이집을 선택했습니다.
어린이집에는 아이들도 많지만 선생님들도 많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아이를 돌보는지를 모두가 잘 알거든요. 게다가, 교사가 순간적인 판단착오나 순간적인 이성을 상실할 위기가 있어도, 옆에 있는 다른 교사가 막아주고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어요. 교사들끼리 번갈아 휴식시간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교사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조금 더 친절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잠시 동안의 휴식도 없이 하루종일 말 못하는 아이 하나만을 돌보는 어른이 자칫 마음 잘못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것은 어린이집 교사의 폭력보다 더 끔찍할 수 있죠.

물론, 이 모든 것은, 돈보다는 사회에 공헌한다는 마인드를 더욱 중시하는 원장님이 운영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교사와 아동의 비율도 적정선을 넘지 않고, 교사에게 충분한 휴식시간과 복지혜택과 인격적인 존중이 확보되며, 그 모든 것을 뒷받침해줄 만큼 비싼 등록금 (이 대목에선 잠시 흑흑... 미국 어린이집 종일반 등록금은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답니다.) 등등의 조건이 박자를 잘 맞추었기에 가능했을겝니다.

그리고 '너 얼마나 잘하나 내가 두고보겠어!' 하고 팔짱끼고 도끼눈을 하고 있는 학부모가 아닌, '한 달에 내가 내는 돈이 얼만데 이렇게 밖에 못해?' 하고 따지는 마인드가 아닌, '내가 혹시라도 밉보여서 우리애가 구박당하려나?' 하는 비굴한 자세도 아닌,

'내가 맞벌이로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너네가 잘 되어야 내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이니, 내가 뭐라도 도울 수 있는 건 꼭 알려줘!' 하는 생각으로, 또한 '교사도 사람이고 엄마인 나도 똑같은 사람이지' 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가진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도 꼭 필요하겠지요.

마지막으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아동을 대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어린 아이들에게 폭력이나 폭언 등의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주어지는 처벌이 매우 엄격하고 그 처벌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하는 제도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제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실습을 나가는데, 실습을 시작하기전에 반드시 신원조회를 받아야 하고, 실습 도중에 혹시라도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행동을 목격한다면 즉시 원장이나 지도교수인 제게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에 서명을 합니다. 그것은 현직 교사들도 마찬가지여서 mandatory reporter (의무 신고자) 의 의무라고 하는데, 아동학대가 의심되지만 아무에게도 신고하지 않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그 아이가 아동학대 받은 것이 뒤늦게 발견되면 신고의 의무를 게을리한 교사와 교생실습생과 그 밖의 모든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제도입니다.

이번 인천 어린이집 사건에서 제가 보기에 가장 아쉬운 점은,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작지만 분명한 전초 사건이 많았을텐데, 그 때에 원장이나 선배 교사가 그것을 바로잡지 못했고, 오히려 동조했던 사실 (밥을 잘 안먹는 아이들은 일부러 그 선생님 반으로 보냈다지요? 어휴...) 입니다.
자신의 직업 윤리라는 것에 대해 아예 생각조자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인가봐요.

그런데 그 교사의 그런 행위가 처음이 아니라지요? 벌금 얼마 내고 끝, 그랬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도대체 법과 제도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참 속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한 개인의 끔찍한 부도덕 문제로만 파악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 어린이집 교사를 양성하는 과정과, 교사들의 너무나 열악한 근무여건, 악덕 원장의 부도덕 경영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세상... 이런 문제를 깨닫고 개선해 나가야지, 단순하게 백 킬로그램도 넘는 년이 어린 애를 쳐서 자빠뜨리다니, 나쁜 년, 천벌 받을 년, 하고 손가락질만 백날 해봐야 곧 얼마 안가 또다른 어린이집의 또다른 폭력교사가 뉴스에 나올 뿐, 이 세상이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보육교사 근무여건 개선방안... 이런 말이 뉴스에 나오면 '저거 또 밥그릇 싸움이네' 하고 혀를 차지 말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뉴스도 보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기회가 되면 서명도 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글도 좀 남기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 쓰고 보니 뭔소린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채로 막 쏟아져나온 느낌이네요.
그래도 열심히 꾸준히 쓰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둘리양의 플레이 하우스에 많은 관심과 찬사를 보내주신 분들께, 코난군도 트리 하우스 홈 오너 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사진 한 개 더 올리고 이만 물러갑니다.
다음번에는 보다 나은 글을 쓰도록 열심히 읽고 생각하고 공부하겠습니다.


(친정 부모님께서 방문하셨을 때네요. 손주와 야구하시는 우리 아빠... 보고싶어요!)
소년공원 (boypark)

소년공원입니다. 제 이름을 영어로 번역? 하면 보이 영 파크, 즉 소년공원이 되지요 ^__^

4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밤호박
    '15.1.15 4:10 AM

    마가렛 선생님 온화하고 인자하신인상 좋아요 압님 건강해 뵈시고 놀이터인지 캠핑장인지 푸른 잔디밭이 참좋네요

  • 소년공원
    '15.1.16 6:44 AM

    네, 마가렛 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언제나 차분하고 온화하시죠. 말 못하는 갓난쟁이 아기에게도 인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구요. 저런 선생님을 만난 제가 복이 많죠.

  • 2. 열무김치
    '15.1.15 4:27 AM

    저 역시 아이를 어린이 집 보내는 엄마라 요사이 가슴이 쿵쿵쿵 합니다. 육아교육을 가르치시는 분이신데...정말 생각이 많으실 듯해요. (제 동생이 한국에서 어린이집 교사입니다)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우리 모두 지켜보아야겠습니다.

    명왕성에서도 한식은 쭈욱 계속되는군요,..헛제사밥^^ 먹어 보고 싶네요. 제가 대보름 명절을 좋아해요. 나물 비빔밥을 너무 좋아해서요!
    코난군의 트리하우스는...하우스가 아니라....tree castle이네요. 남편님 정말 대단하세요!

  • 소년공원
    '15.1.16 6:46 AM

    싸이프러스의 어린이집은 어떤 모습인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하네요. 제 전공이라 그런가봐요.

    그나저나... 싸이프러스에서는 우리집 뒷마당에서도 자라는 깻잎을 구하지 못하여 포도잎으로 온갖 실험을 다 하시니... 명왕성보다 더 높은 급으로 올려드려야겠어요... 우리 은하 말고 안드로메다 은하... 어떠세요? ㅋㅋㅋ

  • 3. Montblanc
    '15.1.15 4:44 AM

    한국에 사는 제 워킹맘 친구들은 이 사건으로 마음에 무거운 벽돌을 또 하나 얹었네요. 전직 직장인 입장에서, 보육교사 근무 방안 개선은 한국 기업 문화 개선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소년공원
    '15.1.16 6:49 AM

    몽블랑님, 오랜만이예요!
    님의 게시물을 보면서 제 유학 초창기 시절을 막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이젠 많이 익숙해지고 자리잡으셨죠?

    한국의 직장 생활...
    그것도 종일반 어린이집 교사...
    참 힘든 일이지요.
    누군들 힘들지 않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서도요. 참, 아버지가 회장님인 회사에 다니는 아들 딸은 별로 직장 생활 힘든 줄 모르겠지요?

  • 4. xmaskid
    '15.1.15 5:01 AM

    저도 첫 아이를 4개월때부터 유태인 커뮤니티센터에서 하는 데이케어에 보내왔고, 말씀하신대로 비싼 종일반 등록금 내가며 아주 만족하며 아이를 보내고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부분 정말 다 동의 하구요, 세상에 어디에선가 나쁜 사람은 있지만 그 나쁜 사람이 나쁜짓을 할수 없도록 정부와 보육기관의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소년공원
    '15.1.16 6:51 AM

    네, 맞는 말씀입니다.
    세상 어디를 간들 나쁜 사람이 없겠어요?
    나쁜 짓을 하면 큰 벌을 반드시 받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어야 나쁜 짓을 좀 덜 하겠죠.

    그나저나... 종일만 어린이집 등록금... 정말 허리가 휘청하시죠?
    저희 두 아이가 동시에 어린이집 다닐 적에는 정말 월급이 들어왔다가 그대로 어린이집으로 다 나가는 신비한 경험을 했어요... ㅋㅋㅋ

  • 5. 이겔맘
    '15.1.15 6:01 AM

    저희 친정 엄마도 보육교사로 일하시는데.. 이런 사건 터지면 참 맘이 안좋네요... 정말 사랑으로 아이들 보살펴주시는 좋은 분들도 많은데말이죠...
    명왕성에서 먹는 한국음식은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참... 그사이에 이겔이도 동생생겼답니다^^

  • 소년공원
    '15.1.16 6:54 AM

    이겔맘 님,
    이겔이 동생이 태어났어요?
    우와~ 우리 함께 열심히 다이어트 할 때에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우리가 그렇게 오랫동안 멀어져 있었나요? (이건 웬 멜로 드라마 대사인공?)
    두 아이 키우시느라 힘들겠지만 자주 뵈어요.
    그리고 한국에 계신 어머님께 힘내시라고 꼭 좀 전해주세요.
    이번 일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시는 현직 보육교사님들이 큰 충격 받으시고, 또 의심의 눈초리나 비난의 화살을 받아들이느라 힘드실것 같아요.

  • 6. greentea
    '15.1.15 7:02 AM

    저 역시 미국에서 ECE 전공한 입장에서 이번 어린이집 사건은 분노를 일으키게 하네요. 제가 일한 센터도 학생들이 실습나오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센터였는데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 하지만 귀국 후, 한국의 어린이집 현실은 정말 달라서 아이들 클 때까지 풀타임일은 접고 재택근무만 조금씩 했어요.

    선생님들 채용할 때 무엇보다 인성검사와 백그라운드 체크를 필히 했으면 좋겠어요. ㅠㅠ

  • 소년공원
    '15.1.16 6:56 AM

    아, 미국에서 어린이집에서 일하신 적이 있으시군요?
    그렇다면 정말 한국에 돌아가셔서 큰 차이를 실감하셨겠네요.
    지금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 7. 조아요
    '15.1.15 9:21 AM

    욕하는 데서 끝나지않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음 좋겠어요
    3-5세 아이들 주1회두어시간 돌보는 봉사를 해본적이 있는데
    아이두서너명에 봉사인력한명인데도 중노동이었어요
    도대체 쌤들은 한반을 다 어찌돌보시는지;;
    정말 사명감과 사랑없인 못하겠다 싶었어요
    두세시간 최선을 다해 돌보고나면 정말 녹초였어도
    처음엔 낯설어서 울던 애들이 저만보면 척척 안기는데
    참 사랑스러웠고 보람찼지만 직업은 또 다르잖아요
    보육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보육2급남발하고
    보육교사양성과정에서 저런 미친인간들이 안걸러지는게 문제다 싶습니다
    저도 보육쪽에 꿈이 있었고..지금도 관심있는데..
    보수며 처우가 너무 엉망이더군요ㅠㅠ
    원장개인의 입김이 너무 크고 아이들 보육시설에서
    있을수 없는 불미스러운 일도 많아요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도 가난하면 사랑이 달아난다는데..
    제대로 된 대우 못받는 쌤들이 애들한테 언제까지고
    순수한 사랑을 주며 성심성의껏 보육할지 의문입니다
    근본이 해결되지 않는한 제2제3의 피해자만 늘겁니다
    물론 저렇게 애들 학대하는 인간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야하고요..
    절대약자인 애들한테...절대 있을수없다고 보네요

  • 소년공원
    '15.1.16 6:59 AM

    저... 사실 비겁하게도 한국 유아교육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교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왔더랬어요.
    일개 원장이나 일부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라면 다른 곳을 찾아서 이직을 하거나 했겠지만, 구조적으로 교사의 피를 빨아먹고 성장하는 비지니스의 영역이라... 도저히 내 한 평생을 바쳐 일할 곳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후배 교사들에게 마음의 짐... 그런 걸 느껴요.
    이번 일을 계기로 뭔가 유아교육계에 좋은 변화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 8. 국제백수
    '15.1.15 11:45 AM

    피해 아기와 가족들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요?
    영상만 봐도 억장이 무너지는데..ㅠ.ㅠ
    시스템의 문제가 제일 큰것같습니다.
    크로스체킹으로 걸러내는건 기본이고 제일먼저 돈벌이보다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 사랑으로 가득한 개개인의 인성이 ...
    요즘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너무 마음아프고 속상하네요.

  • 소년공원
    '15.1.16 10:37 AM

    그러게나 말입니다...
    만약에 제 아이에게 저런 일이 벌어졌다면 제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 9. 각시둥글레
    '15.1.15 1:06 PM

    결국엔 정치문제군요!!
    정치철학이 없는 정책이 어린이라는 가장
    약자에게 가장 안 좋은 케이스로 나타났다고나 할까요?
    직장내 조건도
    각자의 인성도 문제가 아닐 수는 없지만요.
    어린이집 원장의 유아교육에 대한 확고한 의식도
    유감스럽구요. 물론, 우리 아이 어렸을때
    유치원 원장님 처럼 유아교육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진 분도
    있겠지만요.
    어쩼든, 총체적 난국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어디서 부터 고쳐나가야 할까요?
    국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국민의식
    또한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네요. ㅠㅠ
    문제는 어린이집뿐만이 아닌 사회전체적으로
    비슷한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거,
    정녕 답은 없는 걸까요?
    트리하우스는 거의 예술이네요

  • 소년공원
    '15.1.16 10:43 AM

    정치라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같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서 제도로 만들어내는 과정인가봐요.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무원들은 그런 과정을 잘 진행하라고 우리가 세금으로 급료주면서 시키는 사람들이고요.

  • 10. july
    '15.1.15 3:46 PM

    저는 아이가 없지만
    제 조카가 딱 한국나이로 네살..두돌과 세돌 사이라
    이번 사건 뉴스에서 보고...
    아이가 맞아서 날아가는데 가슴이 쿵..내려 앉더라구요ㅜㅜ
    우리 조카도 혹시 저런일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생각에요.

  • 소년공원
    '15.1.16 10:45 AM

    제 둘째 아이가 다음달이면 세 돌 되거든요.
    어쩌다 실수로 제가 바삐 지나가다가 슬쩍 건들리기만 해도 온몸이 휘청 하면서 넘어질 뻔 하고 그래요.
    그렇게 조그마한 몸뚱아리를 글쎄...
    어휴...

  • 11. 스웨덴아줌마
    '15.1.15 4:45 PM

    정말 요번사건에 대해서 정확하게 콕 찝어주셨네요..감사합니다
    왜이럴까요..........씁쓸하네요...
    참 안타까워요...

  • 소년공원
    '15.1.16 10:46 AM

    스웨덴의 유아교육은 어떤가요?
    제가 잘은 모르지만 북유럽은 사회복지 제도가 잘 되어있는 만큼 유아교육의 수준도 무척 높지 않을까 짐작만 합니다만...?

  • 12. 유심초
    '15.1.15 5:40 PM

    부모 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지지요.
    칠푼이는 tv드라마 평은 잘도 지껄이면서 이런일에는 일언반구 없는 현실이군요.
    이국에서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 소년공원
    '15.1.16 10:48 AM

    어디 그 사람 뿐이겠어요.
    교육부나 복지부 그 어떤 부서에서도 아무런 논평이 없잖아요.
    하다못해 인천 시장이나 해당 구청 복지과 같은 곳에서라도 관리를 소홀히 한 점을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 13. 요레
    '15.1.15 6:46 PM

    글도 너무너무 공감이 가고 음식도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 소년공원
    '15.1.16 10:49 AM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 사진이 너무 작게 보이죠?
    오래 전에 찍어서 저장한 거라 싸이즈가 작게 되어있었나봐요.

    다음 번에는 더 나은 음식 사진으로 돌아올께요 :-)

  • 14. 랄라~
    '15.1.15 8:08 PM

    폭력이 있을때마다 묵인하게 되는 분위기가 더 무섭더라구요.
    아동폭력 학교폭력..

  • 소년공원
    '15.1.16 10:51 AM

    폭력... 정말 무섭고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맞고 자란 아이가 나중에 크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가장 손쉽게 폭력을 사용하고, 그래서 대물림되고...
    그런 나쁜 고리를 꼭 절단내야 하는데 말이죠.

  • 15. J-mom
    '15.1.15 9:02 PM

    에구....정말 그 어떤사건보다 분노하게 되는 사건이예요.
    정말이지 어떤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꺼 같아요.
    한국 커뮤니티에서 미국사는 사람이 이러쿵저러쿵하는게 참 조심스러워서 많이 참고 있는데
    마음이 많이 답답~합니다.ㅠㅠㅠㅠ

  • 소년공원
    '15.1.16 10:54 AM

    제이맘 님의 그 마음 저도 잘 알지요.
    어찌 보면 '너는 이 땅에 살지도 않으면서 웬 참견이냐?' 하는 생각이 내 안에서 먼저 드니까요.
    하지만 우리 나라 너희 나라 내가 사는 나라 네가 사는 나라 이렇게 구분하지 말고, 그냥 사람이 사는 이 세상, 이런 넓은 범위로 생각하려구요 저는.

    그나저나 마이애미는 오늘도 따뜻한 날씨였겠죠?
    키웨스트의 푸른 바다가 보고싶습니다.

  • 16. 소피아
    '15.1.15 9:08 PM

    솔직히 말하면-
    엄마들도 무상보육이라 무조건 보내고 보자 하는 분들 있습니다.
    신중해야 돼요. 아이들 어린시절은 화살처럼 지나가고 나중에 후회합니다.

  • 소년공원
    '15.1.16 10:56 AM

    아이들 어린 시절은 정말 빨리 지나가버리는 것 같아요.
    저희집 코난군만 봐도, 응애응애 우는 녀석을 안고 쩔쩔매던 것이 얼마 안된 일 같은데 벌써 일학년이거든요.
    하루하루 아이 키우는 것은 지루하고 고달픈 일이지만, 한 해 한 해는 어찌 그리도 후딱 지나가는지...

  • 17. 아이스라떼
    '15.1.16 1:39 PM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저도 늦게사 셋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려 하는 시점이라 맘이 싱숭생숭해서 댓글 남기고 가요.
    마가렛 샘 정말 온화하고 좋으신 것 같아요.
    큰애 둘은 모 대학에서 운영하는 복지관 어린이집이라 담임도 두명씩이고 자원봉사나 실습도 많이 오는 곳이었어요. 실습 자원봉사 샘이 얼마나 유능하겟냐만은 아이들과 외활동갈 때 보호자도 많고 각종 교구 소독도 자주 할 수 있고 담임도 둘이니 번갈아 휴가도 가시니 아이들에게 좋았지요.
    보육교사 처우가 좋아야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돌아간 단 말에 적극 동의해요.
    그러나 그런 어린이집에 다니기가 하늘의 별따기...
    셋째는 가까운 곳에 입소 가능한 곳으로 보내려 하는데 마음 한켠이 못내 아쉬운... 이왕 보내기로 한 것 믿어주고 샘들과 자주 소통하고 싶은데..현관 앞에서 등하원때 만나는 샘과 가능할지요 ㅎㅎ
    소년공원님 같은 많은 분들이 울나라 아동교육에 새바람을 일으켜주셧음 해요..

  • 소년공원
    '15.1.17 6:28 AM

    우리가... 호옥~시...
    학부모와 교사로 만난 적은 없었을까요?

    모 대학 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집...
    토끼반 선생님이었거든요 제가...
    실습생과 자원봉사 학생들과 심지어 공공근로 하시는 분들까지 해서 무척 일손이 많아서 그나마 일하기 수월한 직장이었지만... 그래도 종일반 교사 일은 힘들었어요.
    하물며 돈만 아는 악덕원장에게 착취당하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더 힘드실까요...

    제가 안그래도 제 개인 블로그에 이번 일과 관련해서 글을 좀 쓰고 있어요.
    언젠가 소개할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 18. 그긔
    '15.1.16 5:05 PM

    이글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특히나 신고를 해야된다는 조항이요.
    연대 책임을 져야지요...
    처벌도 솜방망이고... 이번일로 제발 우리 나라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 소년공원
    '15.1.17 6:29 AM

    정신 좀 차립시다! 특히 나랏일 하시는 분들이요!!

    그래도 무작정 손가락질하고 욕만 하는 사람들보다는 많은 생각을 해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마음에 조금 위안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 19. 조아요
    '15.1.16 7:36 PM

    그러니까요...
    공공육아가 반드시 필요하고 원장들 배불릴 돈이 아이들한테 가야하는데 말이죠.
    양질의 일자리도 양성하고 엄마들도 맘놓고 일하고 볼일보고...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도 행복하고 엄마들도 행복하고 더불어 선생님도 행복하겠죠ㅠㅠ

  • 소년공원
    '15.1.17 6:29 AM

    모두가 행복한 세상...
    그거 하나 만들기가 참 어려운 일인가봐요...

  • 20. 오늘
    '15.1.17 12:44 AM

    가만 안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

  • 소년공원
    '15.1.17 6:31 AM

    에고... 가만히 안있어봤자, 별로 한 일도 없는걸요...
    제가 조금 더 정리된 글을 써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봐야 글 쓰는 거 정도 밖에 없어서요.

    그래도, 오늘 님 같은 유명인사가 댓글을 남겨주시니 기분은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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